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빛이라도 들이고 싶은 겨울밤
나는 걸어가요 모르는 사람의 집으로
창고에서 찾은 미니 트리를 나눠준다고 해서요
씬지로이드정을 삼키며 아침을 거른 뒤로
세 번째 맞는 겨울
거센 바람에 눈송이가 울울하게 날릴 때
난 어둠 속에서 내가 평생 먹어야 할 알약들을 봐요
눈과 입술, 목덜미며 손등에 스미는 차가운 환약들
가볍게 옷을 털고, 우산을 쓴 채 나아가는 뒷모습 사이에서 나만 환한 점박이로 남는 밤
상자는 헤져 있고 건전지도 필요하지만
세상은 크리스마스트리
어느 각도에서 보든 빛이 납니다
당신이 불을 켜려고만 하면요
하나하나 인간은 전구입니다
다 어딘가에 매달려 있습니다
빈속에 불꽃을 끌어안기 위해
투명하게 속을 비운 채로
꺼질 듯 꺼질 듯이
꺼지지 않는 밤을 에워싸려고요
마사 상,
여기서 보면 인간 세상은 반짝이고 있어요
그쪽에서 보면 어떤가요?
* 마사 나카무라(マーサ・ナカムラ)
1990년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시 출생.2015년 잡지 『현대시수첩』에 「야나기타 구니오의 죽음(柳田国男の死)」이 게재되며 본격적으로 활동 시작.
2016년: 제54회 현대시수첩상 수상. 2018년: 제1시집 『너구리의 상자(狸の匣)』으로 제23회 나카하라 주야상 수상. 2020년: 제2시집 『비를 부르는 등대(雨をよぶ灯台)』로 제28회 하기와라 사쿠타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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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화 작가 |
차갑고, 희고, 작고, 수없이 많은 것들. 그러나 그 사이에서 “환한 점박이”로 남는 화자는 소외가 아닌 빛을 향해 걷는다. 어둠 속에서도 자신이 빛날 수 있음을 믿어주는 마사 상이 있기 때문이다. 혼자 걷지만 혼자가 아닌 밤, 시인은 조용히 묻는다.
“그쪽에서 보면 어떤가요?”
“마사 상”이 누구인지, 시는 설명하지 않는다. 열려 있는 이 이름 안에는 다만 시인의 다정함이 깃들어 있을 뿐이다. 밤길을 걸으면서도 세상이 반짝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디선가 시인을 위해 조용히 불을 켜고 있을 마사 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시는 그 빛에 대한 감사이자, 더없이 고요한 보고이다.
넓은 의미에서 「빛 돌려주기」의 ‘마사 상’은 서로가 서로에게 빛을 밝혀주는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김보나 시인의 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빛처럼, 우리 역시 각자의 삶과 염원으로 누군가에게 빛을 돌려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의 걸음은 단순한 일상의 이동이 아니라 서로의 빛을 기억하고 되돌려주는 마음의 순례와도 같다. 아픔을 삼키며 걸어온 시간 속에서도 시인은 빛을 잃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에게 닿을 작은 빛 하나를 품은 채, 시인은 오늘도 마사 상을 떠올리며 길 위를 걷는다.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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