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성장했지만… "투자자 권리 보호 절차는 '1960년대'에 머물러"

김완재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8 09: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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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령 주식 3434만 주… 100세 이상 주주명부 등재자 18만 4000명
사망 후 명의개서 안 된 방치 주식 수두룩… 배당금 소멸시효 방지책 마련 필요
황현영 선임연구위원, 전자증권 시대 맞춤형 투자자 권리행사 제도 정비 제안
▲ 국내 자본시장이 코스피 상승과 시가총액 세계 7위 진입, 개인투자자 1400만 명 돌파 등 외형적 급성장을 이뤘으나, 미수령 주식 회복이나 사채권자 의결권 행사 등 투자자 권리 보호 절차는 여전히 1960년대 수준의 구식 법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최근 코스피가 파죽지세로 상승 곡선을 그리자, 서점가에 주식 관련 도서가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는 모습. (사진=newsis)

코스피와 시가총액, 개인투자자 규모 등 국내 자본시장의 외형은 빠르게 커졌지만 투자자가 잃어버린 주식을 되찾거나 사채권자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절차는 과거 법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수령 주식과 사채권자집회 제도를 전자증권 시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코스피 세계 7위·개인투자자 1442만 시대… 외형 성장 속 그늘진 투자자 권리

황현영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일 발표한 자본시장포커스 2026-16호 ‘2026년 자본시장, 1960년대에 머문 투자자 권리 보호: 미수령 주식 및 사채권자집회 제도 개선 과제’에서 자본시장 성장에 걸맞은 투자자 권리행사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세계 7위권으로 올라섰다. 개인투자자도 2019년 614만 명에서 지난해 말 1442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상법 역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 개정됐고, 2019년 전면 시행된 전자증권제도는 실물증권 없이 증권의 발행과 유통, 권리행사를 처리하는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미수령 주식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실물주권을 증권회사에 맡기지 않은 상태에서 주소 변경이나 사망 등으로 주식과 배당금 관련 통지를 받지 못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증권제도 시행 이후에도 예탁되지 않은 실물주권은 명의개서대행회사가 관리하는 특별계좌에 편입돼 있으며, 지난해 기준 미수령 주식은 3434만 주에 이른다.

주주명부에 고령 주주가 지나치게 많이 남아 있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3개 명의개서대행회사의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지난해 말 100세 이상 주주는 18만 4588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상 100세 이상 인구 8726명의 20배가 넘는다. 황 연구위원은 이를 사망한 주주의 상속 및 명의개서가 이뤄지지 않은 주식이 상당 규모 존재한다는 의미로 분석했다.

◇ 전자증권 시대에도 공탁소 방문?… 시대착오적 사채권자집회·권리행사 제도 개선 시급

실물주권을 잃어버린 주주가 권리를 되찾는 과정도 간단하지 않다. 주주명부 발급에서 시작해 분실·사고 신고, 공시최고 신청과 신청사실 신고, 제권판결, 주권 재발행 신청까지 모두 7단계를 거쳐야 하며 통상 3~4개월이 걸린다. 더욱이 공시최고를 담당하는 법원이 주주의 주소지가 아니라 발행회사 본점 소재지를 기준으로 정해져 있어 소액 주식이라도 법원을 직접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전자 방식으로 공시최고를 신청하더라도 제권판결을 위해서는 법정 출석이 필요하다.

미수령 배당금 역시 권리보호의 사각지대로 지목됐다. 명의개서대행회사에 남아 있는 미수령 배당금은 연간 약 11억~16억 원 수준으로, 배당금 지급청구권은 5년 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황 연구위원은 주주가 배당금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권리를 잃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개선책으로는 공시최고 관할 법원을 신청인의 주소지 지방법원까지 확대하고 전자소송을 통한 비대면 공시최고와 제권판결을 허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소액 주식에 대해서는 명의개서대행회사와 전자등록기관의 확인을 거쳐 간편하게 권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별도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장기간 배당금을 받지 않은 주주에게 발행회사와 명의개서대행회사가 소멸시효가 끝나기 전에 정기적으로 알리도록 하고, 시효가 지난 배당금을 공적 기구에 출연해 기간 제한 없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사채권자집회 제도 역시 전자증권 환경과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현행 상법은 무기명식 사채권자가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집회 1주일 전에 채권을 공탁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물증권이 사라진 뒤에는 전자등록증명서를 공탁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사채권자는 전자등록기관 또는 계좌관리기관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공탁소를 거쳐 집회장에 제출해야 한다.

황 연구위원은 전자등록 사채의 경우 공탁을 소유자증명서 제출로 대신할 수 있도록 상법을 개정하고, 전자증권법상 무기명사채 소유자명세 작성 사유에 사채권자집회 소집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계좌대체 방식의 공탁을 도입해 전자등록증명서 자체를 없애고, 전자주주총회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채권자집회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황 연구위원은 투자자 권리행사 제도를 현재의 자본시장 수준에 맞춰 정비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요주간 / 김완재 기자 ilyoweekl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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