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Special Report | 중국 광저우 바이오 아일랜드 ②] 134만 개 특허에서 산업이 될 기술을 찾아라

서정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6-08-21 1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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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가 보여주는 대학기술 선별과 사업화의 새로운 방식



Special Report Insight — 기술사업화의 경쟁력은 특허의 숫자가 아니라 산업이 될 기술을 발견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다음 단계로 이동시키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134만9000건. 중국이 전국 2700여 개 대학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전수 점검한 기존 특허의 규모다. 이 가운데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선별된 발명특허는 68만 건이었고, 관련 기술은 46만 개 기업과의 매칭 대상으로 연결됐다. 더 중요한 숫자가 있다. 2023~2025년 특허전환·활용 특별행동 기간 약 8만 건의 대학·연구기관 발명특허가 산업화됐지만, 2025년 말 중국 대학의 발명특허 산업화율은 10.1% 수준이었다.


이 숫자는 기술사업화의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연구성과를 많이 만들어내는 능력과 그 가운데 산업이 될 기술을 찾아내는 능력은 서로 다른 경쟁력이다. 결국 기술사업화의 첫 번째 의사결정은 기술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술을 다음 단계로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① 134만9000건의 특허가 모두 산업이 될 수는 없다
특허가 있다는 것과 기술이 재현된다는 것은 다르다. 재현되는 기술과 대량생산 가능한 기술도 다르고, 생산 가능한 기술과 고객이 실제 비용을 지불하는 기술 역시 다르다.


Patent → Technology → Product → Business → Industry. 각 단계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문턱이 존재한다. 논문에서는 우수했던 기술이 실제 실험환경이 바뀌면 같은 결과를 내지 못할 수 있고, 실험실에서는 구현되던 기술이 생산공정에서 높은 원가 때문에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바이오 기술에서는 특허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비임상과 임상 Evidence, 제조공정, 품질관리, 규제경로, 적응증, 기존 치료법과의 차별성까지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산업화 가능성을 판단한다는 것은 기술에 하나의 점수를 매기는 작업이 아니라 기술이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 불확실성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작업에 가깝다.


② 광저우의 ‘800 → 33’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026년 광저우 국제바이오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전국대학 지역기술이전·사업화센터 바이오의약 분센터의 첫 프로젝트에는 전국 대학에서 800여 개 기술이 신청했다.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AI+제약 등 첨단 바이오 분야의 프로젝트들이었다.


전문가 선별과 현장평가 등을 거쳐 첫 사업화 대상으로 선정된 프로젝트는 33개였다. 단순 계산하면 약 4%다. 이 숫자를 나머지 96%가 실패했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제한된 연구비, 임상자원, 생산시설과 자본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결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Selection은 탈락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희소한 산업화 자원을 어디에 배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기술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Source의 경쟁력이라면, 그 가운데 산업으로 이동할 기술을 찾아내는 것은 Management의 경쟁력이다.
 

▲ 중국 전체 특허 선별과 광저우 바이오 프로젝트 선별은 동일 모집단의 연속 단계가 아니다. 두 사례는 ‘많은 기술 가운데 어디에 산업화 자원을 집중할 것인가’라는 공통 질문을 보여준다.


③ 기술평가에서 가장 위험한 질문은 “기술이 좋은가”다
산업화 관점에서 ‘좋은 기술인가’라는 질문은 지나치게 넓다. 기술적으로 재현되는가, 기존 기술보다 무엇이 나은가, 핵심 특허와 사업화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가, 비임상·임상 Evidence는 충분한가,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가, 반복 생산과 Scale-up이 가능한가,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다음 가치상승 단계까지 필요한 시간과 자본은 얼마인가로 질문을 쪼개야 한다.


기술성이 뛰어나도 핵심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화하기 어렵다. 강력한 특허가 있어도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가치가 상승하기 어렵고, 임상 결과가 좋아도 제조원가가 지나치게 높거나 Scale-up이 불가능하면 다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기술평가의 목적은 기술에 점수를 매기는 데 있지 않다. 이 기술이 다음 Gate로 이동하기 위해 무엇이 부족한지를 발견하는 데 있다.


④ 기술을 평가한다는 것은 ‘탈락시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Gate는 통과와 탈락만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 실제 산업화에서는 GO / CONDITIONAL GO / NO-GO라는 세 가지 판단이 필요하다. CONDITIONAL GO는 특히 중요하다. 기술은 유망하지만 추가 비임상 데이터가 필요할 수 있고, 특허범위가 부족해 추가 IP 확보가 필요할 수도 있으며, 생산공정이 불안정해 Scale-up 검증을 먼저 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술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조건을 보완한 뒤 다시 Gate를 통과하게 한다. 좋은 기술을 찾아내는 능력만큼 부족한 기술을 어떻게 Value-Up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⑤ 대학이 기술을 만들었다고 대학 혼자 산업성을 판단해야 하는가
연구자는 기술의 원리와 가능성을 가장 깊이 이해한다. 그러나 시장규모, 경쟁제품, 라이선스 전략, FTO, 규제경로, 생산경제성, 투자회수 가능성까지 한 연구자가 모두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기술이전조직, 기술지주회사, 기술매니저, 변리사, 임상전문가, 산업전문가와 투자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들은 연구자를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연구자의 언어를 특허와 규제, 기업과 시장, 자본의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에 가깝다.
 

