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살인사건’에도 합성니코틴 규제 허술…100kg 이하 수입 ‘꼼수’

조무정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4 09: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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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진단] ‘합성니코틴’ 수입 제조업체, 회사 쪼개기 등 등록 회피 논란
이수진 의원 “동일 대표이사에 사업장 3~4개씩, 회사 임원 돌려막기로 짬짜미 회사 15개”
페이퍼컴퍼니 등 화평법상 등록의무 회피하기 위한 편법…유해물질 유해성 평가 회피 의심
전자담배 판매상 “지방의 한 합성니코틴 제조업체 한 달 버는 수익만 10억 대로 호황 누려”

▲해외직구로 구입한 니코틴 원액을 이용한 살인사건과 최근 연이어 발생한 자살 등으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편법을 동원해 이뤄지고 있는 전자담배용 합성니코틴 안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newsis)

 

[일요주간 = 조무정 기자] 국내에서 6년 전 전자담배용 액상니코틴을 이용한 살인사건이 첫 발생한 이후 잊혀질만하면 유사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전자담배용으로 사용되는 고농축 니코틴(합성니코틴 등) 용액 수입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여성 A 씨가 내연남 B씨와 공모해 남편 C 씨를 '니코틴'을 이용해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은 우리나라에서 니코틴을 사용해 살인을 저지른 첫 사건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해당 사건은 니코틴 원액을 음용케 해 피해자를 니코틴 중독 등으로 인해 사망하게 했다는 게 주요요지이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의 소견에 따르면 피해자의 혈액 및 위 내용물에서 수면제인 졸피뎀 및 니코틴이 검출되고 그 혈중 함량은 졸피뎀이 0.41mg/L, 니코틴이 1.95mg/L로 검출됐다. 졸피뎀의 혈중 농도는 독성농도 수준이었고 니코틴의 혈중 농도도 치사농도로 검출됐다.

당시 부검의는 “피해자의 사인은 니코틴 중독으로 사료된다”고 소견을 제시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2017년 9월 7일 1심 법원은 A 씨와 B 씨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2018년 7월 2심에서도 1심과 동일하게 무기징역이 내려졌다.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A 씨와 B 씨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최종 선고했다.

이 사건 이후에도 2017년 '신혼여행 니코틴 살인사건’(피고인 1심 무기징역), 2021년 ‘화성 니코틴 살인사건’(피고인 1심 징역 40년)이 발생했다.

이처럼 니코틴을 이용한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연초담배와 달리 시중에서 팔리는 합성니코틴은 현행법상 담배로 규정돼 있지 않아 고농축 니코틴을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사용하는 액상전자담배는 정부기관의 관리감독 밖에 있는 셈이다.

◇무허가 전자담배 매장에합성니코틴을 공급하는 도매상들 엄청난 수익

이 같은 법의 맹점을 틈타 전자담배 매장들이 우후죽순 생겨 나면서 이런 사각지대를 이용한 제조 및 판매업자들의 불법행위가 온·오프라인상에서 난무하고 있다. 현재 쇼핑몰, 포털 스토어에는 1000개도 넘는 업체들이 전자담배 액상을 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전자담배 판매업자는 “현행법상 합성니코틴의 경우 담배로 규정돼 있지 않아 전국적으로 ‘담배소매인허가증’ 없이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무허가 매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며 “무허가 전자담배 매장에 제품(합성니코틴)을 공급하는 도매상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합법적으로 ‘담배소매인허가증’을 내고 장사를 하는 매장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합성니코틴 수입업체들의 탐욕이 무허가 매장이 늘어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지난 10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합성니코틴 수입 제조업체들이 회사 쪼개기, 임원 돌려막기로 화학물질 유해성 평가 등 법적 등록 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현행 ‘화학물질평가법’에 따르면 연간 100kg 이상의 신규화학물질을 수입, 제조하는 회사는 환경부에 등록해야 하며 등록 시에는 해당 화학물질의 인체, 환경에 대한 유해성과 위해성 시험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비해 100kg 이하 수입 제조업체는 간단한 서류로 신청만 하면 된다. 이 같은 법의 맹점을 파고든 합성니코틴 신고 업체의 상당수가 회사 쪼개기 형태로 등록 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쪼개기식으로 운영하며 합성니코틴 100kg 이하로 수입해 등록 의무 회피

이에 따라 환경부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합성니코틴 신고업체 29개 에 대해 화평법에 따른 등록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회사 쪼개기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환경부가 이수진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 ‘합성니코틴 등록 회피 의심사례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합성니코틴 신고업체 29개 중 쪼개기 의심 업체는 15개에 달했다.

