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한계…개인 투자자, 고위험 금융 상품 접근 제한해야” [역외펀드의 민낯③]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6-16 16:21:17
  • -
  • +
  • 인쇄
-대규모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논란 이후,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
-사모펀드 전문 투자형, 경영 참여형으로 개편 후 규제 완화•강화
-감독 및 상호 감시로만 부실 막을 수 없어…판매 자체 어렵게 해야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역외펀드 부실 피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지난해 10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의 한계성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사진=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일반 개인 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 진입장벽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취지는 좋으나 현실적으로 감독과 상호감시를 통해 부실을 모두 막을 수 없다고 판단된다는 이유에서다.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역외펀드 부실 피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사모펀드 관련 제도의 한계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자본시장법은 제2의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로 개정돼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투자목적에 따라 ‘전문 투자형’과 ‘경영 참여형’으로 분류되던 사모펀드를 투자자 기준으로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개편하자는 게 개정 자본시장법 골자다.

또한,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일반 사모펀드에는 보다 강화된 투자자 보호제를 도입했다. 예컨대, 운용사는 설정 단계에서 핵심 상품설명서에 펀드 개요, 투자전략 및 위험 요소, 환매 정보 등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했다.

판매사는 운용사의 자산운용 보고서를 토대로 핵심 상품설명서에 부합하는지를 살피고 부적절한 행위 발견 시 운용사에 대한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 수탁사 역시 보관·관리하는 투자대상 자산의 명칭과 수량 등이 운용사가 관리하는 집합투자 재산 명세서와 일치하는지를 분기별 확인 의무가 부여됐다.

노 변호사는 “현행 사모펀드 제도 개편을 거칠게 요약하면 일반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액을 비롯해 투자나 판매 자체는 같이 유지하되, 운용사에 대한 감독, 특히 판매사와 투탁사를 통한 상호감시를 강화함으로써 부실 운용을 막겠다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조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땅히 필요하고 설계한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다면 실효성도 클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다만, 노 변호사는 “그러나 판매 자체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없이 현실적으로 감독과 상호 감시를 통해 부실을 모두 막을 수 없다”라면서 ‘한계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심지어 “법령 상 정해진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음을 소명할 경우,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회피하는 면죄부로 작용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어 “운용 부실에 대해 운용사를 비롯해 판매사, 수탁사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투자자는 이들 행위 주체의 법령 위반이나 의무 해태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투자자가 판매사 등에 비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사모펀드에 대해 증권법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 면제 규정을 두면서 사모펀드 투자 자격을 원칙적으로 전문투자자, 고급투자자로 한정하고 있다”라면서 “고급투자자의 경우 인원을 35명으로 제한하고 인원이 제한이 없는 전문투자자는 개인도 될 수 있지만, 요건이 상당히 까다롭다”라고 밝혔다.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접근성을 높이자는 견해다.

그는 “투자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을 투자 기회의 불평등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는 공모펀드 활성화, 공모퍼느에 대한 규제 실효성 확대로 접근해야 한다”라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진입장벽을 강화하던가, 강화하지 않을 경우 피해구제의 장벽을 정책적으로 낮춰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오대양 뉴스타파 기자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역외펀드 부실 피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접근성을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노 변호사의 투자 자격 제한 의견에 오대양 뉴스타파 기자 역시 공감을 표했다. 

 

역외펀드 부실 사태를 오랫동안 취재한 오 기자는 “복잡다단한 국제 금융 시스템을 이용한 범죄가 늘고 있고, 사실상 이에 대응하는 감시 체계, 감독 기구가 부재한 상황 속에서 일개 개인 투자자가 고위험 금융 상품에 접근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미국 증권시장에서 활동하는 펀드매니저를 인터뷰하며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왜 한국은 야만인들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을 은행 창구에서 소개해 줍니까?라고 되물었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사모 펀드 운영에 대한 사실상 무제한의 자유를 허용하는 미국에서도 펀드 상품 판매에 있어서는 엄격한 제약이 따른다“라면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마일스 존슨 기자의 반응도 비슷했다. 존슨 기자는 한국의 개인 투자자가 시중은행을 통해 이 채권(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을 사들여 펀드런 사태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럽에서 이 채권을 사들였다가 피해를 본 곳이 있기는 했지만 피해자들은 모두 기관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