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및 교육청, 피해자 신고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징계 미루고 직위 해제 조치
-여성·시민사회단체 지난 13일 기자회견 열고 가해 교사 징계 및 진상 규명 촉구
-양지혜 기본소득당 비례대표 후보 “성평등한 교육 환경 위한 조례 제정할 것”
▲ 기본소득당 경기도의회 의원 비례대표 양지혜(26) 후보가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초등학생을 강제 추행한 교사에 대한 징계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자로 나섰다. <사진=성지온 기자>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또 교사에 위한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경기도 모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교사 A씨는 당시 13세에 불과한 B양의 속옷을 들쳐 손을 넣어 강제 추행했다. 가해 교사는 평소에도 학생들의 허리와 배를 감거나 쓰다듬는 등 신체 접촉이 빈번했다. 해당 교사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졸업생의 증언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는 사건 발생 1년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피해 학생을 보호해야 할 학교는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까지 거부하는 등 누구보다 사건 경위 파악에 소극적으로 대처 중이다.
지난 13일 위 사건의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여성·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이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열렸다. 이날 발언자로 참석한 기본소득당 경기도의회 의원 비례대표 양지혜(26) 후보는 이번 사건에 대해 “‘스쿨 미투’ 고발 이후 4년이 흘렀지만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라고 한탄했다.
양 후보는 2018년 학교 내 성희롱과 성추행 문제를 공론화한 학생들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인 ‘스쿨 미투’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WeTee)’의 전 공동대표로서 지난 2019년 2월에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한국의 스쿨미투 상황을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그해 양 후보는 CNN이 선정한 ‘아시아를 변화시킨 청년 운동가 5인’에 이름을 올렸다.
양 후보는 이날 <일요주간>과의 만남에서 ‘전수 조사’에 비협조적인 학교 측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학교는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하겠다면서 경찰이 전수 조사를 요청하자 협조를 거부했다. 징계 절차는 별도다. 수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가해 교사를 징계할 근거는 충분하다”라면서 “수사 결과가 안 나왔으니, 징계를 안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학교장에게는 아동 학대를 신고하고 예방할 의무가 있다.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의무 방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교 내 성폭력 전수 조사는 스쿨 미투 운동의 첫 번째 요구였다. 학교 내 성폭력은 일부 학교, 일부 교사의 일탈이 아니라, 그 자체로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문화였다”라면서 “교사들 눈치 보며 전수 조사를 하지 않던 교육부는 작년에야 성희롱·성폭력 실태 조사를 진행했고 그마저도 코로나 핑계로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양 후보는 또한 학교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조례 제정 등으로 지금보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교육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아울러 ‘학생인권법’ 제정으로 학교가 학생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후보는 “스쿨 미투가 만연한 학교에서, 일방적인 존경과 굴종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화장한 여학생에게 ‘다방 나가는 여자 같다’고 했던 교사에게, 스쿨 미투 운동은 꽃뱀들이 하는 거고 말했던 교사에게, 생활지도 명목으로 내 몸을 함부로 만졌던 교사에게 감사하지 않고 감사할 수 없다”라면서 “경기도 의원이 되면 성평등적인 교육환경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것부터 의정활동을 시작하겠다. 교사와 학생이 평등하게 관계 맺을 수 있는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 기본소득당 경기도의회 의원 비례대표 양지혜(26) 후보가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초등학생을 강제 추행한 교사에 대한 징계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자로 나섰다. <사진=성지온 기자> |
<양지혜 기본소득당 경기도의회 의원 비례대표 후보와의 일문일답>
Q. 지난해 경기도 모 지역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교사의 강제 추행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A. 학교 내 성폭력은 아동 학대의 일환이다. 학교장은 이러한 아동 학대에 대한 신고 의무가 있고 예방과 수사 협조에 적극적이어야 했으나 그러하지 않았다. 학교가 전수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도 굉장히 유감스럽다.특히, 가해 교사의 징계 결과에 대해서는 대부분 비공개 처리됐다. 직위 해제는 징계가 아닌데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다. 교사의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외부 유출은 불가능하겠으나 직접 추행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에게는 당연히 가르쳐줘야 한다. 그래야지만 피해자가 학교를 믿고 등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스쿨 미투의 경우 피해 학생들이 익명으로 공개하는 경우가 많아 가해 교사의 신상 공개가 조심스러웠다. 반면, 이번 경기도 초등 교사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가 특정 돼 있음에도 가해 교사에 대한 처벌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건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이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Q. 가해 교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겪은 학생들이 더 있다는 증언이 발언 중에 나왔다. 상습적 추행이라면 더욱 큰 문제가 아닌가.
