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 한방칼럼] 동의보감이 제시하는 실천 건강법 ④

김주호 원장 / 기사승인 : 2013-01-29 16: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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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7. 두통은 머리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럴 때마다 머리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MRI 등의 검사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나 머리 아픈 증상은 머리 자체의 문제 때문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동의보감에서는 두통을 몸 안의 경락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경락이란 피부 전체를 거미줄처럼 휘감고 있는 기의 통로다. 두통은 머리가 포함된 경락의 흐름과 관계있으며, 이 경락에 풍·한·습·열 등의 사기(邪氣)나 담(痰)이 작용하면 두통이 생긴다.

두통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정두통과 편두통이 있다.

정두통은 머리 전체가 아픈 것을 말한다. 그 증상은 머리가 치받치는 것같이 아프고 눈이 쏟아지는 것 같으며, 목이 빠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편두통은 한쪽 머리가 아픈 것을 말한다. 오른쪽 머리가 아픈 것은 담이나 열 때문이며, 왼쪽 머리가 아픈 것은 풍이나 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풍한두통, 습열두통, 궐역두통, 담궐두통, 기궐두통, 열궐두통, 습궐두통 등이 있다. 풍한두통은 외부의 사기인 풍한(風寒)이 경락에 침범 또는 잠복하여 생긴 두통이다.

습열두통은 몸안의 습열로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픈 통증을 말한다. 궐역두통은 몹시 찬 기운이 골수에 침범하여 뇌와 연결된 골수가 치밀어올라 머리와 이를 아프게 하는 것을 말한다.

담궐두통은 습담(濕痰)으로 생긴 통증을 말한다. 머리가 아플 때마다 양쪽 뺨이 퍼레지면서 누렇게 되고 어지럽다. 또 눈을 뜨려고 하지 않고 말하기를 싫어하며 몸이 무겁고 메슥메슥해 토하려고 한다. 기궐두통은 몸안의 기혈이 허해서 사한 기운이 치밀어올라 생긴 통증으로 머리가 아프고 귀에서 소리가 나며 몸의 구규(九竅)가 모두 순조롭지 못하다.

열궐두통은 머리가 아프고 뜨거운 열 때문에 생긴 통증을 말한다. 이 두통을 앓는 사람은 몹시 추운 겨울이라도 찬바람만 좋아하고, 차게 하면 아픈 것이 잠시 멎었다가도 따뜻한 곳에 가거나 연기나 불만 보면 다시 통증을 느낀다. 습궐두통은 비 맞은 뒤 습한 기운에 상하여 생긴 두통이다.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우면서 아프고, 날이 흐리거나 비를 맞으면 더 심해진다. 이러한 두통들은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8. 남자는 왼쪽 맥, 여자는 오른쪽 맥을 본다

맥은 인체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이를 통해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맥에 대한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필자가 개업의로 활동하면서 보면, 환자들 중 간혹 팔뚝만 내밀고 자신의 병을 알아보라고 억지를 써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한의학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이를 이른바 사진(四診)이라고 한다. 먼저, 환자의 겉에 드러난 색깔만 보고 병을 알아내는 것[望]이고, 둘째는 환자의 목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아보아 병을 알아내는 것[聞]이다. 셋째는 물어보아서 병을 알아내는 것[問]이고, 넷째는 맥을 잡아보아 병을 알아내는 것[切]이다.

이 네 가지 진단방법은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어느 한 가지만 가지고 어떤 병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자칫 생명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체했을 때 나타나는 두통, 발열 등은 감기 증상과 비슷하다. 그래서 자칫 체한 것을 감기로 진단하여 처방할 수도 있다.

갑자기 쓰러진 경우도 그렇다. 이것을 무조건 중풍으로 보고 중풍약을 쓰다 보면 병을 키울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맥 이외에도 동반한 여러 증상을 보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맥은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그러므로 맥에 대해 단순히 그 빠르기나 잡히는 위치만으로 어떤 병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아래와 같은 변수들도 있으므로 이를 같이 고려해야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양손의 촌구에 맥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왼쪽이 약하게 오른쪽이 세게 나타나거나 그 반대로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반관맥(反關脈)도 있으므로 잘 구분해야 한다.

늙은이의 맥을 볼 때 양이 약하고 음이 강한 것은 순증이고, 음이 약하고 양이 강한 것은 역증이다. 어른에게서 어린이의 맥이 나타나는 것은 치료할 수 없다. 어린이의 맥은 한 번 숨쉴 동안에 예닐곱 번 뛰는 것이 평순한 맥이고 여덟 번에서 아홉 번 뛰는 것은 열증이며 네다섯 번 뛰는 것은 한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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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왼쪽 맥을 주로 보고 여자는 오른쪽 맥을 주로 보는 것은 땅을 보고 정한 것이다. 사람든 땅에 서는 까닭에 땅을 따라 움직인다.

