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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요주간 |
제1야당인 민주당의 두 배가 넘는 정당 지지율이 증명이라도 하듯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안철수 의원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기자와 취재기자를 포함, 100여명에 가까운 취재진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자회견이 예정된 10시 이전부터 국회 정론관에는 긴장감과 흥분이 감돌았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취재 기자들은 노트북을 손에 든 채 발을 굴렀고, 카메라와 사진 기자들은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눈치작전을 벌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안 의원이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중에도 자신의 카메라 앵글 안에 들어온 다른 기자들을 향해 비키라는 고성이 오갔다.
기자회견을 10분 앞둔 9시 50분 경, 안 의원 전에 기자회견을 가진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오늘 저를 위해 이렇게 많이 오신거 같다”는 우스개 소리로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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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의원을 향한 높은 관심이 뜨거운 취재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일요주간 |
새정치는 곧 ‘민생정치’
이날 안철수 의원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혼란함과 민생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정치가 대립만 지속하고 있다며 ‘새정치’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안 의원은 “공식적인 정치세력화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운을 떼며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가칭)’ 출범을 알렸다. 신당 창당의 정당화를 위해서는 ‘건강하지 않은 우리나라 정치’에 근거를 뒀다.
최근 불거진 이어도 해상에서의 한·중·일 삼국의 방공식별구역 대립과 일본의 무장화 움직임, 북한의 핵도발 위협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인 위기와 더불어 육아와 교육, 일자리, 노후 문제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삶을 옥죄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하며, 이 모두는 “우리 정치에서 국민의 삶이 사라진 탓”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무한책임을 느끼며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며 “이런 반성의 바탕 위에서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여당인 새누리당 뿐 아니라 민주당까지 통틀어 ‘낡은 틀’인 기득권 정치세력으로 규정하고, 민생을 돌보는 정치를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성장이 시급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이 ‘낡은 틀’로 기존 정당을 몰아세운 이유도 거론됐다. 그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이념, 소득, 지역, 세대 등 많은 영역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냉전의 파괴적인 유산까지 겹쳐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꼬집었다.
종교계의 시국선언 움직임이 거세지고 이에 맞서 보수단체들의 맞불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여론을 수렴해 중재를 도맡아야 할 정치권이 앞 다퉈 나서서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치의 모습은 ‘민생정치’, ‘생활정치’이지 정쟁의 대립이 아님을 강조하며 안 의원은 “우리는 이러한 국민의 절실한 요구에 가치 있는 삶의 정치로 보답하고자 한다”고 정치 판도를 바꿔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새정치’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삶의 정치’를 제시한 것이다. 그는 이어 “삶의 정치란 바로 기본을 생각하는 것”이라며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 ▲평화통일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치개혁 ▲경제·사회·교육 분야의 구조개혁을 꼽았다.
이념투쟁과 좌우 경계를 허물 궁극적인 해답으로 ‘복지국가의 건설’을 강조하는 한편, 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평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종북논란’에 대해서는 “산업화 세력도, 민주화 세력도 각자 존중의 대상이지 적이 아니다”라며 극우세력의 무분별한 비판을 겨냥하기도 했다.
나아가 안 의원은 추진위원회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극단주의와 독단론이 아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정치공간이며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논의 구조,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춘 국민통합의 정치세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의 말미에는 링컨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 문구인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가 인용됐다. 안철수 의원은 “정치의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며 “그 세가지 가치를 한데 담아 가는 길을 ‘국민과 함께’로 정하기로 했다. 저희들과 함께 해달라”며 참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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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계 개편의 본격 신호탄을 쏘아올린 안 의원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요주간 |
향후 계획과 관련해서는 “새정치 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한 이후에 여러 행사들을 계획하고 있다”며 내달부터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제시할 수 있는 ‘국민토론회’ 등 소통의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새정치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한국정치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드는 것이 저희가 새정치를 추진하는 목표”라며 신당을 중심으로 정치판을 재구성할 것임을 시사했고, 민주당 역시도 재편되야 할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선에 대한 물음에는 “다음주중 설명회 자리를 갖도록 하겠다. 전국단위의 새정치에 대한 대국민토론회를 하나의 예로 말씀드렸는데 정해진 시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히 그런 자리를 통해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저희 생각도 말씀드리는 그런 자리를 지속적으로 가지겠다”고 말했다.
또 안 의원은 “한국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 우리 국제정세, 국내환경이 엄중한 상황이다. 정치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풀 수 있는 한국정치의 변화와 틀이 필요하다. 생산적인 경쟁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켜보겠다”…덕담 대신 경계의 목소리만
안철수 의원의 창당 공식화 기자회견이 끝나고 썰물 빠지듯 빠져나간 취재열기 속으로 민주당은 현안브리핑을 진행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지켜보겠다”는 말로 신중함을 내비치면서도 내심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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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이 끝나고 철수하는 취재진. ⓒ일요주간 |
하지만 “다만”이라고 말을 이은 배 대변인은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의 세력화가 자칫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위해 ‘정도’를 걷겠다는 자세를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6일 공개한 여론조사 추이에 따르면,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27.3%)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1%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37.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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