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리솜 수족관 돌고래 거취 논란…전문가 “방류는 신중히”[리얼톡]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8 17:55:26
  • -
  • +
  • 인쇄
-호반그룹 ‘퍼시픽 리솜’홀로 남은 돌고래 비봉이 방류 앞두고 의견 청취
-나오미 로즈·로리 마리노 등 해외 돌고래 전문가 참석 다양한 의견 제시
-방류 어려울 경우 바다쉼터 대안…관련 법·제도·예산 등 과제 해나가야
▲제주 돌고래 체험시설 퍼시픽 리솜에 홀로 남겨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거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비봉이와 같은 남방큰돌고래 모습. <사진=핫핑크돌핀스 제공>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수족관에 남아있는 고래류의 거취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단순히 본래 서식지에 방류하기보다 개체, 상황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방류가 어려운 고래류는 ‘바다쉼터’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17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동물자유연대가 공동 주최한 ‘수족관 고래류 보호 및 방안 관리 국회 토론회’가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n)을 통해 열렸다. 현재 국내 수족관에 전시된 고래는 22마리다. 이들은 남아있는 돌고래의 거취를 두고 최선의 보호 방안에 관해 의견을 공유했다.  

 

▲제주 서귀포시 퍼시픽리솜 돌고래 쇼 당시 비봉이가 사육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있다. <사진=핫핑크돌핀스 제공>


수족관 생활 ‘17년’ 비봉이, 방류는 신중 또 신중

이날 발제자로 나선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Naomi Rose) 박사는 제주 퍼시픽 리솜이 사육 중인 돌고래 ‘비봉이’의 방류와 관련해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비봉이’는 2005년 제주 비양도에서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로 호반그룹 소유의 ‘퍼시릭 리솜’의 돌고래쇼에 동원된 바 있다.

로즈 박사는 “남방 돌고래는 세대 학습을 통해 문화, 사회적 맥락을 배운다. 그래서 성인 돌고래가 불법 포획됐다가 다시 방류될 때 어릴 적 기억이 되살아나 곧 적응한다. 다만, 비봉이는 어릴 때 포획됐고 오랜 기간 수족관에서 사육됐다. 어린 시기 잡혔다면 사냥, 의사소통 기술을 갖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성체 때 포획됐더라도 10년 이상 수족관 생활을 한 비봉이는 야생의 기억이 희미할 수 있으므로 (방류)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포획 당시 나이와 수족관 생할에 따라 방류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방류를 추진하더라도 방류 전후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했다. 적용하지 못할 경우 재포획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로즈 박사는 “비봉이를 방류하려면 추적 가능한 위성장치를 달고 모니터링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방류를 신중하게 결정하되 적응하지 못한다면 재포획도 준비해야 한다”라면서 “모니터링 기간은 최소 3개월, 혹은 모든 계절을 거치는 1년이 이상적” 이라고 밝혔다.

 

▲제주 동물쇼체험시설 퍼시픽 리솜이 최근 보유 중이던 돌고래 2마리를 무단 반출하며 돌고래들의 보호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핫핑크돌핀스 제공>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대표도 “비봉이의 방류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다만 무조건적 방류가 아니라 방류 시도 과정에서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라면서 “방류가 어려운 수족관 고래류에게 열악한 환경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암수 분리 사육, 환경 개선, 풍부화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생크추어리(바다쉼터) 필요성 
여건 상 방류가 어려운 돌고래를 위해 ‘바다쉼터’가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로리 마리노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 대표는 “생크추어리(바다쉼터)는 방류가 어려운 고래들을 위한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진정한 생크추어리는 단순하게 동물들이 생존하는 것뿐 아니라 자율성을 보장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 말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포트 힐포드만에 지어질 고래를 위한 바다 쉼터. 넓이가 약 40만 5,000m²에 달한다. <사진=토론회 자료집 캡처>


마리노 대표는 바다쉼터 적합지 선정을 위해서는 기온, 수심, 해수 흐름, 해양 환경과 같은 물리적 측면을 비롯해 지역 주민의 지지 등 사회적 측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 바다쉼터는) 40만5,000m²의 넓이에 벨루가 여덟 마리, 범고래 세 마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조성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벨루가 두 마리를 데려오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바다쉼터 건립에 토론자들은 대부분 공감했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 실장은 “바다쉼터 건립에 동의한다. 다만 이를 위한 근거, 운영 지원이나 자금 조달 계획이 없어서 차근히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용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사무관도 “지난 3년간 바다쉼터 대상지를 검토했으나 결과적으로 지역을 선정하지 못했다. 올해 별도의 연구과제를 통해 바다쉼터 적합지 선정이나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제주 동물쇼 체험시설 퍼시픽 리솜에서 사육 중이던 혼종돌고래 ‘바다’가 지난해 폐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이경미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사는 바다쉼터 건립 필요한 예산, 연구, 수행 등에 장시간이 투입되는 점과 관련해 현시점에서 가능한 최상의 시설 마련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별도 이관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가 많은 것은 알고 있으나 바다쉼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라도 고래류를 좀 더 나은 시설로 이관해 야생 환경 적응 훈련을 거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복지 및 시설 관리 위한 법 개정 ‘시급’
수족관 고래류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응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돌고래 올라타기, 돌고래 만지기 등 부적절한 행위를 법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최재용 사무관도 ”현재 법적으로 수족관 관련 기준은 최초 등록 때 시설과 인력에 대한 등록 조건만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개정안은 동물원과 수족관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전문검사관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