편 가르기에 눈먼 섬마을 주민들, 혹시 우리의 초상은 아닐까
상대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바라보는 정치를 멈춰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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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newsis) |
6·3 선거가 끝났다.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한숨을 쉬었다. 당선자는 꽃다발을 목에 걸었고 낙선자는 고개를 숙였다. 선거 기간 내내 뜨겁게 달아올랐던 정치권도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뒤 문득 떠오른 소설이 있다.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선거」다.
이 소설의 배경은 작은 섬마을이다. 인구도 많지 않고 세상과 떨어진 조용한 섬이다. 그런데 면장선거가 시작되자 마을 전체가 들끓는다.
평소에는 사이좋게 지내던 주민들이 갑자기 둘로 갈라진다. 같은 동네 사람끼리 얼굴을 붉히고, 친구끼리 말다툼을 하고, 가족끼리도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등을 돌린다.
◇ 웃다가 문득 멈칫하게 되는 ‘면장선거’와 대한민국
후보들은 더욱 가관이다. 마을 발전을 외치지만 정작 관심은 표 계산에 있다. 어느 집이 우리 편인지, 누가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지, 누구를 만나야 한 표를 더 얻을 수 있는지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섬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소설 속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후보의 정책보다 "우리 집안 사람"인지, "우리 동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 어제까지 면장 욕을 하던 사람도 선거철이 되면 열렬한 지지자가 된다.
그 모습을 보다 보면 웃음이 터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웃다가 멈칫하게 된다. 어딘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번 6·3 선거를 떠올려 보자.
후보들은 저마다 나라를 살리겠다고 외쳤다. 경제를 살리겠다, 민생을 챙기겠다,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린 말은 정책보다 편 가르기였다.
누가 우리 편인가. 누가 상대편인가. 누가 이기고 있나. 누가 따라잡고 있나.
언제부턴가 선거는 국가의 미래를 논하는 장이 아니라 응원하는 팀의 승패를 확인하는 스포츠처럼 변해가고 있다.
면장선거 속 섬 주민들도 똑같았다. 마을의 미래보다 선거 자체에 열광했다. 후보의 능력보다 편 가르기에 몰두했다. 선거가 끝나면 다시 같은 배를 타고 같은 바다로 나가야 하는데도 말이다.
대한민국도 다르지 않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내지만 선거가 끝나면 결국 같은 나라에서 살아간다. 같은 전철을 타고, 같은 시장에서 장을 보고, 같은 학교에 아이를 보낸다. 그런데도 선거철만 되면 상대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바라보곤 한다.
어쩌면 오쿠다 히데오가 풍자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늘 자기 편을 만들고 싶어 하고, 자기 편이 승리하길 원한다. 정치는 그 본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무대일 뿐이다.
그래서 「면장선거」는 웃기다. 그리고 그래서 더 무섭다.
우리는 소설 속 섬마을 주민들을 보며 비웃지만, 정작 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꽃가루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된다. 선거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당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유권자가 진정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선거 다음 날부터다.
후보가 약속을 지키는지, 국민을 위해 일하는지,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지 지켜보는 일이다.
면장선거가 끝난 뒤 섬 주민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선거는 끝났지만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그래서 선거가 끝난 지금, 우리는 누가 이겼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우리를 위해 일할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을 잊는 순간, 대한민국은 또다시 거대한 면장선거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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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훈 시사평론가 |
일요주간 / 이재훈 시사평론가 kor67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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