A. 가해 교사의 상습적인 성폭력 피해가 있었다는 증언이 성명서에 나온다. 그런데도 전수 조사를 한 차례도 시행하지 않았다. 교육지원청에서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하겠다고 하나, 학교 측이 거부하고 있어 전수 조사할 수 없다. 현재 학교가 거부하면 사법 당국일지라도 강제할 권한이 없다. 참담하다.
Q. 학교가 굴종(제 뜻을 굽혀 남에게 복종함)을 가르친다는 표현은 어떤 배경에서 나온 발언인가.
A.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에서 활동할 당시 ‘우리는 감사하지 않습니다’라는 캠페인을 한 바 있다. 당시 많은 여성 청소년들이 선생님으로부터 성적인 희롱이나 농담을 받은 경험이 있고, 이들 모두 ‘너를 아껴서’, ‘관심을 주느라’, ‘교육적 지도의 일환에서’ (희롱 등을)했다는 식의 변명을 들었다고 했다. 이 외에도 교사의 폭력적인 발언, 학생을 인격체로 보지 않는 태도, 생활 지도라는 명목으로 학생을 검열할 수 있는 권한 등 일방적으로 존경할 것을 강요하는 이러한 문화 자체가 문제라는 데 많은 청소년이 공감한 바 있다. 학생이 교사에게 굴종해야지만 ‘예의 바르다’라고 칭찬 듣는 문화, 이러한 위계질서를 해제하지 않는 이상 학교는 굴종을 가르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같이 표현했다.
Q. 기본소득당 경기도의회 의원 비례대표 후보로서 성평등적인 교육환경을 위한 조례 제정을 공약했다. 이와 관련한 보충 설명 부탁 드린다.
A. 일례로 서울시는 성평등한 교육환경을 위한 조례가 제정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에는 성평등위원회가 있다. 교육청 내에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나 성폭력 교육 활성화를 위한 조례가 미약하게나마 생긴 것이다. 정말 중요하고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반면, 경기도는 관련 조례가 발의만 됐고 상정되지 않았다. 경기도 역시 스쿨 미투가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은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생각해 경기도 의원이 되면 성평등한 교육환경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것부터 의정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Q. 조례 유무에 따라 학교 문화가 달라진다고 보는가.
A. 그렇다. 조례가 있으면 교육청 내 성평등위원회 설치가 가능하다. 이곳에서 성평등 교육을 활성화한다거나 성폭력에 대처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할 수 있다. 개인적 욕심으로는 위원회 차원이 아니라 교육청 교육감 직속 기구 차원으로 권한이 상향되어야 한다고 본다. 설령 여기까지 안되더라도 교육청 내에 성폭력 근절이나 성평등에 대해 추적 관찰 가능한 기구가 생긴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해당 조례가 생길 경우 여성과 청소년들은 보다 자신들의 목소리가 공적인 기구로 진입하는 데 하나의 창구로 사용할 수 있고 이 안에서 조금 더 행정적인 성격에서 다퉈볼 수 있다.
Q. 학교 내 성추행 문제와 관련해 단기 과제와 장기 과제를 꼽는다면.
A.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학교를 못 믿어서 직접 교육청에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다. 피해자가 직접 신고했으므로 피해자는 가해자를 어떻게 처벌됐는지 지금 당장 확인 가능함에도 이를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목으로 보호하고 있다.
현재 학교 폭력의 경우, 특별법 제정으로 매년 학교에서 형식적으로 나마 학교 폭력 실태 조사라는 걸 시행한다. 학교 내 성폭력 역시 전수 조사를 통해 가해 교사 비위 적발은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인 문화를 지속적으로 추적 및 관찰해야 한다. 이는 교육 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지금 당장 가능한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학생인권법’ 제정이 필요하다. 오늘날 학생들은 학교에서 권력이 없다. 그래서 계속 내부가 아니라 SNS 등 외부에 목소리를 낸다. 4년 간 스쿨 미투 운동을 지속하면서 많은 고발자와 활동가들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성평등 교육, 성평등 자치기구, 성평등 규칙이 필요하다고 수없이 말해왔다.
피해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밀실에서 이뤄지는 사안 처리 절차는 사라져야 한다. 학교가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동등한 주체로 볼 수 있도록 학생 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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