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에 끼인 채 홀로 죽었다"…태안화력 또 하청 노동자 사망, '2인 1조'도 없었다

임태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6-05 14: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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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산재사망 故 김용균 씨 이후에도 계속되는 참사…"새 정부, 노동안전 총체적 재점검해야"
▲ 지난 3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본사에서 열린 태안화력 김충현(49)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유족이 김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newsis)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한 명의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일,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이 발전소에서 선반 작업 중이던 50대 노동자 고 김충현 씨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현장에는 그와 함께 작업하던 동료도, 비상 대응도 없었다.

사고 발생 당시 ‘2인 1조’ 기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만약 곁에 동료가 있었다면 비상정지를 눌러 사고를 막거나 최소한 목숨만큼은 구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이번 사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무관심과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 중대재해처벌법도 무력화 “기업 책임 묻지 못해”

앞서 지난 2018년 같은 발전소에서 비정규직 청년 김용균 씨가 산업재해로 숨진 후,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함께 ‘김용균 특조위’를 출범시켜 22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권고안은 이행되지 않았고 원청인 서부발전은 변화를 외면한 채 여전히 다단계 하청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에 따르면 태안화력발전소는 최근에도 한전KPS에 정비 인력 감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노동 현장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근로자 김충현씨가 숨진 채 발견된 태안화력발전소 안 한전KPS 태안사무처 건물. '그린에너지와 함께 사랑받는 지속성장 기업'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newsis)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산재 유가족들과 시민사회의 오랜 투쟁으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번 사고 앞에서도 무력감을 드러냈다. 김용균 사건 당시 원청인 서부발전과 태안사업본부장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전례처럼, 또다시 기업의 책임이 희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서부발전은 더 이상 하청업체 뒤에 숨지 말고 책임을 져야 한다.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중대재해처벌법 강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 안전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는 공교롭게도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에 발생했다. 이는 노동 문제, 특히 비정규직과 산업안전 이슈가 차기 정부의 우선 과제가 되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정치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목소리가 일부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법 제도의 실효성을 되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은 아직도 요원하다. 태안화력은 고 김용균에 이어 이제 또 한 명의 이름을 떠안게 됐다”며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 반복되는 죽음은 더 이상 개인의 불운이 아니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정치권 모두가 이 죽음 앞에 응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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