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식사 대신 시리얼 등 간편식으로 변경…"쉼 줄이고 일하라는 뜻"
-모 팀장, 직장 내 성폭력 신고 수차례…피해자 퇴사, 가해자 처벌 NO
-서울 본사 “직원들과 상생 고민해나갈 것” 현대차 '자회사 노조 미관여'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해비치지부 등은 3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 앞에서 ‘4대 악 근절’과 노조 인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대표이사 김민수) 내에서 차별, 복지 후퇴, 직장 내 성폭력 축소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경영행태를 지적한 한 노동조합 간부는 서울에서 제주로 발령나기도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해비치지부 등은 3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 앞에서 ‘4대 악 근절’과 노조 인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골프장, 호텔, 리조트, 레스토랑, 오피스 VIP 서비스 등을 운영하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다. 1999년 36홀 규모의 해비치 컨트리클럽 제주를 시작으로 제주도 내 해비치호텔&리조트와 경기도 화성의 롤링힐스 호텔, 서울 웨스턴리조트 등을 보유하고 있다.
노조가 지적한 ‘4대 악’이란 ▲본사와 사업장 간 임금 차별 ▲비인간적 근무환경 ▲부당한 전보 발령 ▲상습 성희롱·추행 가해자 옹호 등이다. 이들은 4대 악을 비롯한 불합리한 호텔 문화 개선을 위해 올해 4월 26일 노조 설립 후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사측에 2차례 보냈다. 그러나 사측은 회신은커녕 정식 노조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이날 해비치지부 부지부장은 “헌법과 노동관계법이 보장하는 합법적인 노조를 설립한 지 벌써 두 달여가 지나고 있다”라면서 “노조는 극심한 임금 차별, 주6일 근무 강요, 부당한 인사 발령, 성희롱 가해자 옹호 등 불합리한 4대 악행 개선 등을 요구하고 공식적인 대화를 요청해왔으나 사용자는 대화에 응하지도, 개선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경영진이 이윤 및 효율성만 추구하다 보니 직원 복지마저 퇴행시키는 부조리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사측은 성수기인 6월부터 갑작스레 아침 식사 메뉴를 기존의 밥과 반찬이 아닌 시리얼과 우유로 대체했다. 재밌는 건 제주도 사업장에는 시리얼만 주면서 골프장과 화성 사업장은 변경 없이 제대로 된 음식이 제공된다는 사실”이라면서 “왜 직원 수와 매출이 가장 많은 제주 사업장에만 이런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냐”라면서 울분을 토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도 경영진의 맹목적인 이윤 추구 행태를 지적했다. 고 지부장은 “식사 시간에 먹고 싶은 메뉴도 아니고 시리얼 같은 간편식으로 대처한다는 것은 사실 먹는 시간, 쉬는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손님 맞을 준비나 하라는 게 회사의 진심”이라면서 “과거 세종 호텔에서는 직원들의 식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양치질 대신 입을 헹구라며 가그린을 배치한 적도 있다”라고 했다.
이어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직원들을 그만두는데 회사는 부족한 인원을 채울 생각하지 않고 그저 서비스 향상만 요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모든 괴로움은 노동자들이 받아야 했다”라면서 “자본주의 내에서 노동자들이 자기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노조가 필요하고, 회사는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라면서 사측의 대화 수용을 주문했다.
또 다른 발언자는 서비스업종 내 중간관리자가 갖춰야 할 소양을 언급함과 동시에 제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모 팀장을 거론했다. 사측이 모 팀장의 직장 내 성폭력 가해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적절한 조처는커녕 옹호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해비치지부 등은 3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 앞에서 ‘4대 악 근절’과 노조 인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성지온 기자> |
최대근 전국서비산업노조연맹 부위원장은 “호텔은 고객에 감정을 파는 곳이다. 영업하다 보면 가끔 고객으로부터 심한 홀대를 받는다”라면서 “이때 호텔 노동자의 상급자 혹은 중간관리자들은 ‘수고하셨다’, ‘고생하셨다’, ‘속상한 마음 이해한다’와 같은 말로 상처받은 노동자가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달래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수많은 호텔이 이렇게 운영되며 이렇게 해야지만 매출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중간관리자, 혹은 상급자들은 직장 갑질, 인격 모독, 심지어 성희롱 등을 자행하고 있다”라면서 “21세기에 성희롱이라니. 특히 감정노동을 하는 호텔 내 중간관리자, 상급자들이 이 같은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호텔은 처음 본다”라고 현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최 부위원장은 이어 “이런 것들이 해결되지 않아서 노동자들이 헌법에서 보장된 노조를 만들고 대화를 시도했으나 사측의 악행은 더 심해지고 있다”라면서 “지부장과 부지부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고 전보를 했다. 한 사람에 한 달에 2번 이상 징계를 내리는 회사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라고 사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서울 본사 관계자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직원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한편, 노조가 대화 상대로 지목한 현대자동차 측은 '자회사 노동조합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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