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프팜 이명규 대표 "쌀 가공공장 설립, 정부의 자금지원·제도 개선 절실"

임태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7-30 16: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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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규 대표, UN 구호식품 납품…"쌀 가공공장 설립, 정부 지원 시급하다"
"쌀은 버리는 게 아니라, 가공해서 수출해야 할 전략물자"…공장 설립 자금 지원 필요
▲ ㈜지에프팜 이명규 대표. (사진=임태경 기자)

[일요주간 = 임태경 기자] 30여 년간 국내산 쌀 소비 확대와 식량안보를 위한 가공식품 개발에 매진해 온 ㈜지에프팜 이명규 대표가 최근 UN 구호식품 납품을 계기로 “쌀 가공공장 설립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 자금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에프팜은 그간 쌀국수, 쌀라면, 즉석쌀죽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왔으며, 최근 이들 제품이 UN의 국제구호사업에 납품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번 납품을 통해 국내산 쌀의 경쟁력과 한국의 식품 가공 기술력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번 성과를 단순한 수출로 끝내선 안 된다”며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한 현실에서 본격적인 물량 공급을 위해선 반드시 자체 생산공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지에프팜은 일부 제품을 외주로 제작하거나 소규모로 생산하고 있으나, UN을 비롯한 국제기구 및 각국 NGO의 본격적인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기술도 있고 판로도 열렸지만, 설비를 갖출 자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정부가 식량안보 산업이라는 인식 아래 제도적인 자금 지원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식량자원의 전략적 활용 차원에서 쌀 가공식품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와 식생활 변화로 인해 국내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쌀 가공식품은 새로운 소비처이자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공식품은 저장성과 휴대성, 조리 편의성 등을 갖춰 UN 등 국제 구호시장에 적합하다”며 “이러한 제품을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식량안보의 산업화”라고 말했다.

현재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쌀 라면과 분말죽, 즉석 쌀국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며, 현지 정부 및 국제기구들도 한국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초기에는 한국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해 납품해야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며 “정부가 지금 자금 지원을 해줘야 이후 해외 현지 공장 진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UN 납품은 시작일 뿐이며, 이 기회를 살려야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식량 기여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국내 공장 하나 세우는 데 필요한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 대표는 민간 투자 유치도 병행하고 있지만, 쌀 가공식품 산업의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이 분야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공공성과 전략성을 감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명규 지에프팜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Q. 최근 UN 구호식품 납품이 성사됐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지난 수십 년간 국내산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각종 쌀 가공제품을 개발해 왔습니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게 바로 이번 UN 납품입니다. 쌀국수, 쌀라면, 쌀 자판기 제품 등이 개발돼 있고, 이번 납품을 통해 한국의 쌀 가공 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해외로만 쌀을 내보낼 게 아니라 국내에도 안정적인 생산 기반이 필요합니다.

Q. UN 구호식품 납품이 본격화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A. UN 세계식량계획(WFP)이 올해 3월,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결과입니다. ‘한국은 쌀이 남아도니 즉석 쌀국수처럼 가공해서 납품해 달라’고 했고, 한국 정부도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한국엔 UN 기준에 맞는 가공 공장이 없다는 겁니다. 그게 지금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 쌀 가공 식품. (사진=임태경 기자)


Q. 국내 생산 기반이 부족하다는 의미인가요?
A. 그렇습니다. 지금은 제품을 외주 생산하거나 소규모로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UN이나 각국 NGO에서 안정적으로 물량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수요를 감당하려면 반드시 자체 생산공장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자금입니다. 기술도 있고, 판로도 열렸는데 설비 투자에 필요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없습니다.

UN의 요청으로 시작된 사업인데, 행정적 지원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부가 있는 법도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있어요. ‘쌀 가공산업 육성법’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지원을 신청하면 ‘담보 없으면 못 준다’는 식입니다. 50억 신청해도 10억 배정되고, 그것마저도 담보 없어 못 받는 현실입니다.

Q. 도정공장이나 골프장 시설에는 정부 지원이 있지 않습니까?
A. 맞습니다. 도정공장, 골프장까지도 국비 지원이 들어가요. 그런데 쌀 가공 공장은 빠져 있습니다. 이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됩니다. 지금은 남는 쌀을 쌓아두기만 하고, 수조 원 창고 보관비만 계속 나가는 상황 아닙니까.

Q. 민간에서 도별 공장을 직접 세우려 한다고 들었습니다.
A. 네. 정부가 안 해주니, 저희가 민자 유치해서 도별로 공장을 세우려 합니다. 경기도, 전남 등에서 추진 중이고, 일부는 부지도 확보했어요. 그러나 자금이 문제입니다. 법은 있지만, 담보 없는 중소기업에겐 그림의 떡이에요. 이런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쌀 가공 산업은 절대 커질 수 없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식량안보와 연관된 가공식품 산업은 단순한 민간사업이 아닙니다. 정부가 전략산업으로 보고, 공장 설립 자금에 대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현재 행정 주무부처에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습니다. UN 납품 성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 쌀 가공 식품. (사진=임태경 기자)


Q. 공장 설립이 된다면 어떤 효과가 예상되나요?
A. 첫째는 국내산 쌀 소비 확대입니다. 고령화로 인해 밥 쌀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가공식품을 통해 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둘째는 일자리 창출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식량안보입니다. 쌀은 전략물자입니다. 이를 가공해서 장기간 보존 가능한 제품으로 만들고, 국제 구호시장에 공급하는 것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식량 기여국으로 도약하는 길입니다.