⑥ 공급자가 아니라 기업의 문제에서 기술을 찾는다
대학기술 사업화의 전통적인 모습은 Technology Push에 가깝다. 대학이 보유한 특허를 정리하고 설명회를 열어 이를 필요로 할 기업을 찾는다. 하지만 기업이 실제 현장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먼저 확인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대학에서 역으로 찾는 Market Pull 방식도 중요하다.


2026년 광저우의 대학 기술성과 매칭에서는 20여 개 대학이 100건 이상의 기술성과를 제시하는 동시에 기업이 필요한 기술수요를 제시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기술사업화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은 대학이 가진 기술을 무조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Problem과 대학의 Technology가 만나는 지점을 발견하는 것이다.


⑦ 선별된 기술에는 자본이 아니라 ‘다음 단계의 자본’이 필요하다
기술을 선별했다고 산업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음 Gate까지 이동하기 위한 자본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본의 크기보다 투입 순서와 조건이다. 광저우에서 추진되는 ‘先投后股’ 방식은 초기 단계에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일정한 시장화 조건이 충족되면 지분투자 방식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이를 산업화 관점에서 보면 Selection → Early Support → Milestone → Market Validation → Equity Conversion의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바이오 기술에서는 비임상 단계에서 필요한 자본과 임상 단계에서 필요한 자본이 다르다. 따라서 기술에 필요한 것은 막연한 투자자가 아니라 다음 Value Inflection까지 이동시키는 데 적합한 자본이다.


⑧ 산업화는 기술이전 계약서에서 끝나지 않는다
2024년 중국 대학의 특허 양도·라이선스 계약은 약 3만4000건, 계약금액은 128억6000만 위안에 달했다. 그러나 계약 건수와 금액만으로 기술산업화의 성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술이전 이후 제품이 나왔는가, 반복매출이 발생했는가, 후속투자가 들어왔는가, 새로운 고용이 만들어졌는가, 기업가치는 상승했는가, 해외시장에 진입했는가까지 추적해야 Technology Transfer와 Technology Industrialization의 차이를 볼 수 있다. 기술이전 계약은 산업화의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일 수 있다.
 

▲ 산업화 판단 Gate Model. Technology → IP → Evidence → Manufacturing → Market을 단계적으로 검증하고 GO / CONDITIONAL GO / NO-GO를 결정한 뒤 투자 가능한 산업화 프로젝트로 전환한다.


⑨ 한국 대학의 진짜 기술자산은 특허목록이 아닐 수 있다
결국 질문은 한국 대학으로 돌아온다. 대학 홈페이지에 수백 건의 특허가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가운데 실제 산업화할 수 있는 기술이 몇 개인지를 알아내는 능력이다. 어떤 기술을 더 연구해야 하는가. 어떤 기술에 IP를 추가해야 하는가. 어떤 기술을 병원과 연결해야 하는가. 어떤 기술은 제조기업과 공동개발해야 하는가. 어떤 기술은 해외의 연구·임상·산업 인프라를 활용하면 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는가. 그리고 어느 단계에서 어떤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가.


대학이 이 모든 역할을 직접 수행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대학은 원천기술과 핵심 IP를 지키고 연구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외부의 기술평가 전문가, 기업, 병원, 산업 파트너와 자본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 기술사업화에서도 원칙은 같다. 해외에 기술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원천기술과 핵심 IP를 통제하면서 해외의 우수한 연구·임상·제조 인프라를 이용해 기술가치를 높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⑩ Special Report Insight — 좋은 기술을 고르는 능력이 산업의 출발점이다
좋은 기술을 골라낸다는 것은 성공할 기술을 미리 맞힌다는 의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한꺼번에 제거하려 하지 않고 Technology → IP → Evidence → Manufacturing → Market의 각 단계에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근거가 충분하면 다음 Gate로 이동시키고, 부족하면 보완하며, 산업화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면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한된 연구비와 인력, 임상자원과 자본을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다.


광저우에서 800여 개 대학 바이오 프로젝트 가운데 33개를 선별한 실험이 던지는 메시지도 결국 여기에 있다. 더 많은 기술을 만드는 경쟁 다음에는 더 좋은 기술을 골라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산업으로 이동시키는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질문은 더욱 어렵다. 좋은 기술을 골랐다면, 언제 사람에게 적용할 것인가. 그 질문이 광저우 바이오아일랜드 특별기고 3편에서 살펴볼 ‘임상 전환 Gate’다.


자료·출처
· 중국 국가지식산권국(CNIPA), 특허전환·활용 특별행동(2023~2025) 관련 공개자료.
· 중국 교육부, 대학 특허전환·산업화 관련 공개자료.
· 광저우시 인민정부·황푸구, 전국대학 지역기술이전·사업화센터 바이오의약 분센터 관련 공개자료.
· 광저우시 과학기술·산업 당국, 대학 기술성과 매칭 및 초기 사업화 지원 관련 공개자료. 

 

 

일요주간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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