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하청노동 쪼개기 통한 다단계 하청에 불법판견 면죄부 줘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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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이은주 의원,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3개 지회(울산, 전주, 아산) 주최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 낸 ‘하청노동 쪼개기’를 규탄하고 사법부를 향해서는 제조업 내 다단계 하청을 통한 현대차의 불법파견 엄단을 촉구했다.(사진=일요주간 DB) |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큰 임금 격차를 겪자 2004년 9월 비정규 노동자들이 이러한 차별 철폐를 위해 고용노동부에 제소를 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노동부 조사를 통해 현대차 내 127개 하청업체와 9234개 공정에 대한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이 인정됐지만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 동안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최종 선고가 3차례나 있었고 이후에도 1, 2심에서 현대차의 불법파견 선고가 잇따랐다.
앞서 지난 4일 울산지방법원은 2012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10년 만에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범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불법수익 창출을 위해 고의성을 가지고 오랜 시간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범죄를 저질러왔다”면서 3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측은 개별적 소송 결과에 따라서만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불법파견 자체를 인정하지도 해소하지도 않고있다는 게 현대차 비정규지회 등 노동계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27일 대법원은 2·3차 재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뒤집어 ‘파기환송’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당시 대법원은 심리미진을 이유로 현대자동차 일부 2·3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파기환송 했다. 1심과 2심에서 명시적 계약형태보다 실질적 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해왔는데 대법원은 이를 부정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그 간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위아, 한국GM, 포스코, 한국타이어 등 이미 수많은 제조업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 판단했다”며 “하도급 형태와 상관없이 사내하청이라는 제조업 내 인력파견 구조를 통해 실질적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일 현대차가 2차 사내협력업체로부터 직접 근로자를 제공받아 실질적으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2차 사내협력업체들과 명시적인 계약 체결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에게 사용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본다면 실질적으로는 위법하게 근로자를 파견받아 사용하면서도 제2의 사내협력업체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파견법의 적용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고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해당 파기환송심에 대한 최종 변론이 오는 26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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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이은주 의원,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3개 지회(울산, 전주, 아산) 주최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 낸 ‘하청노동 쪼개기’를 규탄하고 사법부를 향해서는 제조업 내 다단계 하청을 통한 현대차의 불법파견 엄단을 촉구했다.(사진=일요주간 DB) |
이와 관련 정의당 이은주 의원,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3개 지회(울산, 전주, 아산) 주최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 낸 ‘하청노동 쪼개기’를 규탄하고 사법부를 향해서는 제조업 내 다단계 하청을 통한 현대차의 불법파견 엄단을 촉구했다.
이날 이은주 의원은 “현대차는 법망을 피해 가기 위해 사외에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여기에 재하청을 주는 방식 등 즉 ‘하청노동 쪼개기’를 통해 ‘다단계 하청’이라는 기형적인 고용구조를 형성해 불법파견을 감출 외피를 만들어 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대자동차가 만들어낸 ‘기형적인 고용구조’가 불법파견을 면하는 탈출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현장의 구체적 실체에 따라 법률을 적용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며 “비슷한 처지에 놓인 불법파견 하청노동자들이 앞으로 근로자지위의 확인을 해볼 수도 없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금속노조 “법원, 현대차의 ‘꼼수’에 대한 면죄부 준 것”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차는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으로 불법파견을 사용해 왔다. 지난 2012년 대법원은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저질렀고 사내하청 노동자인 최병승 씨가 현대자동차 직원이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또 다른 사내하청 불법파견 사건에 대해 그 간의 판결과 달리 불법파견을 인정한 2심 판결을 뒤집어 ‘파기환송’했다. 당시 재판부는 재하청을 받아서 수행하는 업무가 불법파견·위장도급이 아니라 진성도급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금속노조 측은 “이러한 판단은 현장의 실태에서 한참 어긋나 있다.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여전히 현대차 공장 내에서 업무를 하는 형태는 전혀 바뀌지 않았고 과업의 지시 또한 현대차의 MES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불법파견이 해소됐다는 법원의 판단은 현대차의 ‘꼼수’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현대차 전직 사장·법인 총 8000만 원 벌금형 VS 노동자들 366억 원 손해배상청구 소송 당해
금속노조 손덕현 부위원장은 “가장 큰 문제는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여기에 대응하지 못했던 것과 검찰이 제대로 기소하지 않않은 점, 법원이 느슨하게 판결을 지연하는 등 이런 것들에 의해서 현대차에 빠져나갈 해결 방안을 만들어준 것 같다”고 현대차의 하청노동 쪼개기를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동안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살아왔는가 그리고 때로는 파업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하기도 했다”며 “그리고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기도 했었다. 근데 불법을 벌인 대기업 현대차는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5월 1심 법원은 현대차가 행한 불법파견에 대해 형사처벌을 판결했다. 그런데 전직 사장 두 명 그리고 법인(현대차)에게 총 8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며 “그러나 노동자들은 366억 원이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고 때로는 구속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손덕현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잘못한 것 없이, 이 잘못은 현대차가 저지른 불법행위임에도 노동자들이 이러한 고통을 받아야 되는가”라며 한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대차는 인권경영 이행을 위해서 3개의 인권 선언 그리고 UN기업 인권이행 원칙 그리고 ILO 핵심협약, OECD 실사 가이드라인 등 인권 노동 관련 국제 표준 및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겠다고 선언을 했다”며 “적용과 관련해서는 현대차 임직원 전체라고 돼 있는데 정규직만이 아니다. 비정규직을 포함한다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원칙을 쭉 보면 한 7가지의 내용들이 있는데 첫 번째 1조가 차별 철폐이다. 인종, 나이, 가족, 종교 이런 것들에 대한 차별을 절대 안 하겠다라고 인권 선언을 했음에도 이렇게 지키지 않는 현대차는 되게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라며 “최소한 현대차가 인권선언한만큼은 그 실천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2024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조속히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목소리를 높였다.
파기환송 당사자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이연원 대의원 “(2022년) “현대자동차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불법파견이라는 범죄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착취해 막대한 범죄 수익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며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라는 사법부의 30차례가 넘는 수많은 판결에도 사과와 반성은커녕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소 취하 조건의 특별 채용이라는 꼼수를 부렸지만 그마저도 2차 하청 노동자들을 차별하며 배제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어 “2차 하청 노동자도 불법 파견임을 인정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한 결과 2014년 1심, 2017년 2심 판결 모두 승소다. 판결문에 2차 하청은 중간 착취를 위한 구조일 뿐이며 실질 사용자는 현대자동차라 적혀 있었다”며 “그러나 대법원은 작년 10월 27일 일부 2차 하청 불법파견은 인정하지 않고 파기환송시켰다. 2008년 입사해 15년 간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피해자로서 긴세월 온갖 차별 대우를 받으며 12년을 투쟁한 저에게는 참혹한 결과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차 하청노동자라 불리는 저는 하나의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내에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지 사법부에 묻고 싶다”며 “불법파견 범죄를 처벌하고 바로잡아야 할 정부와 사법부가 대기업 봐주기와 직무유기를 한 사이 두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끊어야 했고 현대자동차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또 다른 변형된 불법파견으로 수 많은 노동자들은 고통받고 있다”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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