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자: 이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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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완근 시인 |
이완근 시인. 전북 완주 비봉 출생.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6년 미용계 기자 입문. 1999년 월간 『뷰티라이프』 창간. 2012년 『문학광장』 신인상으로 시인 등단. 2014년 첫시집 『불량아들』 출간. 2018년 ‘천상병귀천문학상’ 수상. 2018년 에세이집 『한국 미용계를 이끄는 리더12-헤어디자이너』 출간. 2019년 전자시집 『죽음의 가격』 출시. 2021년 에세이집 『우리 사이에 詩가 있었네』 출간. 2022년 전자시집 『M의 외출』 출시. 2023년 에세이집 『우리 사랑하는 동안에』 출간. 2024년 전자시집 『그리움의 깊이』 출시. 2025년 에세이집 『詩로 쓰는 그대』 출간. 2025년 전자시집 『위대한 반찬』 출시. 현재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인 대표 겸 편집국장.
Q. 한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미용계 기자로 첫발을 내디디셨습니다. 국문과라는 전공과 거리가 먼 미용계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지요?
▶ 미용계에 발을 내딛기 전 정음문화사라는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정음문화사는 대국문학자셨던 외솔 최현배 선생님이 세우신 정음사의 후신입니다. 서정수 교수님의 추천으로 정음문화사에 입사하여 3년 동안 단행본 제작, 글쓰기 교재 편찬은 물론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96년 우연하게도 친구가 편집국장으로 있던 미용지의 후임으로 발탁(이때의 일화는 소설로 쓰고도 남을 것임.)되어 미용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Q. 기자로 입문한 지 3년 만에 직접 잡지를 창간하셨습니다.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그 결심의 배경과 창간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미용지를 맡고 참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해외 및 전국 미용인들 하고도 인연을 맺고 두터운 정을 쌓아갔었습니다. 잡지의 질을 높인 덕분인지 발행 부수도 많이 늘었습니다. 3년을 일하며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발행인과 잡지에 대한 견해가 많이 달랐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 3년 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잡지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때 같이 일했던 기자들과 인쇄소 사람 등 몇 명이 연락이 뜻을 합쳐보자고 권유했고, 결국 새로운 잡지인 <뷰티라이프>를 창간하게 되었습니다. 한번 맺은 인연은 이렇게 중요합니다. 창간 당시 새로운 기획과 아이디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잡지 창간 작업은 고되었지만 모두 즐겁게 일했습니다. 미용인들을 위한 참신한 아이템 구상을 위해 머리를 맞댔고, 아이디어 구상 후 충무로 밤거리에서 마셨던 막걸리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Q. 창간한 잡지를 28년 동안 매월 발행을 이어온 것은 작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뷰티라이프』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창간 이후 지금까지 어떤 방향으로 발행해 오셨는지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 창간 당시 월간 <뷰티라이프>의 발행 목적을 ‘전국의 미용인 및 관련 업체의 업권 보호, 권익신장, 자질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보 제공을 기본 축으로 미용업계 전반의 동반자적 공동발전을 발행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1999년 7월호로 창간, 현재 2026년 7월호까지 발행했습니다. 지금 이 시각도 8월호를 만들고 있습니다. 7월호가 창간 27주년 기념호이며 통권 325째입니다. 매달 빠지지 않고 28년 동안 325호를 발행했으니 제가 생각해도 대견합니다. 28년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각오로 견뎌왔고, 저를 믿어주시는 미용인들과 미용 관계지 분들의 격려와 성원 속에서 오늘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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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용인들의 성공적인 삶과 인생을 다룬 단행본들 |
Q. 오랜 시간 미용업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오신 분으로서, 한국 미용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 또는 업계 안에서 시급하게 바뀌어야 할 것이 있다면요?
