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무지의 지(無知의 知)를 모르는 정치, 문제다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5-09-26 11: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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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여당이 된 민주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민생 회복 지원금을 뿌리며 도탄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구원해 준다는 기대가 이 곤고한 시대를 흔들고 있다. 자영업자의 살림살이는 거덜 나 상가가 공실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미취업 청년 세대든, 실직자든, 유직자든 모든 서민들은 시대적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피해갈 수 없이 똑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 시장의 위력이 시장주의의 결과로 빚어진 불황의 사태 앞에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고 그 결과를 도리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나라가 이 모양인데 억대 연봉의 배부른 장사를 하는 국회의원들은 뱃살이 올라 몸짓이 비대해지며 정치 대목을 맞았다. 그들은 번개처럼 치고 빠지는 헛소리 해대며 민생은 뒷전이다. 지난 정권의 잘못을 단죄하기 위한 주장과 이를 방어하는 야당의 논거가 맞서는 국정감사장은 연일 여ㆍ야당이 고함치고 삿대질하며 싸움질만 하고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 여당은 뭐든 일방적이며 전광석화다. 절제의 미덕이란 단어는 간곳없고 아니면 말고 식의 불필요한 음모론만 부추기며 국감장을 정치장으로,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멀쩡한 대법원장을 쫓아내기 위한 거짓 공작을 참말처럼 얘기하는 화술은 뻔뻔하기 짝이 없다. 사법부는 독립보다 중립이 중요한 시점에, 입법부에서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소리가 아니면 말고 식이다. 국회에서 들리는 소리가 목소린지 쇳소린지 구분이 어려운 잡소리만 요란하니 국민은 그들 생각이 망상인지 미몽인지 판독이 불가하다. 우리나라 정치인은 사사건건 잘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아테네 일정 구역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던 곳이 있다. 그 중심에는 소크라테스라는 철학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사랑, 정의, 우정, 선과 악, 예술 같은 주제에 질문하였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물음에 대한 정답을 주지 않고 오히려 계속 질문을 던져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였다.

산파술 대화법, 즉 한 번 나오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대화법으로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의문점을 제시하고 답을 물었을 때 답보다는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질문으로 말을 이었다. 끝없는 질문을 받은 사람은 짜증이 내면서 '아! 모르겠다'며 대화를 끊고 자리를 떠날 때 소크라테스가 뒤통수에 대고 한 말이 "자네는 모른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젠 됐어"라고 했다는 그 말, 그것이 유명한 '무지의 지'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던 것이 사실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모르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이를 無知의 知 즉 "나는 잘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라 한다. 소크라테스는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답을 말하기보다 무지의 지를 스스로 깨닫도록 도왔다.

세상 사람은 다 아는데, 자신만 모르면서 아는 체 언어 따발총을 마구 쏘아대는 정치인에게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화살을 쏘았는데 과녁을 빗나갔을 때 어느 것이 잘못인가. 과녁인가, 활인가, 화살인가, 날씨 탓인가, 쏘는 사람의 자세 때문인가. 끝없이 이어지는 논쟁을 들으며 옆에 있던 스님이 불쑥 던진 한마디 '다 내 마음 탓이지'

여ㆍ야가 합의한 특검법 협의는 하룻밤 사이 휴짓조각이 되었다. 민주당의 '폭주 본능'은 원내 대표 간 합의마저 손바닥 뒤집듯 뒤집으며 야당의 요구는 깡그리 초토화시켰다. 배고픈 민주당은 이참에 위헌 시비가 확 면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도 강공 모드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결과가 어떻게 이어지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데 그들만 모르고 있다. 이래서 정치인들에겐 무지의 지' 가 가르치는 뜻을 알 필요가 있다.

국힘당은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며 저항하고 있다. 지난해 백만 군중이 운집해 사흘 멀다고 탄핵 반대 집회를 했지만 무슨 소용이 있었던가. 다 부질없는 정치 행위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온 젤렌스키에게 말했다. "지금 당신에겐 카드가 없다." 지금 국힘당의 처지가 그렇다. 쓸 카드가 없다는 모를리 없건마는 장외 집회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힘의 논리만 작동하는 정글의 비감한 서사를 알만한 국민은 다 아는데 국힘의당만 모른다는 게 안타깝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 앞에 염치도 없고 예의도 없고 동맹의 배려도 없었다. 미국 이민 당국의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 급습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도함을 노정하는 상징적 잘못이다. "체포와 구금을 인권 유린이다. 돈만 내라고 하며 비자 문제는 나 몰라라 하는 이중성과 모순은 동맹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 정부 담당자는 볼멘소리를 하며 선처를 해달라는 요구를 미국은 외면했다. 모든 정치인이 이 잘못을 성토했다. 우리 정치가 딱 그런 상황이다. 왜 모르는 건가. 그 본질을. 남의 눈의 티끌을 잘 보며 내 눈의 들보는 못 보는 무지를.

개혁을 외치는 민주당은 개혁만이 이 시대 최대 정치적 목표라는 언설이 지배적이며 야당 해산이라는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개혁이 힘 빠진 과거 권력을 죽이는 게 목표가 되어서는, 방향이 올바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대표의 주장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계엄 해제 표결을 고의적으로 방해해 내란에 동조했고, 지금도 내란 세력이 국힘당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가 헌법과 법률상 '내란'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다. 대법원까지 판결이 나오려면 오랜 시일이 걸릴 사항이라는 걸 민주당이 모를리 없건마는 물리적 공세로 야당의 존재 자체를 일거에 척결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무지하고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

민주당 다수의 국회는 삼권 분립이 아닌 사실상 '삼권 합일' 체제로 입법 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의 본질을 숨긴 체 개혁의 이름으로 검찰 조직을 와해시키고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 합리성이 배제된 개혁의 방향은 점령군이 무력을 앞세워 갈아엎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두려운 마음으로 말하건대 모든 개혁의 첫 번째가 서민의 경제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힘의 논리에 조정되는 개혁이 아니길 바란다. 모든 것에 힘으로 벌어지는 또 다른 예속과 억압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과거 실패한 모든 개혁에는 형편없는 리더쉽과 상대를 얕보는 오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무지(無知)가 있었다.

우리는 모두 이쯤에 2500년 전 소크라테스가 말한 '무지의 지'를 곱씹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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