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國利民福을 두고 근사한 맞짱을 뜨라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2-03-28 1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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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역대 비호감 선거라는 대선이 끝났지만, 지금까지 싸움이 진행 중이다. 이사 갈 세력과 이사 올 세력이 명확한데 서로 내 권리를 주장하고, 언론은 연일 큰일이라도 난 듯 기사화해 불을 붙이니 신문 보기가 민망하다. "청와대를 이전해야 한다." "인사권은 우리가 행사해야 한다."를 두고 신, 구정권이 서로 '우리가 해야 한다'며 샅바 싸움을 벌이니 정국이 초긴장 사태다. 이것은 국민이 먹고사는 민생 문제와는 하등 상관없는 서로간의 힘겨루기다. 그렇다고 가만히 짚어 보면 지금의 사태가 갑자기 찾아온 예외적인 상태가 아닌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선거 결과로 하루아침에 여ㆍ야당이 뒤바뀌어 공수가 모호해진 정치인에게는 삶 자체가 언제나 긴장 상태다. 그러니 이쯤에서 여, 야당은 냉소와 대립을 멈추고 국민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한계에 몰려 힘든 사람이 넘치는 이때 당장 시급한 민생 문제보다, 두 권력이 기 싸움을 벌이는 사태가 민망하다.

우리나라 정치는 언제부터라고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을 좌파 진보라 칭하고 국민의힘을 우파 보수라 부르는 편의적이고 상대적인 것으로 통칭해 진보와 보수 두 세력을 분류했다. 이 다른 두 세력은 이념보다는 '국리민복'이 최고 정책인데 그걸 두고 서로 싸워야 함에도 서로 정치적 자존심을 두고 싸우니 바라보는 국민만 딱하다. 좋은 정책은 국리민복을 불변의 가치로 두고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문제 해결의 최적이 되어야 한다. 이념은 국리민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누가 더 잘할 수 있는가를 두고 두 세력이 선의의 경쟁을 할 때 국가가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예전 선거에서는 지금 선거처럼 진보ㆍ보수 세력이 비등하게 맞짱을 뜬 경우는 없었다. 맞대결을 할 만큼 진보세력이 크지 못했으니 선거판은 항상 수구와 보수 세력의 우위로 짜여졌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진보세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며 몸 불리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에 맞선 수구와 보수는 성장은커녕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만 공을 들였다. 6.29선언 이후 대통령직선제에서 보수는 경상도 세력이 주축이 된 35%의 콘크리트 지지라는 것 때문에 4번씩이나 권력을 장악했지만, 진보도 전라도 세력이 주축이 된 25% 내외의 굳건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개혁의 중도나 계산적 보수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3번씩이나 정권을 장악했다.

진보세력은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3번의 승리가 행운이었지만 그 열매가 탐탁지 못했다. 보수 우파의 분열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도 완승한 것이지 진보가 잘해서 승리한 것이 아님에도 진보와 여당은 '이대로라면 20년 집권은 문제없다'며 단순 쪽수만 믿고 오만했다. 평생 정치만하다 집권한 진보 지도층 인사들의 평균치 부(富)는 일반 국민 상식을 넘었으며, 정치적 내로남불은 국민을 식상 캐 하였다. 무엇보다 진보가 집권하면 청소년과 여성 그리고 노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가 살 만한 세상이 된다는 확신은 주지 못했고 오히려 노동운동권 신귀족과 과거 운동권 사람들을 새로운 귀족으로 탈바꿈해 신 기득권자들을 양산했다. 나아가 경제 정책의 실패는 항구적 불안에 시달리는 청, 장년층과 중산층에게 진보가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제적 안정을 보장한다는 신뢰도 주지 못했고, 중요한 진보의 가치마저 상실했다. 그러나 어쩌면 0.75%가 부족한 대등한 선거 패배는 조금 더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탄이며 이 땅에 진보가 진일보 성장했다는 증거다.

