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규제 완화, 대규모 금융 소비자 피해 발생 가능성 ↑
-역외 펀드, 금융 산업 정책 및 금융 감독 업무 분리 필요성 제안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잇따른 역외펀드 부실 피해, 왜 발생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제목으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최근 정부가 각종 규제 완화를 천명한 가운데,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하나은행 판매), 독일 헤리티지 펀드 등 잇따른 역외펀드의 부실 판매 문제가 대두되자 전문가들은 금융산업·감독 분리, 수사·조사 공조 체계 구축, 감독 당국의 전문성 확보 필요에 공감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진선미·오기형·이용우 국회의원,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주최로 ‘잇따른 역외펀드 부실 판매, 왜 발생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참여자들은 국내 대형금융기관들이 역외펀드를 금융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점들을 살펴봤다.
‘역외펀드’란 외국 자산운용사가 현지법에 의해 설립·운용하는 해외펀드(Off-Shore Fund)다. 국내 운용사가 국내법에 따라 설립·운용하는 해외펀드(On-Shore Fund)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최근 불완전판매로 수많은 금융피해자를 양산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 결합 펀드(DLF), 독일 헤리티지, 이탈리아 헬스케어, 미국 디스커버리는 모두 ‘역외펀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역외펀드 부실피해 사건의 발생원인’으로 먼저 ‘정보성의 부족’을 꼽았다. 해외 대체투자상품 특성상 운영현황 파악과 사후관리가 어려워 기본적으로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이 실행위원은 “투자의 핵심 성패는 정보력과 속도에 달려 있고, 실제로 정보력의 차이가 투자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국내에 투자할 때에 비해 정보 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어서 투자가 부실화될 위험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점에 더해 최근 역외펀드 부실 판매사건은 투자대상이 운용현황 파악과 사후관리가 어려운 해외대체투자 상품”이라며 “정보력의 격차가 더욱 심해졌다. 투자 방식도 재간접 펀드나 파생결합증권(DLS) 판매 등을 취하면서 역외펀드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마저 회피하는 규제 차익을 누리면서 부실 판매의 위험성이 더욱 증가하게 됐다”라고 봤다.
대체 투자란, 전통적인 투자자산군인 주식과 채권이 아닌 부동산, 발전소, 사회간접자본(SOC), 대출(매출)채권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실행위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국내 해외 대체 투자 펀드 규모는 110조 원 수준이며 이 중 50%는 부실화 가능성이 커 투자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 |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투자 피해자들은 “판매사인 하나은행은 고객들에게 이탈리아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된다. 조기상환은 13개월 이내에 무조건 된다고 설명했으나 모두 거짓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
그는 “투자대상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과 인프라, 매출채권 등이기 때문에 미래 유동성 및 수익성에 대한 엄밀한 심사와 법률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라면서 “하지만 실제로 소홀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현지 운용사 제공 자료를 검토한 것으로 현지 실사를 대체하거나 일부는 판매회사 직원의 관광이나 골프 여행 기회로 악용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정부는 앞서 2020년 6월 국내·외 부동산 등에 대체투자를 할 때 지켜야 할 절차를 표준화한 「대체투자펀드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을 실행했다. 2021년 3월 증권회사를 대상으로 한 「증권회사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시행하기도 했다. 다만, 현시점에서 현실화가 부족하다는 게 이 실행위원 의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3월 출범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금융시스템의 혁신을 거론했다. 금융당국도 이에 발맞춰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려는 모습이다. 주최 측은 글로벌 투자 확대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진 않되 금융피해 예방 장치까지 완화해 자칫 불필요한 금융피해자를 양산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그렇기에 정부의 또 다른 국정과제인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운영의 독립성 제고’가 필요하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 독립 ▲금융산업 정책, 금융감독 정책 분리 필요성을 언급했다.
![]() |
▲지난달 19일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앞두고 계약 취소를 요구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이 실행위원은 “역외펀드는 절세를 위해 대부분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유령회사를 거쳐 다수의 금융기관이 개입되는 복잡한 금융구조를 취하고 있다. 또한, 증거 개시 절차의 부재로 증거 평등의 원칙이 구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금융소비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라면서 “따라서 역외펀드 상품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금융기관을 상대로 국가기관이 기본적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해야 실효성이 있는 피해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국가의 전담 기구가 지속해서 조사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사자료를 축적해 감독행정의 전문성을 구축해야 하고 미국, 유럽, 중국 등 외국 금융감독 당국과 조사 공조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라면서 “이에 더해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독일 헤리티지펀드 등 역외펀드 부실 판매 사건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전액 배상을 결정해 책임을 가해야 펀드의 불완전판매를 막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