▶ 요즘 K-BEAUTY에 대한 세계인의 시선이 놀랄 정도입니다. 미용인이 K-BEAUTY라는 측면에서 K-BEAUTY의 큰 축을 담당하면서도 실제로 받는 혜택은 미미합니다. 여기에서 시시콜콜 얘기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무엇보다 미용인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신뢰하며 ‘미용인은 하나다.’라는 단합된 의식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Q. 80여 회에 달하는 무료 세미나와 해외 미용 특강을 꾸준히 이어오셨습니다. 상업적 수익 모델과는 거리가 있는 이 활동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 1999년 <뷰티라이프>를 창간하고 미용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뷰티라이프 유명 미용인 초청 해외미용 특강’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미용인들은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기 때문에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뷰티라이프 유명 미용인 초청 해외미용 특강’은 유명 강사를 초청, 일주일간 해외에 나가 3일은 교육을 하고 3일은 관광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교육과 여행을 같이 하니 참가했던 미용인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중국 북경, 하이난섬을 위시하여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2001년 다음카페에 ‘뷰티라이프사랑모임’이 만들어졌고 2~3개월에 한 번씩 정기 모임을 했는데, 정모 때는 전국의 뷰사모 회원들이 모입니다. 정모 때 무료로 세미나와 특강을 했고, 그 횟수가 지금까지 80여 회에 이르고 있습니다. 뷰사모 회원들을 저는 가족이나 식구라고 부르는데 그만큼 정이 깊고 결속력도 강합니다.
Q. 〈시집이 있는 미용실〉, 〈미용실 시 한 수 걸기 운동〉은 미용 공간을 문화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이런 기획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진행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 <시집이 있는 미용실>은 미용실 한 켠에 시집을 구비해서 미용실의 품격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한국시인협회와 공동으로 주관했는데, 시인협회에서 추천한 시집 100여 권을 저자 구맷값으로 공동 구매해서 <시가 있는 미용실> 소간판을 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시 한국시인협회 사무총장직을 맡고 계셨던 김정수 시인의 도움이 컸습니다.
<미용실 시 한 수 걸기 운동>도 비슷한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시 한 편을 액자에 표구해서 미용실에 걸어둘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미용실 풍경과 어울릴 만한 서정적인 시를 선택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미용실에 가면 볼 수 있는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미용실 고객은 고객 충성도가 어느 분야보다 높습니다. 고객의 외모를 아름답게 바꿔주고 내면까지도 아름답게 해주는 실력 있는 미용인들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용실이 지역 문화운동을 선도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에세이집 『한국 미용계를 이끄는 리더 12- 헤어디자이너』는 미용인의 삶을 기록한 책입니다.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셨는지, 그리고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 <한국 미용계를 이끄는 리더 12-헤어디자이너>는 미용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며 성공한 미용인 12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분들이 어떻게 미용계에 입문했는지,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취재하고 만났던 일화를 중심으로 성공하기까지의 노력과 애환을 담았습니다.
처음 이 책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미용인들도 성공할 수 있으며, 명예와 부까지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미용을 공부하는 예비미용인이나 미용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적지 않은 미용인들이 보시고 많은 교훈을 얻었다는 감상평을 보내오셨습니다. 또한 이 책은 대학교재로도 채택되었는데 지금은 절판이 되어서 아쉽습니다.
Q. 2012년 미용 전문지를 13년 운영하던 편집인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첫 시집 제목이 『불량아들』인 것이 흥미롭습니다. 시집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기억에 남는 작품도 들려주세요.
▶ 2012년 문학지로 등단하고 2014년 첫 시집 <불량아들>을 출간했습니다. 이 시집에는 72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순수했던 시절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아련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시집 표4에 백인덕 시인이 쓴 글이 있는데 옮겨보겠습니다.
