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정치력 부재의 정치, 이대로 괜찮나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3-06-02 16:44:36
  • -
  • +
  • 인쇄
▲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윤석열 정권이 들어 선지 1여 년이 지났지만, 국회가 여소 야대 구조로 각종 현안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 정치의 상황에서 사회의 당면한 문제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며, 또 나은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대충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주지 못했다는 말이다. 사회의 중요 과제가 극렬하게 갈리는 것은 그 사회가 진영논리에 빠져 대립 구도가 장기간에 이어지며 모든 상항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정치 상황과 지난 정권의 실책을 설거지하기도 바쁜데,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며 성토하고 야당도 같은 언어를 동어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정치의 중요한 과제, 특히 우리 사회처럼 지향해 가야 할 곳이 많은 사회에서 정치의 제일 중요한 과제는 사회의 현재와 미래의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해주는 일이다. 방향의 혼미는 민주주의라는 대과제가 희미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정치의 중요한 실패라 말할 수밖에 없다.

야당의 마이웨이 입법과 여당의 알아서 거부권 행사로 창과 방패의 정치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주요 쟁점 법안인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이 여당의 반대에도 야당의 쪽수 우위로 국회 통과를 일방적으로 관철시켰다. 여당의 알아서 거부권 행사 건의도 이해 당사자 간에 갈등을 부추기며 사회를 혼란 속에 빠지게 했다. 이러한 장군 멍군 정치는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여소ㆍ야대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어떤 좋은 정책이 나온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

물론 계층 간에 이익이 다르다 해도 지금 같은 정치 불신의 상황에서 설령 설득력 있는 정치 비전을 만들어 낸다고 한들, 정당이 안고 있는 한계 때문에 그것이 현실적인 상황을 갖고 하루아침에 정치 환경이 개선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설사 선거로 국회 구성원 몇 명이 바뀐다 한들 그들의 소속 정당이 안고 있는 적대감의 벗고 국민들의 마음에서 나랏일을 떠맡고 나갈 믿을 만한 국민의 대변자로 비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치가 고스톱 치듯 못 먹어도 '고'를 외치며 외길로 내달리면 그 피해당사자는 과연 누구겠는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의 국회 통과 과정을 살펴보면 민주당이 원하는 것은 '염불보다 잿밥'에 마음이 있다.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도 그 속을 살펴보면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여 합법적 파업의 행위를 넓히고,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파업 장려법이다. 이미 2015년에 발의된 이 법을 지금에 논의하며 입법하려는 것은 오로지 정치적 목적이 거부권 행사 유도에 목적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고스톱 정치는 마치 여ㆍ야가 대화 타협의 정치는 포기했다는 징조이다.

상호 존중이 없으니 정치가 혼미해질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와 괴담이 판을 치는 사회, 가짜뉴스 77%가 정치권에서 생산된다는 통계가 있다. 정치가 민생을 보살피기는커녕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야권에서 확대 재생산 하는 악의적 가짜뉴스는 이미 도를 넘었다. 더 이상 방치하면 민주주의 근간이 훼손된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우리 정치 체계가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이념적 대립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밖으로 드러나는 것과 다른 숨은 진실인 정치력 부재를 발견할 수 있다.

국민들로 하여금 우리의 정치 상황을 혼미한 것으로 느끼게 하는 다른 원인은 우리 정치가 설득력 있는 사회적 비전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 정치를 특징짓고 있는 것은 여ㆍ야의 뿌리 깊은 상호불신에 따른 대화 타협의 빈약 화라 할 수 있다. 정치적 사고의 빈 약화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정부는 과거 어느 때의 정부보다 정책과 주장이 강한 정부이지만, 그 정책과 주장이 국정 파트너인 야당과는 대화가 없는 일방적 권리행사로 비친다. 정책 수행의 기본적인 기구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합리적 설득보다 적대적 행위로 정치를 이끌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정치의 기본이 대화와 타협이라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갈등과 투쟁의 장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싸움판이 아니라 주어진 사회 현실에 대한 더 총체적이고 더 명징한 올바름에 이르려고 하는 투쟁의 장이기도 하다. 그 투쟁은 현실을 더 넓고 높은 차원으로 이어지는 사회 전체 노력의 표현일 수 있다. 더 좋은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투쟁은 이 노력에 일부다. 그런데 이 노력을 파괴하는 데 한몫을 하는 것이 여당이다. 가령 야당이 아무리 옳지 않은 행동 하더라도, 여당이 양보와 타협으로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야당은 권력을 가지지 않았기에, 권력을 줜 여당이 대화의 장으로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생각하건 데 우리 정치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정답을 말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러나 언제까지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지, 어떠한 경우에나 정치 개혁을 위해 남는 과제는 잘못된 정치토양을 새로이 구현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사회적 요구와 현실을 이성적으로 정의하고 포착하는 능력을 정치가 회복하는 일이다. 정치는 우리 사회가 지향할 바가 무엇이고 선진 국가로 나아갈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가 파당적 전략을 넘어서 또는 부정적 감정의 발산을 위한 한마당이라는 기능을 넘어서 보편적 의미를 갖는 공동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지금 거듭하고 있는 정치력 부재 상태는, 야당의 주요 법안의 강행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 때문이 아니라 그 밑바탕에 놓인 더 근본적인 상황으로 인하여 혼미할 수밖에 없다. 이 혼미스러운 정국을 벗어나는 데는 당분간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권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 문제를 한시바삐 문제의식으로 생각하며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정치부재, 정치 실패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철원 논설위원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