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해비치호텔 노조 김영기 “매출은 최대 경신, 처우는 업계 최저”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6-07 09: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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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노조, 4대 악 개선 촉구 기자회견 개최
-기존 식사 대신 시리얼 등 간편식으로 변경…"쉼 줄이고 일하라는 뜻"
-모 팀장, 직장 내 성폭력 신고 수차례…피해자 퇴사, 가해자 처벌 NO
-서울 본사 “직원들과 상생 고민해나갈 것” 현대차 '자회사 노조 미관여'

 

▲ 김영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해비치지부 부지부장은 3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합리한 회사 문화 개선을 위해 서울 본사와 모회사 현대자동차 측에 대화를 요구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체감온도가 34도까지 오른 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 앞에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직원들이 모였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대표 김민수)는 제주도에 있는 관광호텔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다. 제주도에서 일하던 이들이 무더운 날, 서울까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주간>은 김영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해비치지부 부지부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김 지부장은 센트로폴리스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본사와 모회사인 현대자동차에 노사 대화에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센트로폴리스 빌딩은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본사가 케이터링 등 입주사 전용 서비스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이다.

그는 “현대자동차그룹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2021년도에 이어 2022년에도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고 있으나, 정작 현장에서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업계 최저 수준”이라면서 “이직이 잦고 지원자도 적어 남은 직원들이 주6 일 출근하면서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2021년 기준 매출액은 933억 4,041만 원이다. 2020년에는 694억 5,492만 원을 기록했다.

이날 김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가 사측에 개선을 촉구한 ‘4대 악’이란 ▲본사와 사업장 간 임금 차별 ▲비인간적 근무환경 ▲부당한 전보 발령 ▲상습 성희롱·추행 가해자 옹호 등이다.

이들은 4대 악 등 불합리한 호텔 문화 개선을 위해 지난 4월 26일 노조를 설립하고 회사에 2차례 공식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김 지부장은 “4월 말 노조를 만든 뒤, 서울 본사에 두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단 한 차례 본사 측 사람이 ‘무슨 일이냐’라고 유선전화 온 게 전부”라면서 “헌법과 노동관계 조정법이 보장하는 노조를 설립하고 공문 형식으로 공식적으로 대화를 요청한 것인데 무성의하게 전화로 응대한 것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개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해비치지부 등은 3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 앞에서 ‘4대 악 근절’과 노조 인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성지온 기자>

본사-지역 사업장 간 ‘차별‘
노조는 가장 먼저 극심한 임금 차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회사가 직급체계를 개편하면서 본사와 지역 사업장 간 임금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역 사업장의 직급체계는 스텝, 수퍼바이저, 매니저, 디렉트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 본사는 사원, 대리, 과장, 차장 순이다.

김 지부장은 “승진에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 사원에서 대리는 3년, 대리에서 과장은 5년 정도가 걸린다. 사원이 과장까지 8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반면, 지역 사업장은 스텝에서 수퍼바이저까지 최대 4년, 수퍼바이저에서 매니저까지 8년이 걸린다. 스텝이 매니저까지 승진하려면 10년 이상 걸리는 셈”이라면서 “저희 조합원분들 15~16년 차지만 여전히 수퍼바이저에 머무르고 있다. 그 정도 연차면 디렉터도 충분한데도 말이다”라고 했다. 진급 속도가 본사보다 느리다 보니 같은 대리급이더라도 최대 1000만 원까지 임금 차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그 결과, 직원들의 이직이 잦고 부족한 인력을 남은 이가 충당하다 보니 업무 강도도 높은 편이라는 게 김 부지부장 얘기다.

그는 “현장 쪽 식음팀, 조리팀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밥 먹을 시간조차 없어서 허겁지겁 먹거나 아예 굶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원래 주 52시간 근무제가 상식이지만 해비치는 주 72시간 근무한다”라면서 “회사도 인력 구인을 위해 꾸준히 공고를 올린다고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타 호텔보다 연봉이 적다. 제주 내 대학교에서도 해비치가 ’짜다‘고 소문 나서 신규 직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저임금→이직·퇴사→고강도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부당하고 몰상식한 전보 발령
그는 현재 서울에서 왕복 5시간이 걸리는 경기도 화성 ‘롤링힐스 호텔’로 출·퇴근 중이다. 당시 사측은 발령 사유로 ‘매출 달성 기회를 놓쳤다’라는 취지의 답을 했지만,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김 부지부장은 ‘부당하고 몰상식한 발령’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김 부지부장은 지난 2018년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 전보’를 인정받고 복귀한 시점에서 재차 전보 발령된 사례다. 그는 과거 서울 현대건설 계동사옥에서 근무하던 중, 갑작스럽게 제주도 발령을 받고 골프장에서 5개월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올해 2월, 서울 본사는 또 다른 노조 간부인 안성준 해비치지부 지부장도 서울에서 제주도로 전보 발령 내렸다.

그는 “회사는 부당하고 몰상식한 전보 발령을 내는 것도 물론, 아예 기존 업무 성격과 다른 일을 맡긴다. 그래서 대부분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둔다”라면서 “최근 서울에서 제주로 발령난 지부장도 원래 개인 회원을 상대로 한 서비스 제공이 주요 업무였지만, 갑자기 서비스 대상을 휴양소 등 사업체로 바꿨다. 지부장은 거래처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그 한 달 동안 징계를 2번 받았다”라고 했다.

이날 노조는 회사가 상습적으로 직장 내 성폭력을 가한 직원을 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모 팀장은 입사 후 여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벌였다. 두 차례 이상 내부 신고가 이뤄졌으나 자체 조사에서 별다른 징계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오히려 비밀 유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2차 가해가 가해졌고 피해자가 퇴사했다고 노조 측은 증언했다.

김 지부장은 “성희롱을 일삼는 팀장은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자체적으로 덮어버리고 최근에는 객관성을 위해 노무법인을 통해 조사했지만, 이 역시 무혐의로 결론 났고 결국 피해 여성 직원은 퇴사했다”라면서 “현재까지 한 사람에 의해 3~4명의 여직원이 성희롱, 성추행을 당했고 모두 회사를 떠났다. 회사는 하루빨리 성희롱과 직장 내 갑질 등 반사회적인 4대 악행에 대해 즉각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서울 본사 관계자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직원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한편, 노조가 대화 상대로 지목한 현대자동차 측은 '자회사 노동조합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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