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선전 선동에 발목 잡힌 개혁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4-10-11 14: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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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으로 그동안 축이 기울었던 국가를 바로 세운다는 것만으로도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회의감'부터 드는 건 나만이 아닌 많은 국민이 느끼는 것이다. 과거엔 무심코 지나쳤던 일이 언제부턴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징조'나 '조짐'이 아닐까? 겁부터 난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 갈 길을 가로막아도 시간을 가지며 버티고 견디면 결국은 잘 풀리더라는 나라의 장래에 대한 체험적 낙관론이 흔들리고 있다. '자신감'이 들어섰던 자리에 불안감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총선은 개헌 저지선이 위태로울 정도로 여당이 대참패 했다. 실패의 원인은 차고 넘쳤다. 사태가 그 지경까지 이르게 한 윤석열 정부나 여당의 총체적 문제도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를 조심스럽게 더 보태자면 '야당과 여론전' 실패를 들고 싶다. 정책과 특검 방어에 관한 정부 여당의 '설득'은 땅 밑에서 설설 기었고, 이를 공격하는 야당의 '선전 선동' 정치와 가짜 뉴스는 날개를 달고 날았다. 개혁 정책에 소통은 부족했고, 위기관리는 늘 때를 놓쳤다. 그 틈새로 각종 선전 선동이 파고들어 자리매김했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특검 대상은 정책도 아니고 단순 정치 선동에 불과하다. 죽기 살기로 물어뜯는 야당 공세에 정부 여당은 거의 무방비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그만큼 정부 여당은 정치문제 대응은 약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심지어 일부 여당 의원은 야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당의 정치공세가 허구라면 소리 높여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떳떳하게 수사를 받겠다는 공세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여하튼 뭔가 적극적 응대했어야 할 사안을 미적미적 대응하며 사안이 잦아들기를 기대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지경에 이르렀다.

흔히 설득은 어렵지만 선동은 쉽다. 설득은 '생각하는 개인'을 대상으로 필요하지만 선동은 '생각 없는 다수'를 겨냥한다. 설득은 과정이 증거와 결과의 합리성이 필수이기에 느리고 공을 들여야 하지만, 선동은 약간의 추상적 허황함과 궁금증을 적당히 혼합하면 막장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 같이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자아낸다. 올바른 뉴스는 현장 취재와 보도라는 사실 과정을 거치지만 거짓 정보는 그냥 '카드라 방송'만 있어도 꼬리에 꼬리를 물며 천리를 간다. 그래서 양적인 면에서, 속도라는 측면에서 또 효과라는 차원에서 설득이 선동을 이기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정치 9단이라는 수식어는 아무에게나 붙여 주는 말이 아니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윤석열 대통령은 바르게만 하면 만사가 다 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정치란 꿈틀거리는 잠재력을 깨우는 것으로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다 만들어 내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것이다. 그러기에 통치는 올바른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라는 기술도 필요하고 '방향'도 중요하다. '세상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바뀐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을 잊은 통치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代價)를 치른다는 것을 역사에서 배웠다. 그리고 한 번 무너진 통치 방정식은 다시 세우려면 더 큰 배가의 힘이 필요하다.

어느 정부든 임기 반환점을 돌아서면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전반기에는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후반기에는 현재의 시간과 미래의 시간이 교차하는 시점이다. 전반기 난제를 고스란히 떠안고 후반기를 시작하는 현 정권은 과감한 변신만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사려된다. 그동안 개혁을 알리는 북소리는 컸지만 왜 울림이 없었을까. 개혁 당위성의 설명과 후속 조치인 정책은 설득이 부족했고,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한 방식은 거칠고 과격했다. 개혁이 꼬일 대로 꼬인 채 저항하는 세력은 반정부 투사로 변신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수습 불가의 거대한 둑이 무너지는 느낌은 나만이 느끼는 불안일까. 정치는 왜 국민을 불안하게 이끌어 가고 있는가. 현 정부 집권 초기에 걸었던 기대감을 아직은 접고 싶지 않은 마음의 관성과 조금 더 관망해 보자는 아량이 임계점에 가까워지는 느낌은 왜일까. 지금처럼 계속 이어지는 F 학점으로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점수가 부정적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지지 기반이 무너지는 비상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현실을 외면을 외면하는 건 무엇 때문인가. 국정은 야당의 비협조로 마찰 소리가 그칠 날이 없이 시끄럽고 통치는 많은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 모든 게 윤 대통령이 자초한 상황으로 사태 수습을 실기한 것을 두고 대통령을 믿고 신뢰했던 관중들이 응원석을 떠나고 있다. "운동선수는 관중의 응원을 먹고 산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듯 정치 또한 국민의 응원으로 밀고 나간다." 이제는 전광판을 보아야 한다. 관중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지만, 떠난 관중은 운동장 주변을 배회하며, 남은 경기에 미련을 가지는 관중이 아직 많이 있다.

통치든 정치든 모든 영역에 꼭 필요한 게 선전과 설득이다. 나만 바르면 된다는 신념으로 무조건 막무가내 방식으로 현 난맥을 풀어간다면, 그 결과는 설사 목표를 성취한다고 해도 절름발이,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집권 후반기, 이제 초년 '수습 정치'는 끝나고 '본격 정치'가 시작됐다.
관중은 보고 싶다. 후반기 정치 지평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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