남자는 왼쪽 맥이 강하고 오른쪽 맥이 약하며 여자는 오른쪽 맥이 강하고 왼쪽 맥이 약하다. 남자는 양기를 많이 받기 때문에 왼쪽 맥이 융성하고 여자는 음기를 많이 받기 때문에 오른쪽 맥이 융성하다. 남자는 왼쪽 척부에 정력관계가 나타나고 여자는 오른쪽 척부에 추맥이 나타난다. 폐가 기를 주관하는데 그 상태는 오른쪽 맥에 나타난다.

남자는 기가 기본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병에 걸렸을 때 오른쪽 맥이 왼쪽 맥보다 충실하면 위기가 있는 것(맥이 생기가 있는 것을 위기가 있다고 한다)이다. 이런 때는 병이 아무리 위중해도 능히 치료할 수 있다.

심은 혈을 주관하는데 그 상태는 왼쪽 맥에 나타난다. 여자는 혈이 기본이다. 그러므로 여자가 병에 걸렸을 때 왼쪽 맥이 오른쪽 맥보다 충실하면 위기가 있는 것이다. 이런 때 역시 병이 아무리 중해도 치료할 수 있다.

살진 사람은 맥이 부한 것이 잘못된 것이고 여윈 사람은 맥이 침한 것이 잘못된 것이다. 살찐 사람은 맥이 침해야 하는데 도리어 부하거나, 여위 사람은 맥이 부해야 하는데 도리어 침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살진 사람은 피부가 두껍기 때문에 맥이 침하고 여윈 사람은 피부가 얇기 때문에 맥이 부하다.

키가 작으면 맥이 짧게 나타나고 키가 크면 맥이 길게 나타나는데 이와 반대로 나타나는 것은 나쁘다. 성미가 느긋하면 맥도 느리고 성미가 급하면 맥도 급해야 하는데 이와 반대로 나타나는 것은 병이다.

9. 살색이 벌겋거나 흰 사람은 병 낫기 어렵다

동의보감에서는 같은 증상이라도 사람에 따라 원인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질병을 볼 때는 반드시 이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사람을 볼 때 살이 쪘는지 말랐는지를 보아야 한다. 살지고 윤기가 나는 것은 기혈이 넉넉한 것이고, 살은 쪘으나 윤기가 없는 것은 기가 넉넉하고 혈이 부족한 것이다. 여위고 윤기가 ㅇ벗는 것은 혈기가 다 부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형체와 기가 넉넉한지 부족한지를 살펴보고 조절해야 하며 병이 역증인지 순증인지를 알아야 한다.

살색이 검고 여윈 사람은 병이 낫기 쉬우며, 살지고 살색이 벌겋거나 흰 사람은 병이 낫기 어렵다. 살색이 검은 사람은 풍습을 견뎌내지만 벌겋거나 흰 사람은 풍습을 견디지 못한다. 여윈 사람은 힘살이 단단하고 살진 사람은 힘살이 연한데, 힘살이 연하면 병이 낫기 어렵다. 살진 사람은 기가 허해 추위를 많이 탄다.

찬 것은 습이 생기게 하고 습은 담이 생기게 한다. 여윈 사람은 혈이 허해 열이 난다. 열은 화를 생하게 하고 화는 조(燥)하게 한다. 그러므로 살찐 사람은 한증, 습증이 많고 여윈 사람은 열증, 조증이 많다.

용감한 사람과 겁이 많은 사람은 그 생김새가 다르다. 용감한 사람은 눈이 움푹 들어갔고 눈빛이 강하며 광채가 있다. 또 삼초의 살결이 가로지고 심장이 똑바로 놓여 있으며, 간이 크고 튼튼하며 담에는 담즙이 가득 차 있고 옆으로 놓여 있다. 성을 낼 때는 기운이 왕성해지고 가슴이 커지며 간이 들리고 담이 가로로 놓이며 눈꼬리가 찢어지고 눈에서 광채가 나며 머리털이 일어서고 얼굴빛이 퍼렇게 된다. 이것이 용감한 사람의 표정이다.

겁이 많은 사람도 눈은 크나 움푹 들어가지 않았고 음양이 알맞지 못하여 삼초의 살결이 세로졌다. 또 명치뼈가 짧고 작으며 간이 달린 줄이 늘어졌고 다즙이 가득 차 있지 않으며 세로로 놓여 있다. 장위가 똑바로 놓여 있으며 옆구리 아래가 텅 빈 것 같고 몹시 노해도 가슴에 기운이 그득 차지 않는다.

그리고 간과 폐가 들렸다가도 기가 약해지면 다시 내려가 오랫동안 노하지 못한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진단 방법이 달라 남자에게는 반드시 성생활에 대한 것을 물어봐야 하고 여자에게는 먼저 월경과 임신에 대한 것을 물어봐야 한다.

벼슬을 하다가 떨어지면 비록 사기는 받지 않았다 해도 정신이 상하고 몸이 허약해진다. 잘 살던 사람이 가난해지면 비록 사기는 받지 않았다 해도 피부가 마르고 힘줄이 굽어 팔다리가 힘없이 늘어지며 잘 쓰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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