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따라가고 싶었어요
우연한 일은 아닙니다
상자 속에 숨어든 건
곧 구멍을 뚫고
새의 날개와 팔다리를 얻을 것 같았죠
아이들이 밤을 밀치며
가이드라인 밖으로 달려나갑니다
구겨진 달을 던지던 소년이 코크 – 하고 얼굴을 내밀면
다른 소년이 콕, 하고 받았어요
새가 튀어나올 듯한 웃음 한 모금만
받아먹고 싶었는데
상자 안은 규칙적으로 부풀어
출구가 지워졌습니다
모서리들이 감시등을 켜고
코크–, 콕 코크–, 콕
웃음 같기도 경고 같기도 한 낱말이
공중을 튕깁니다
저녁은 불빛을 감싸안고 자맥질하다가
소년들을 집으로 데려가고
오래 웅크렸던 나는 상자 밖으로 걸어나와
조심조심 코르크 마개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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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화 작가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어릴 적 상자 속에 숨어본 적이 있을까요? 상자가 아니더라도, 마음속 어딘가에 나만의 방을 만들고 그 안에서 세상을 훔쳐보던 기억이요. 「코크와 콕 」 이 시는 제목부터 흥미로워요. “나도 따라가고 싶었어요”라는 첫 구절과 “나는 상자 밖으로 걸어나와 /조심조심 코르크 마개를 엽니다” 마지막 구절의 호기심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해지거든요.
“코크,– 콕”을 주고받는 소리놀이는 듣는 이의 위치에 따라 다른 울림이 되지요. 함께 있는 이들에겐 리듬으로 밖에 있는 이에겐 문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리니까요. 웃음을 액체와 새처럼 표현한 “새가 튀어나올 듯한 웃음 한 모금만 받아먹고 싶었는데” 이 행에서 갈증과 날갯짓이 느껴져요. 하지만 상자는 점점 부풀며 출구를 지어버리지요. 안전함이 감옥이 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만든 벽 앞에 서게 된다는 이야기. 어둠 속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화자의 모습은 참여와 관찰 사이에서 망설이던 우리의 초상 같아요.
이 시는 놀이와 참여 욕구 사이의 긴장을 리듬감 있게 들려주지요. “가이드라인 밖으로” 달려 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느끼는 부러움과 두려움처럼 말이에요. 결국 모두가 떠난 뒤에야 화자는 상자 밖을 나와 “조심조심 코르크 마개를” 열어보지요.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닫혔던 무언가를 여는 것. 때로는 이런 조용한 용기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걸 화자는 말해주고 있어요. 소속감에 대한 현대인의 갈망을 어린아이의 놀이를 통해 그려내는 「코크와 콕 」. 누구나 한 번쯤은 ‘나도 따라가고 싶다’고 마음에 품었을 그 기억을요.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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