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엎드려 있다
주인 곁의 수척한 개로서
사과가 말라가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내게 거닐 만한 주변을 만들어 주었던 사과 냄새
팽개쳐진
내 주인의 바구니와 토요일
나를 만질 때 예의를 갖추어다오
돈을 주든가
좋은 말을 해다오
내게는 살점이 날아간 코의 굴곡이 있다
내게는 꼬리를 움직일 감정의 음영이 있다
나는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기분을 짖을 줄 안다
그걸 모르고
나를 때리고 쓰다듬다가 울먹거릴지도 모르는 주인이 취해 있다
앉아서 잠들어간다
배가 쑥 들어갔다가 나온다
그러니 지금은 여자가 나가는 것을 볼 수가 없다
내 곁을 지나가는 작은 바람
나 같은 것들을 찾아내는 썩고 작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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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화 작가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개가 엎드려 있다. 주인 곁의 수척한 개가. “사과가 말라가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라고 말하는 화자, 이토록 자신의 비참함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만난 뒤 나는 주변 관계 속 폭력의 흔적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한때는 다정했던 사과 냄새가 이제는 팽개쳐진 바구니와 토요일처럼 시들해졌다는 고백 앞에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다정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나를 만질 때 예의를 갖추어다오” 이 낮은 목소리가 지닌 절박함을 나는 오래 생각했다. 폭력에 길든 존재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존엄과 예의다. 애정과 폭력이 뒤섞인 손길을 견뎌야 하는 존재인 개는 비참함을 짖을 줄 안다고 시인은 말한다.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고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앎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그저 가쁜 숨결로 시간을 견딜 뿐. 그리고 “나 같은 것들을 찾아내는 썩고 작은 바람”에서 죽음의 냄새를 맡을 뿐이다. 이 바람조차 ‘작고’ ‘썩은’ 것이라는 자조 속에서 비참함은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다.
이 시는 단순한 동물 학대의 기록이 아니다. 우리가 서로를 만질 때 지켜야 할 예의, 타자의 “감정의 음영”을 알아차리는 감수성에 관한 이야기다. 시인은 개의 목소리를 빌려 묻는다. 당신은 누군가를 만질 때 예의를 갖추고 있는가. 상대가 누구든 그 존재의 감정의 음영을 느낄 줄 아는가. 관계 속에서 주고받은 상처들을 돌아본다. 그리고 깨닫는다. 비참함을 짖을 줄 아는 것은 개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도 한때는 그런 목소리를 낸 적이 있고 또 그런 목소리를 외면한 적이 있다는 것을.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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