진보세력의 절대우위 속에 치러진 이번 대선에는 보수 세력이 신승을 했기에 아직도 일부 진보세력은 받아들이지를 못하며 '통합정치'를 외치고 있다. 표차가 대등하다며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절망을 퍼 나르는 자들이 많다. 의회 권력을 쥐고 있는 좌파 정치권은 먼저 편견과 무기력을 타(他)의 탓으로 돌리는 투사(projection)는 멈춰야 한다. 수구와 보수를 적으로 생각하고 상대가 의회 쪽수가 적다고 펌하해선 안된다. 대선 결과를 보면 적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적개심으로 규합할 수 있는 내편 유권자는 20~30%뿐이다. 경상도 75%와 전라도 90% 사이의 질적 차이를 논할 바가 못 된다. 이유야 어떻든 '묻지마 콘크리트 지지'는 어떤 논리에도 깰 수가 없는 우리 정치의 고질병이다. 문제는 중도층의 지지인데 좌파 야당의 몽니 정치로는 중도층의 마음을 받을 수가 없다.

이제부터 진보 야당의 거듭나기는 '지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이기기 위해 보수 여당과 싸우는 것보다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을 위해 중간지대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 결코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설사 지더라도 진보의 가치인 공정한 경쟁과 정당한 분배, 자유와 평화의 틀을 활성화해야 이길 수 있다. 우리 정치에서 왜? 진보는 '기업에 과도한 폭력과 파업'으로 기업인들로부터 외면받아야 하는가? "노조가 사유재산을 파괴한다." "파업 때문에 노동자만 힘들다." "전교조가 내 자식을 망친다." "국민의 혈세를 왜 북한에 퍼주느냐?." 등 이와 같은 '희생 담론'이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도록 진보도 구태의 사회운동 방법의 문제점을 잘 고쳐 시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처음 시작할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민생의 바다에서 국민의 생각과 하나가 될 때 비로소 국민은 진보 야당을 지지할 것이다.

대선 승리로 국정을 책임진 우파 보수도 이겠다는 자만과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은 금물이다. 벌써 당선인 측근의 입이 헤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우파는 선거를 위해 합친 힘을 다시 밥그릇 싸움으로 분열하면 도로아미타불이란 것도 알아야 한다. 보수가 단골 메뉴로 주장하는 "시장은 공정하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 "자유는 책임이다." "세금은 적게 내야 한다." "국력만이 평화고 안보다." 등 이처럼 우파가 주장하는 성장주의는 감성적으로 도덕주의와 뒤엉켜 있다. 그러나 이 해묵은 논리는 역으로 진보의 가치만 부풀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상은 변했고 우리도 이미 세계경제 10위권 OECD가입 선진국가이다. 이에 걸맞게 옛것만을 지키려는 아집보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사고를 가지는 유연함을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글로벌 시대, 한쪽에선 연일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야만의 시대 변곡점에서 우리는 더 이상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닌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역동의 나라다. 대한민국은 시대에 걸맞은 학습 모델지국으로 재탄생되어야 한다. 이 중차대한 시대, 윤석열 정권 시작도 바로 하지 못하도록 몽니를 부리는 정치와 불필요한 내 권한을 주장하며 싸우는게 과연 국민을 위해 올바르고 상식의 정치인가. 평화로운 변화, 협치와 협상을 통한 켄센서스속의 정치 발전을 갈망하는 것이 순수한 국민적 개탄이어서야 되겠는가. 매사에 내 편을 따지거나, 우리에게 유리하냐 저쪽 편에 기울었나, 하는 식의 비딱한 관점에서만 우리의 이 개탄을 해석하려 하지 말고, 구정권 야당은 부디 이 어지러웠던 혼란과 난전 그리고 제자리걸음에서 자신을 해방시키고, 서로를 해방시키며 화합하기 바란다. 화해와 합의는 상대방을 위해서보다도 먼저 자신을 위해 좋은 것이다. 이것은 상식이며 바른 정치다.

좋은 정치 바른 정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획일화도 바람도 아닌, 국리민복의 정치로 모든 사항이 더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될 때 비로소 모든 국민이 만족해 웃는 것이다. 그러하니 진보와 보수 모든 정치권은 국민을 위한 통합, 상식, 공정, 소통 이 네 기둥을 붙들고 바로 세우기를 경쟁하며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의 '국리민복' (局理悶僕)이 아닌 국민의 '國利民福'을 위해 다시 한번 근사한 맞장 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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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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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귄중수님 2022-06-03 17:25:32
탁월한 식견에 감사드립니다.좋은글 계속써주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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