대전 유성구와 서구에 위치한 8개 업체는 대표자가 3명으로 임모 사장은 4개 업체, 이모 사장은 3개의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중 일부는 또 다른 업체의 원모 사장과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동일 대표자가 니코틴 수입액을 99kg 이하인 여러 개의 회사를 운영하며 100kg 이상일 때 발생하는 등록 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 남동구에 소재하는 7개 회사는 같은 건물의 같은 층에 회사를 두며, 특정 회사의 대표들이 다른 회사에 임원 및 직원으로 근무하는 방식으로 짬짜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A업체의 대표자가 다른 업체의 사내이사나 감사로 재직하는 방식이다. 이 중에는 1인 사무실에 실제 회사를 운영하지 않은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들 회사 모두 니코틴 용액 제조 수입량을 99kg으로 신고해 등록의무를 피하고 있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실제 제조공장은 1곳이나 7개 업체가 동일 공장에 각각 100㎏ 미만 위탁 제조로 신고(현행법은 위탁자의 등록·신고도 허용)하고 운영 중이었다. 지방청 점검 결과 수탁자가 신고량(99kg) 및 위탁량(693kg)을 초과해 제조(856kg) 한 것을 확인했고 화평법 등록 미이행으로 고발 조치했다. 다만 법률검토 결과 동일 대표가 여러 사업장에서 나누어 신고한 사실만으로는 법 위반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환경부는 “현행 화평법이 사업자 등록번호로 제조, 수입자를 구분하기 때문에 여러 개 사업자등록번호로 나누어 신고하는 것을 처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일부 업체에 대해 다른 사유로 고발과 과태료 처분만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수진 의원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극물에 해당하는 고농도 니코틴 용액으로 인한 인체나 환경 유해성 검사를 받지 않으려 법망을 피하는 업체들이 수십 곳에 달한다”며 “탈법행위에 대해 처벌 근거를 마련할 법률 개정은 물론 이번 조사로 탈법행위가 적발된 업체에 책임을 물을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담배 규제 대싱 아닌 합성니코틴 수입 급증…무허가 매장 우후죽순 늘어

앞서 지난 7월 <일요주간>은 경기도 분당 지역에서 전자담배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D 씨의 제보로 ‘담배소매인허가증’을 받지 않은 채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매장들이 전국적으로 30여 개에 달한다고 단독 보도(온라인 기사 제목 : 담배소매인허가증 없는 소매점, 전자담배 간판 달고 성업중...‘합성 니코틴’ 단속·과세 사각지대 방치)한 바 있다.


당시 취재를 종합하면 모든 담배(전자담배 포함)는 담배소매인허가증을 구청에서 발급받아 판매해야 하지만 합성 니코틴을 액상을 판매하는 매장의 경우 현행법상 담배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줄기·뿌리 액상니코틴의 경우 30ml당 6만 원 정도의 과세가 부과하고 있는 반면 합성니코틴 액상은 담배로 규정돼 있지 않아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 기존 담배와의 형평성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D 씨는 “몇 년 전 해외에서 의료용으로 사용되던 합성니코틴이 국내에 반입된 이후 전자담배 액상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며 “문제는 이 같은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아리라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때 연초의 ‘뿌리’나 ‘줄기’에서 추출한 액상 니코틴도 담배로 분류가 되지 않다가 2020년 12월 담배에 포함돼 과세 대상이 된 이후 (국내 담배사업법 규제 대상이 아닌) 합성니코틴이 수입이 급증하면서 매장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배소매인허가증을 받지 않았는데도 전자담배 간판을 걸고 버젓이 장사를 하고 있다”며 “유사 담배가 기승을 부리며 담배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수년 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업자 B 씨는 “합성니코틴은 중국을 비롯해 독일 등에서 수입되고 있다”며 “지방의 한 합성니코틴 제조업체는 한 달에 버는 수익만 10억 대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전자담배 액상의 99%가 합성 니코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해당 브랜드는 3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 등이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3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황이다. 당시 법안에는 담배의 정의에 니코틴을 추가해 합성 니코틴도 담배의 원료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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