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사각지대①] 온열질환 산재 속출…노동계 “최고기온 대신 ‘더위 체감지수’로 지표 바꿔야”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9 13: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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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온열질환 산재 속출…노동부 ‘예방법’에 노동계 “실효성 없다”
-단순 기온 이외 습도, 복사열 고려한 ‘WBGT’ 日 14년 전 도입‧사용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건설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newsis)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온열질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폭염’ 대응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단순히 최고 기온에만 의존하지 않고 온도, 습도, 복사열과 같은 종합적인 지표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마 후 본격적인 무더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노동계는 폭염을 침묵의 살인자라며 정부 등에 온열병 예방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기본적인 수분, 그늘 등이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던 사람 중 온열질환에 의한 사망사건이 매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년간 여름철 고온으로 약 1만2,520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이가 182명, 사망한 이가 29명이다.


고용노동부는 온열질환 특별대응 기간을 선정, 발표했다. 장마 후 무더위가 예상되는 8월경 건설업 등 폭염 취약 사업장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주의 열사병 예방 조치 이행 여부 파악해 선제적으로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와 동시에 노동부는 물, 그늘, 휴식 열사병 예방 3대 수칙 및 작업중지권 등을 명시한 ‘열사병 예방 이행가이드’를 제작 및 배포했다. 

 

▲자료=고용노동부.

 

노동 당국의 이러한 폭염 대책을 바라보는 노동계 시선은 곱지 않다. 위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력이 없고 대부분 ‘실외’사업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다. 고온의 실내환경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노동자들은 배제됐고 이마저도 폭염 특보가 있어야 하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실내 작업장 중 물류센터는 주로 개방형 창고구조인 관계로 더위, 추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일요주간>은 GS프레시 물류센터에서 패킹 작업을 하는 직원 A씨로부터 더위에 취약한 근로환경을 제보받은 바 있다. [관련 기사]

 

제보자에 의하면, 약 1200평대 시설에 온도조절을 위해 설치된 기기는 대형 실링펜 4대와 수 개의 선풍기가 전부다. 에어컨은 같은 층 휴게실에 설치되어 있으나 관리자 눈치를 보느라 사실상 업무시간 대부분 바깥에서 보낸다고 전했다. 당시 제보자는 물류센터 내 더운 정도에 대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젖어서 나중에 보면 옷에 소금이 피워져 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6일 폭염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는 온열 질환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가 마련된 바 있다. 이들은 물류센터를 비롯해 조선소, 급식 조리실 등 실내지만 고온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를 위한 실효성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료=고용노동부.

 그러면서 현재 노동부가 내놓은 열사병 이행 가이드라인 중 ‘폭염 특보’ 조건부 적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김형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폭염 특보’로는 실제 사람이 느끼는 더위 수준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인체가 외부와 열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습기임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건 오류라는 견해에서다. 


김 교수는 “폭염 특보란 체감 온도로 정해지는 것이라 사업장의 실제 상황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 작업장 온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위체감지수(WBGT)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라면서 각 실내작업장 내 WBGT 측정기 설치를 건의했다.

WBGT는 1954년 미국에서 열사병 예방 목적으로 고안된 개념이다. 일반적인 온도계는 기온에 따른 인체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인 반면, WBGT는 기온, 습기, 복사열, 기류 등 열 중증을 유발하는 4가지 환경 요소를 반영했다. 일본 환경성은 2008년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료=질병관리청.

 

인체는 고열에 노출되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 배출과 같은 생리작용을 한다. 기화 현상에 의해 주변 열에너지가 뺏기면서 상대적으로 시원해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미 주변 공기가 물로 가득 찬 상황에서 땀 증발은 원활히 이뤄지기 어렵다. 건식 사우나보다 습식 사우나가 덥게 느껴지는 원인이다. 


이 외에도 주변 환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일례로 대기 온도가 33도라고 가정할 때, 아스팔트 위 혹은 그늘막 아래에 서 있는 사람 중 더위를 더 많이 느낄 사람은 전자다. 태양열에 의해 약 70도까지 데워지는 아스팔트 위에 서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열에너지를 받기 때문이다.


류현절 일환경건강센터 센터장 역시 각 사업장 내 WBGT 측정 장비 설치 의견에 동의했다. 

 

류 센터장은 “실측 결과 고열작업으로 분류되고 있지 않은 다수 업종의 사업장에서 WBGT 수준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라면서 “온열질환 예방관리를 위해서는 고온 환경에서 작업에 임하면서 받는 열 스트레스 또는 온열질환의 위험이나 위해를 평가하기 위해 WBGT를 지표 삼는 것은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이어 “현장 노동자들이 간단한 장비로 직접 측정을 수행하거나 사용자가 정기적으로 측정하여 결과를 공지하는 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더위 체감지수를 인식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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