Q. 해외 시장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A. 맞습니다. 아프리카, 동남아 등 저개발국들은 이미 라면, 분말죽, 즉석쌀국수 같은 제품을 찾고 있습니다. 영양 성분이 뛰어나면서도 보관이 용이한 쌀 가공식품에 관심이 많습니다. 쌀 가공식품 분야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 식량전략, 공공성과 연계된 판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UN 납품이 그냥 '한 번의 수출'로 끝나선 안 됩니다. 현지 생산도 가능하지만, 초기는 한국에서 직접 만들어야 기술과 품질 관리가 됩니다. 정부가 지금 도와줘야 향후 해외 진출도 가속화됩니다.

Q. 쌀을 전략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A. 저는 쌀이 군수물자보다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식량 안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됩니다. 박정희 시절만 해도 식량 자급률 100%였지만, 지금은 20%도 안 됩니다. 전 세계 농업 기술의 단위당 생산량은 미국이 1위, 우리나라가 2위예요. 미국은 세계 식량 패권을 잡았어요. 우리도 잉여 쌀을 가공해서 UN에 공급하고, 식량 외교의 자산으로 삼아야 합니다.

Q. 정부가 지금이라도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A.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현실에 맞는 제도 집행. 이미 있는 쌀 가공산업 육성법을 실질적으로 집행하세요. 둘째, 공장 설립 자금에 대해 담보 요건을 완화하고 정책자금을 집행할 실질 기준을 바꾸는 겁니다. 그리고 UN, WFP, 세계은행과 연계해서 이 산업을 ‘국가 식량전략 산업’으로 키워야 합니다.

지금도 쌀을 창고에 쌓아두고 버리는 나라에서, UN이 먼저 와서 ‘그 쌀로 구호식품 만들어달라’고 말했습니다. 유엔에 납품한 것은 단순히 수출 하나를 성사시킨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쌀 식품 기술이 세계에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 기회를 정부가 살려야 합니다. 공장 하나 세우는 데 드는 자금, 지금 지원하면 향후 몇 배의 국익으로 돌아옵니다. 세계가 한국을 식량 강국으로 보는데, 정작 정부는 공장 하나 짓는 데도 소극적입니다. 이것은 방치가 아니라 직무유기입니다. 식량안보, 농촌경제, 국제 위상 모두를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Q. 30년 넘게 쌀 가공 산업에 매진해 오신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A. 대기업 그룹을 나와서 ‘내가 인생에서 가장 뜻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식량 사업입니다. 중국에 쌀 짜장면 장사를 하러 갔다가 조선족들이 이미 하고 있던 걸 보고, 돌아와서 새마을중앙회와 함께 ‘새마을 쌀국수’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유일하게 쌀국수 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으면서 자부심이 생겼고, 이후로는 식량 사업에 미쳐 살았죠.

Q. 쌀국수, 쌀라면, 쌀스파게티, 쌀국수 자판기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셨는데, 그중 가장 상징적인 제품은 무엇입니까?
A. 특정 제품이 상징적인 게 아닙니다. 핵심은 쌀 소비를 반드시 일으켜야 한다는 절박함이에요. 우리 국민들은 맛있지 않으면 안 먹습니다. 밀가루 시장이 선점된 건 그런 이유죠. 그런데 전 세계에서 밀보다 위에 있는 품목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듀럼밀로 만든 스파게티입니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유럽에서도 쌀로 만든 스파게티가 각광받고 있어요. 이탈리아에서도요. 우리나라는 쌀이 남아돌고 있고, 쌀로 만든 스파게티는 세계에서 우리 쌀 소비량의 두 배 이상을 차지합니다. 결국 어떤 제품이 최고냐가 아니라, 아이들은 쌀 스파게티도 좋아하고 쌀라면도 좋아하고 쌀국수도 좋아한다는 겁니다.

Q. 쌀 산업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어떻게 높일 수 있다고 보십니까?
A. 매년 수십만 톤씩 남는 쌀을 가지고 우리가 쌀라면, 쌀스파게티, 쌀짜장 같은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어 국내 급식과 해외 구호식량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는 결식아동이 28만 명 이상 존재합니다. 이 아이들에게 양질의 영양이 함유된 쌀 가공 국수를 공급하면 건강과 복지를 동시에 챙길 수 있습니다. 쌀 소비는 단순히 농업 문제가 아니라, 복지, 산업, 외교, 안보와 연결된 국가 전략입니다.

Q. 도별 시범공장 모델의 전국 확산 및 민관 협력 도입 계획도 있으신가요?
A. 이미 2006년에 농림부에 건의해서 도별 시범공장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연간 1억 개를 생산하는 공장을 도별로 설립해서 지역별 쌀을 활용해 운영하자는 취지였지만 장관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됐습니다. 저희는 이 모델을 다시 추진해 민간과 협력해 지역 농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할 겁니다. 이익은 사회에 환원하고, 전국 확산의 기틀이 될 수 있도록 국가에 기증도 할 생각입니다.

Q. 국민과 정부에 각각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국민들께는 “우리 쌀국수가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베트남 쌀국수 두 번 드실 때 한 번만이라도 우리 쌀국수를 선택해 주신다면 쌀 소비는 확실히 늘어납니다. 슈퍼, 편의점, 인터넷에 다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는 “이제는 협조나 홍보가 아닌 실천과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국 도별로 쌀라면, 쌀국수 공장을 설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급식과 군납, 수출로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정부가 저리로 지원해 주고, 금융기관이 실제 대출을 승인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문서도 협조해줘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떡 공장은 전국에 2만 개 이상인데 국수 공장은 35년 동안 단 10개뿐입니다. 이건 구조적으로 쌀 가공 시장을 방치한 결과예요. 지금이라도 지역의 특산물과 연계한 맞춤형 쌀국수 모델, 예를 들어 ‘영덕 대게 쌀국수’ 같은 지역 특화 브랜드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쌀 소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건 홍보가 아닙니다. 생존이고 국가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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