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가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 규정, 불완전판매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최초 논증”
-금융정의연대 “법원 판결보다 보수적인 금감원, 대신증권 사례 본보기 삼아 제대로 조정하라”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시민사회단체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판매사 책임 축소 움직임을 규탄하고 나섰다. 애초 계약자에게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해 착오를 일으켰으므로 ‘계약취소’ 결정이 합당하다는 의견이다.
1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등은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최근 법원이 대신증권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에 대해 ‘사기에 따른 계약취소’로 판결한 것을 본보기 삼을 것을 주문했다.
김 상임대표는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분쟁 조정위원회를 앞두고 대신증권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은 금감원이 불완전판매라는 조정으로 오판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로 유죄가 확정된다면 민법상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를 해야 하지만 금감원은 그러하지 않았다”라고 얘기했다.
▲라임 판매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지난 2020년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펀드 사태 피해자들이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불완전 판매→사기 판매
이른바 ‘라임펀드 사태’는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펀드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고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판매해 결국 환매 중단에 이르러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사건이다. 특히, 대신증권은 반포 WM센터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2,000억 원 가량의 라임 펀드를 판매했고 그 과정에서 허위 자료 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투자 피해자인 개그맨 김한석, 이재용 아나운서 등 4인은 2020년 대신증권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대신증권 반포 WM센터의 장 모 전 센터장이 펀드의 손실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안정적’, ‘확정금리형 상품’ 등의 표현을 썼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재판장 문성관)는 대신증권에 투자금 전액 반환을 명령했다. 불완전판매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당거래 행위를 적용한 첫 사례다. 금융 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의 구조나 손실 가능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불완전판매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불완전판매는 보상 비율이 매우 작다. 반면, 해당 행위가 ‘사기’로 인정되면 판매 행위를 무효로 판단해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으므로 투자금 전액 환급까지 가능하다. 현재 대신증권은 이에 항소한 상황이다.
당시 원고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우리 김정철 변호사는 “불완전 판매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를 적용해 기소된 전례는 없었다”라면서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 규정이 불완전 판매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최초로 논증했다”라고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금감원 분조위는 작년 8월 대신증권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손해배상 비율을 80%로 결정했다. 라임펀드 판매사 중 가장 높은 손해배상 비율이었으나 피해자들은 이미 펀드 판매 주범인 대신증권 장 모 전 센터장이 실형 선고까지 받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 |
▲라임 판매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지난 2020년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펀드 사태 피해자들이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금감원, 사기를 사기라 말 못하나
김 상임대표는 “라임 사태에 대해 검찰과 법원은 사기적 부정거래라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단순 부정거래로 축소하고 사기당한 피해자들한테 자기 책임 원칙을 들며 20% 과실을 물었다”라면서 “피해자들은 사기당한 것도 억울한데 금융당국이 자기들보고 20% 책임지라는 게 이상하다고 말씀하신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신증권이 항소함에 따라 향후 대법원에서 계약취소라는 판결이 확정되면 과연 금감원이 분쟁조정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도 마찬가지다. 만약 분조위에서 불완전판매로 결정하면 조정을 거부하고 민사소송을 할 계획”이라면서 “이 또한 민사에서 계약취소 판결이 나오면 금감원의 부실 조정에 대해 공익감사 청구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김 상임대표는 “최근 정은보 금감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 이후 개선된 것으로 기대했으나 개인 피해자를 외면하고 회사 편을 드는 것을 보며 과거로 회귀하는 느낌”이라면서 “사기를 사기라고 말하지 못하고 불완전판매로 축소하려는 금감원 실무진들을 규탄한다”라고 지적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