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노동인권①] “콜수와 인센티브 경쟁 내몰려...전화 받는 기계 취급”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7-07 15: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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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작년 10월, 전면 파업 진화 위해 소속기관 전환 약속…8개월 째 ‘無응답’
-1600여 명 상담원 민간 위탁업체 소속…무리한 실적 경쟁 압박에 인권 침해 받기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주최로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 서울강원지역본부 앞에서 민간 위탁업체의 부당한 노동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민간위탁업체로부터 인권 침해적인 괴롭힘을 겪고 있다는 피해증언이 나왔다. 이들은 동시에 원청인 건강보험공단의 관리·감독과 조속한 ‘소속기관 전환’을 촉구했다.

◆ 공단, ‘고객센터’ 직고용 거절…“별도 법인 설립”
지난해 10월 21일 공단은 고객센터 운영방식을 기존의 민간 위탁방식에서 ‘소속기관 직접 운영’방식으로 변경하기로 최종 발표했다. 고객센터 상담원들은 비록 3차례 전면파업에서 요구했던 ‘공단의 직접 고용’은 아니지만, 별도로 신설된 법인이 공단 소속이며 인력을 직접 운영한다는 방침에서 절충안을 받아들였다.

당시 김용익 공단 이사장은 “채용절차와 구체적인 제반 사항 등은 향후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구성될 노사전(노조·사용자·전문가) 협의회’에서 논의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8개월 넘도록 협의회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주최로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 서울강원지역본부 앞에서 민간 위탁업체의 부당한 노동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성지온 기자>


◆ 고객센터 상담사 “실적압박에 심적·신체적 스트레스”
소속기관 전환이 늦어지면서 상담사들은 여전히 민간위탁업체의 실적압박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상담에 필수적인 교육을 시행하지 않거나 특정 집단에게만 보안스티커를 붙일 것을 강요하는 식이다. 심지어 스티커 관리까지 상담사의 역할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을 하거나 노동위원회 결정을 무시하는 등 상담사들의 권리를 제한했다.

이와 관련해 이은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노동실태 규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0월 소속기관 운영방식이 합의됐지만, 지금까지도 민간위탁으로 고객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소속기관 전환이 지연되면서 현재 고객센터 여러 곳에서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라면서 “올해 2월 공단은 이미 소속기관 운영방식으로 합의해 신규 계약이 의미 없지만, 기존 업체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신규 입찰을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2센터의 위탁업체가 불가피하게 바뀌었고 노조 활동 시간 보장을 위해 다시 교섭해야만 했다. 하지만 서울 1센터 측은 지방 노동위원회에서 교섭단위 분리가 결정됐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노조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이 외에도 경인 3센터, 경인 1센터, 부산 2센터에서 발생한 회사 측의 부당행위를 언급하면서 “공단은 처음에는 정규직, 그다음은 노조, 정부 탓을 하면서 이미 합의된 소속기관 전환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위 문제는 공단이 소속기관 전환을 늦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 호소 가장한 협박부터 잠재적 범죄자 취급
현재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부산지회는 무기한 전면파업 중이다. 지난달 30일 부산 2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민간업체 한국코퍼레이션이 부착한 공문에 ‘일정 콜수 미달 시 콜센터 상담사로서 직무유기 및 해태로 규정하며 사내 규정 위반에 따른 인사 조처를 하겠다’라는 문구 때문이다.

손영희 부산지회 부지회장은 “고객센터의 상담업무 종류는 1600여 개이며 민원인들의 문의 사항도 매우 다양하고 복잡함으로 단순히 콜 수만으로 직무유기·해태로 볼 수 없다”라면서 “취업규칙 어디에도 없는 내용을 근거로 회사는 호소를 가장한 협박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7월 들어 노사가 콜 수를 올리기 위해 실적평가제도를 합의 하에 변경했고 한 달간의 시범운영 기간을 가지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제도 변경 4일 만에 협박성 공문을 개시하면서 노사합의를 무너뜨렸다”라면서 “절대 묵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 국민건강보험 부산 2 고객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민간 하청업체 ㈜한국코퍼레이션이 최근 상담원을 상대로 배포한 호소문 중 일부. <사진=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제공>


상담사 개인 휴대전화에 ‘촬영방지스티커’를 붙이게끔 강제한 경인 1·3센터는 ‘인권침해’ 논란을 빚었다. 경인 1·3센터를 운영하는 하청업체 제이앤비컨설팅, 제니엘은 정보보호를 위해 각자 휴대전화 카메라에 촬영방지스티커를 붙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같은 건물에 근무하는 정규직과 경인 2센터 상담사에게는 스티커 부착을 강요하지 않았다. 전국 고객센터 중 해당 스티커를 붙인 경우는 경인 1·3센터가 유일했다.

이수희 경인지회 부지회장은 “전국 건강보험 고객센터 중 2센터만 핸드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부착하게 하는 것은 발생하지도 않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촬영방지스티커를 잃어버린 노동자에게 ‘미부착으로 인한 감점 대상’이라고 통보하고, 이를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까지 상담사 책임이라는 소리를 반복한다.”라면서 “노조에서 스티커 부착 폐지를 요구하자 회사 측은 공단 제안서에 포함된 사항이라면서도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 ​경인 1·3 센터는 상담원들에게 촬영방지스티커 부착을 명령했다. 노조가 이를 인권 침해라고 항의하자 회사 측은 공단 제안서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라고 얘기했으나 객관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단 관계자 역시 해당 내용은 인권 존중 기조에 반하며 해당 업체에 권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제공>   

◆ 상담원 “노동실태 고발…원청, 방관 하지 말라” 호소  

특히, 이들은 공단이 이러한 하청 업체의 권리 침해 사례에 대해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공단과 민간위탁업체 간 도급계약 조항(계약특수조건 15조)에 ‘투입인력의 재해 예방과 인권 보호에 만전을 기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용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2006년부터 공단과 민간위탁업체는 1600여 명의 상담 노동자들을 콜 수와 인센티브 경쟁으로 내몰고 전화 받는 기계로 취급하면서 착취해 왔다. 이에 따라 국민의 개인정보를 공공이 아니라 민간업체가 관리, 운영하게 됐고 충분한 상담은 뒷전으로 내몰렸다”라면서 “이러한 문제 해결은 복잡하지 않다. 건강보험공단이 협력업체들을 지도하고 의미 없는 콜 수 경쟁도 규제하도록 관리·감독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정 부위원장은 “소속기관 출범 전환을 결정한 후 8개월째 언제, 어떤 조건으로 설립될 건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오는 12일 첫 노사전 협의체 회의가 진행된다”라면서 “늦은 만큼 속도를 내야 한다. 협력업체에 대한 원청의 관리·감독과 함께 소속기관 출범 만이 현재 민간위타운영제도의 각종 문제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주최로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 서울강원지역본부 앞에서 민간 위탁업체의 부당한 노동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성지온 기자>


김금영 지부 서울지회장 역시 “17년간 용역업체의 만행에도 상담사들은 묵묵히 버텨 냈지만,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지금의 사태가 바람직한 것인지 건강보험공단에 묻고 싶다”라면서 “공단은 노조를 인정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상담사들의 권리를 보장하라”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협력업체는 공단과 수평적인 관계인 관계로 이래라저래라라고 일방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라면서도 “스마트폰 스티커 건은 공단의 인권 존중 기조에 반하므로 협력업체 측에 공단 성격과 배치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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