“이완근 시인은 ‘불량아들’이고 가족에겐 ‘사기꾼’이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사실 그는 시골에서 온 전화를 귀찮다 하지 않고 깊이 공명하며, 몇 권의 책을 핑계 삼아 바로 항공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다정다감한 존재다. 그러나 그는 또한 ‘착한 시청자’로 ‘검은 오월’을 힘겹게 지나가는 시민으로 정의보다는 당위가 사라진 시대를 아파한다. 어쩌면 모든 상처란 부자연스러운 균열에서 생성되는 혼란의 표상일지도 모른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상처’에 더 많이 집중한 듯 보이지만 그는 이미 “벼락으로 단련했을 추상같은 저 바늘/달랑 구멍 하나 만들어놓은/저 꼿꼿한 정신”을 갖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그의 시는 저 ‘바늘이 되리라, 아니다 ’바늘귀‘가 되어 세계를 관통하며 온갖 상처의 소리를 다 듣게 되리라. 들려주게 되리라.’“
공존
배암이,
오뉴월
달구어진 대지를
납작 엎드려 살 맞대고 가는 이유는
뜨거움을 몰라서가 아니야
소중한 이 품에 안 듯
지구 돌아가는 소리
온몸으로 휘감아 느끼고 싶은 게야
내 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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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상병 귀천 문학상” 수상식에서 문인들과 함께. |
Q. 2019년부터 줄곧 전자 시집을 선택해 오셨습니다. 종이책 출판이 여전히 시단의 정통으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전자 시집이라는 형식을 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 2014년 첫 시집 <불량아들> 이후 2019년부터 전자시집 <죽음의 가격>, , <그리움의 깊이>, <위대한 반찬> 등을 출시했습니다. 전자시집이 나오면 “이번 시집 30권 보내주세요.”라는, 아직은 전자시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전자시집을 내는 주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에서입니다. 전자시집은 초기비용이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발송료도 들지 않습니다. 물론 보편화되지 않은 인식이 단점이긴 합니다. 그래도 요즘엔 전자시집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두 번째 종이 시집을 거의 다 준비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Q. 2025년 최근작 전자 시집 『위대한 반찬』은 제목부터 눈길을 끕니다. 이 시집에는 어떤 세계가 담겨 있는지, 그리고 제목이 품고 있는 의미도 함께 말씀해 주시겠어요?
▶ 제 시의 대부분은 일상에서 소재를 얻습니다. 최근의 전자시집 <위대한 반찬>에 수록된 시도 아내와의 일상생활 속에서 얻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시들이 대부분입니다. ‘위대한 반찬’은 병석에 누워 있을 때 아내의 병간호를 받으며 일어났던 일화를 재미있게 표현한 시입니다. 저는 모든 예술 작품에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재미는 각자의 신념에 따라 다르겠지요. 저는 시를 쓰고 제일 먼저 아내에게 보여줍니다. 아내가 제 시의 첫 번째 독자인 셈입니다. 아내가 만족하면 저도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제게 시를 읽어줍니다. 이런 일상이 <위대한 반찬>에 수록된 시의 모태가 되었을 것입니다.
Q. ‘천상병 귀천 문학상’을 수상하셨습니다. 그 시상식이 선생님께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요. 이어 천상병 시인은 선생님의 시 세계에 어떤 존재인지 듣고 싶습니다.
▶ 시를 쓰면서도 저는 ‘문단활동’에 대한 생리적인 기피 현상이 있습니다. 문단의 어떤 집단이나 조직 활동이 저의 생리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18년 ‘천상병귀천문학상’ 소식을 듣게 되었고,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멍에를 쓴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수상 후, “외모와 술버릇에서 가장 천상병다운 사람이 상을 받았다.”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살아생전 천상병 시인님과는 인사동 ‘귀천’과 또는 술집에서 시인님의 침을 맞아가며 대작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시인님의 순수한, 어린애 같은 마음을 닮고 싶고 한편으로는 그런 시도 배우고 싶습니다.
Q. 편집인으로서 뷰티라이프를 이어가는 것과 시인으로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키워가는 일, 이 두 삶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 <뷰티라이프>는 제게 잡지 이상의 것입니다. 청춘을 바쳐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생활인으로서의 고충도 있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뷰티라이프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 시인으로서 창작열을 식지 않게 유지하는 것, 어쩌면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숙명의 일입니다.
웃음을 잃지 않는 삶, 재미가 묻어나는 작품을 이어가겠다는 소망은 과욕일까요?
Q. 마지막으로, 『뷰티라이프』와 선생님의 시를 아껴온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들으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 미용 잡지 편집자로서, 미용은 곧 예술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뷰티라이프에 시와 미술, 에세이 등 예술 코너를 꾸준히 연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잡지의 효용성이, 시의 존재 가치가 많이 달라져 가고는 있지만 인류가 있는 한 그 존재 이유는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행복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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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화 작가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cactus681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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