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김숙영
오늘은 고양이가 나를 복제했다
밤새 썼다 지운 시를 물고 달아났다
가시가 촘촘히 박힌 자학
생물로부터 멀어진 이미지들
비린내를 풍기며
행간을 물어뜯었다
언제부터 내가 야행성인 걸 들켰을까
밤에 뭐든지 가능해진다는 걸
모티브를 품은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제목도 없이 시는 출발하지만
방향과 태도만은 분명했다
내게 굶주린 것은 고독이니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품기 위해
나는 유년의 잔상을 모조리 베꼈다
그런데 어느새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선 안 되는 것에 도달했다
왜 트라우마가 많은 여자아이에게
금기는 주인처럼 등장했을까
그 순간 담을 훌쩍 뛰어넘는 고양이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경계는 나를 쉽게 허락해 버리고
낙법도 없이 너머에 도달했다
그러나 세계는 끝없이
나를 하찮게 여겼다
오늘도 난 나를 할퀴는 시를 쓴다
고양이로부터 벗어나라고 부추기는
밤을 북북 찢는다
* 모방.

“트라우마가 많은 여자아이에게 / 금기는 주인처럼 등장”한다는 내적 진술로 “오늘도 난 나를 할퀴는 시를 쓴다”라는 시인. 창작의 고통을 통해 자아를 성장시키는 모순적 행복이 아닐까. 낮 동안의 피로를 내려놓고 민낯으로 책상 앞 자신과 마주 앉아 있을 시인을 상상한다. 그저 ‘나’로 남아 있어도 되는 유일한 시간, “밤을 북북 찢는” 시인의 행위에서 동질성을 느낀다.
밤마다 자신만의 또 다른 자아를 베끼다 보면 나라는 주제로 완결되는 모방, 나를 중심으로 뒤섞인 생각들이 서로의 어깨를 밀치며 자리를 바꾸는 밤. 현대인들에게 밤은 늘 짧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의미한 시간까지도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은, 밤이란 우리가 베끼고 싶었던 것이 타인이 아니라 상처 입기 이전의 나 자신이었음을 고백하게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예술이란 그 고백을 완성해 가는 일, 곧 나를 치유하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밤은 낮보다 오래 머물고 싶은 시간이다.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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