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계산원 “고객 줄 세우고 길들여라? 기만행위” [무인계산대의 그늘①]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7-13 14: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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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이마트 일부 점포 선정, 무인 계산대 처리율 34%→50% 확대 지시
-무인 계산대 도입 이후 계산원 1,100여 명 감소…인건비 감축 의도 의혹
-일반 계산대 줄여 의도적 불편함 초래? 이마트 “현장 상황에 맞춰 운영 中”
▲지난 12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는 서울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이윤 추구를 위해 의도적으로 고객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최근 이마트가 각 지점에 무인 계산대 처리율 50%를 주문하면서 일반 계산대 직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은 12일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의 무인 계산기 독려 태도를 비판했다. 회사가 고객 불편을 초래하면서까지 이윤 창출을 꾀하려 한다는 주장에서다.

노조가 제공한 ‘이마트 인력 현황 및 매출’에 의하면 전국 121개 이마트 매장에서 계산원은 2018년 5828명에서 2022년 4755명으로 축소됐다. 계산원을 비롯한 전체 직원 수도 2018년 2만 6018명에서 2021년 2만 4599명으로 1400여 명이 줄어들었다.

이마트는 2016년부터 노브랜드 등을 설립해 현시점 200여 개 매장을 추가 운영하고 있다. 매출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력은 꾸준히 줄어 약 3300명이 퇴사했다.

이날 노조는 “2015년 대비 매출은 11조에서 16조로 무려 5조가 증가했음에도 이마트는 퇴직자 미충원, 무인 계산대를 앞세워 인력 감축, 노동강도 강화 등으로 인건비 절감을 극대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용진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 4인은 이마트로부터 4년간 총 420억의 보수를 받아 갔다. 이는 계산원이 1600년을 일해야 받을 수 있는 액수”라면서 “인력감축으로 남아있는 계산원들은 노동강도 강화로 골병들어가지만, 지금까지도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불평등을 호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마트는 올해 5월 전국 19개 점포를 선별해 무인 계산대 처리율을 평균 34%에서 50%로 높일 것을 주문했다. 당시 이마트는 2019년 일반 계산대를 21대에서 3대로 줄이고 무인 계산대로 변경한 ‘창동점’을 예시로 들며 “고객들을 체험하게 하고 학습을 강화해 고객 적응이 완성됐다”라고 문건에 명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는 이마트의 무인 계산대 유도 지침에 의해 고객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진=마트노조 제공>


◆ 의도적인 ‘불편함’   
문제는 무인 계산대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일반 계산대를 고의로 ‘감축’해 운영한다는 점이다. 무인 계산대가 계산할 물건이 소량이라면 효율적이지만 많은 물건을 구매한 고객에겐 오히려 불편할 가능성이 크다. 계산이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바코드 위치 찾기가 쉽지 않고 봉투 유무, 회원 적립, 현금영수증 발행 등과 같은 부수적 요소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는 전자기기 사용이 낯선 고령층들에게 무인 계산대가 외면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조는 일반 계산대를 고의로 줄인 점포 사례를 들며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의도적으로 고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기만행위’라고 꼬집었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이 12일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는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성지온 기자>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실제 계산원들이 계산하는 일반 계산대를 감축하여 운영하라는 지침이 시행되고 있는 점포에서는 고객들의 대기시간이 대폭 증가했다”라면서 “일반 계산대에 들어가 계산할 직원이 있음에도 본사 지침으로 ‘처리율 확대’ 지시를 받은 점포는 긴 줄이 생겨도 일반 계산대를 추가 개방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고객을 줄세우고 있다”라고 폭로했다.

이어 “고객들이 기다림에 지쳐 무인 계산대를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의도이자 쇼핑문화조차도 회사 뜻대로 바꿀 수 있는 우월감”이라면서 “물건 구매를 원하면 스스로 계산해야 빨리 갈 수 있다는 반강제적인 메시지를 심어주는 고객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비대면 선호 흐름과 무관하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지난 12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는 서울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이윤 추구를 위해 의도적으로 고객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무인 계산대는 이미 타 유통업체들이 소량상품을 줄서지 않고 빠르게 계산하기 위한 고객들을 위해 2005년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타 유통업체와 달리 가장 늦게 도입한 이마트는 가장 빠르게 무인 계산대를 확대하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타 유통업체들의 도입 초기 의도와 전혀 다르게 계산원 인력감축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라고 얘기했다.

강 위원장은 “이마트는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갑질하면 안 된다는 높아진 시민의식을 악용하고 계산원들의 업무를 고객의 무임금 노동으로 전가해 계산원 인력을 감축하고 인건비 절감을 통한 이익 극대화가 주요 목적일 뿐”이라면서 “AI도입, 4차 산업혁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이마트 관계자는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1~2인 인구가 많거나 비대면을 선호하는 젊은 층이 많은 일부 점포를 ‘파일럿’ 매장으로 선정해 무인 계산대 수를 늘리고 있다”면서도 “고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일반 계산대를 여는 식으로 현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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