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SRT 통합에도 안전체계는 이원화 논란…철도노조 "승객 안전 외주화 중단해야"

고형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9-01 15: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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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열차팀장과 자회사 승무원으로 분리된 안전체계 논란
노조 "열차팀장 1명이 최대 1200명 승객 안전 책임…구조 바꿔야"
노조, 강릉선·오송역·동대구 사고 사례 들며 지휘체계 일원화 요구
철도노조 "자회사 승무원, 비상조치 의무 있지만 실질 권한 없어"
▲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지부 KTX·SRT 승무원들은 1일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레일 직접고용과 안전 지휘체계 일원화를 요구했다. (사진=전국철도노동조 제공)

 

KTX와 SRT 통합 운행이 시작됐지만 승무원 안전업무를 둘러싼 고용·지휘체계는 여전히 이원화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지부 KTX·SRT 승무원들(이하 노조)은 1일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 소속 승무원에게 비상조치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현장 안전업무에 필요한 권한은 제한하는 현행 체계를 비판하며 코레일 직접고용과 안전 지휘체계 일원화를 요구했다.

 

◇ 철도노조, 통합 이후에도 코레일·자회사로 나뉜 승무체계 지적… 안전 권한 일원화 촉구

철도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핵심은 고속철도 통합 이후에도 유지되는 승무원의 소속 차이다. 고속열차에는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과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열차승무원이 함께 탑승하지만, 안전업무의 책임과 권한은 열차팀장에게 집중되고 자회사 승무원은 협조 역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이 같은 구조가 사고 발생 때 정보 전달과 현장 대응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강릉선 KTX 탈선사고 당시 열차팀장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회사 소속 승무원이 승객 구조에 나섰지만 공식적인 안전 지휘체계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승무원에게 지급된 무전기가 열차팀장뿐 아니라 관제와도 송신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제시했다.

오송역 KTX 단전사고에서는 관제실과 열차팀장이 사고 원인과 복구 상황을 전달받는 동안 자회사 승무원에게 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객실에서 승객과 직접 접촉하는 승무원이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면서 승객에게 대기해 달라는 안내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고, 현장에서 폭언과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동대구~경주 구간 탈선사고 역시 승무원이 열차의 기계적 결함과 안전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유받지 못한 사례로 거론됐다. 노조는 장시간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과정에서 승객들이 자체적으로 탈출하려 하자 승무원이 승객을 받아 내리는 등 현장 대응에 나섰지만, 자회사 소속이라는 이유로 코레일의 비상대응 지휘체계에서 배제돼 신속한 안내와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지부 KTX·SRT 승무원들은 1일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레일 직접고용과 안전 지휘체계 일원화를 요구했다. (사진=전국철도노동조 제공)

 

◇ 철도노조, 승무원 안전업무 권한 확대 요구… “법적 책임과 현장 권한 일치해야” 

노조는 “현행 철도안전법상 열차승무원에게 여객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의무가 부과돼 있는 반면,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업무를 지휘하거나 독자적으로 수행할 권한이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적 책임과 현장 권한을 일치시키기 위해 승무원을 안전업무의 보조자가 아닌 실질적인 안전 주체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전 지휘체계의 일원화도 주요 요구사항으로 제시됐다. 노조는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과 자회사 승무원이 서로 다른 무전망을 사용하거나 간접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현행 구조에서는 사고 대응 과정에서 지시와 보고, 협의에 불필요한 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레일 직접고용을 통해 동일한 지휘체계에서 움직이도록 해야 수백 명에 이르는 승객의 대피 등 긴급조치를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레일의 실질적 사용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조는 “코레일이 승무원 업무 매뉴얼과 유니폼 등을 결정하고 열차팀장을 통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내리고 있는 만큼, 고용 책임만 자회사에 맡기는 현재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용 절감을 중심으로 한 외주화에서 벗어나 생명·안전 업무에 대한 공공기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안전인력 운영방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종선 전국철도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경부선 의왕역에서 화물차량 연결·분리 작업을 하던 철도노동자가 열차에 깔려 숨진 중대재해를 언급하며 단독근무와 안전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4년 전 오봉역에서도 철도노동자가 작업 중 숨진 뒤 철도노조가 단독근무 폐지와 안전인력 충원을 요구했지만 인력 증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안전인력 확보를 비용과 효율성의 문제로 접근하는 정부의 방식을 비판하면서, 승객 안전을 위해서라도 현재 열차팀장 한 명에게 집중된 안전업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레일관광개발 승무원에게 정당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직접고용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코레일 열차팀장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다.

그는 특히 “현장에서 승객의 안전을 위해 역할을 수행하는 승무원에게 권한과 지위가 부여되지 않은 채 책임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승객 안전은 개별 승무원의 희생이나 책임감에 의존할 사안이 아니라 정부와 철도운영기관이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할 안전시스템이라는 입장이다.
 

▲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지부 KTX·SRT 승무원들은 1일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레일 직접고용과 안전 지휘체계 일원화를 요구했다. (사진=전국철도노동조 제공)

◇ 항공승무원과 달리 안전교육 제한… “열차승무원도 안전 전문성 강화해야”
항공 분야와의 비교를 통한 안전교육 체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지은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 사무국장은 “항공승무원이 항공안전법상 비상시 승객 탈출 등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법적 안전관리자로 규정돼 있고, 50석당 1명 이상의 승무원 탑승과 신입 승무원 교육시간의 약 40%에 이르는 안전훈련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열차승무원은 철도안전법상 여객에게 승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어 실질적인 안전교육과 훈련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TX 열차승무원 가운데 비상대응 합동훈련에 참여하는 인원이 매년 1~2명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정 사무국장은 “KTX와 SRT가 시속 수백 킬로미터로 운행하고 장거리 터널을 통과하는 만큼 열차승무원의 안전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탁고용으로 인해 정규직 열차팀장과 유사한 공간에서 안전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신분상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 역시 숙련된 안전인력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결국 고속철도 통합의 완성은 운행체계뿐 아니라 안전체계까지 하나로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승무업무를 단순 서비스 업무로 규정하는 데서 벗어나 생명·안전 업무로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교육과 권한, 지위,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안전업무 외주화 금지 ▲승무원의 안전업무 주체화 ▲코레일과 자회사 승무원의 지휘체계 일원화 ▲비상상황 정보공유체계 통합 ▲실질적 사용자 책임 이행 등을 요구했다.

 

 

일요주간 / 고형준 기자 knc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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