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14. 보약은 아무 때나 쓰는 것이 아니다
한의학은 보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학문이므로 몸이 약할 때만 한의원에 가면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한의학은 100여 년 전 서양의학이 들어오기 이전에 이 땅에서 모든 질병을 다루었다. 서양의학이 들어와 모든 보건행정체계가 서양의학과 양의사 중심으로 바뀌면서 한의학은 주변부로 밀려나게 되고 점차 서양의학과 구별되는 영역인 보약 중심의 의료를 마치 중심에 있는 양 생각하게 된 것이다. 동의보감 전체를 살펴볼 때 보약으로 허증을 다루는 허로문(虛勞門)은 전체에서 2%에 불과하다.
동의보감에서는 허로를 몸의 구성요소가 부족해져 고통을 받는 증상이라며 이때에만 보약을 쓰는 것이 원칙이라 했다.
허로는 오로(五勞), 육극(六極), 칠상(七傷)으로 나뉜다.
오로는 간로(肝勞), 심로(心勞), 비로(脾勞), 폐로(肺勞), 신로(腎勞)이다.
간로는 얼굴이 마르고 검으며 정신이 불안하여 혼자 누워 있지 못하며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자주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심로는 갑자기 기뻐하고 성내며 대변 보기 힘들고 입안이 허는 것이다. 비로는 입이 쓰고 혀가 뻣뻣하며 구역질하고 생목이 오르며 가슴이 뻐근하고 입술이 타는 것이다. 폐로는 숨이 짧고 얼굴이 부으며, 코로 냄새 맡지 못하고 기침하며 가래를 뱉고, 양쪽 옆구리가 부으면서 아프고 계속 숨이 차는 것이다. 신로는 오줌이 노랗고 붉으며 다 누고 난 다음에 방울방울 떨어지며, 허리가 아프고 이명이 있으며 밤에 꿈이 많은 것이다.
육극은 근극(筋極), 골극(骨極), 혈극(血極), 육극(肉極), 정극(精極), 기극(氣極)이다.
근극은 자주 쥐가 나면서 열 손가락의 손톱이 다 아픈 것이다. 골극은 이가 흔들리며 손발이 아프고 오랫동안 서 있지 못하는 것이다. 혈극은 얼굴에 핏기가 없으며 머리털이 빠지는 것이다. 육극은 몸에 자주 쥐가 기어다니는 것 같으며 피부가 건조하고 검게 되는 것이다. 정극은 기운이 적고 힘이 없으며 피부에 윤기가 없고 열이 나며 몹시 여위고 눈에 정기가 없으며, 바로 서 있지 못하고 몹시 가려워 긁으면 헌데가 생기는 것이다. 기극은 가슴과 옆구리가 치밀고 가득하며 늘 몹시 성내려고 하며 기운이 약해서 말을 겨우 하는 것이다.
칠상은 첫째 음부가 찬 것, 둘째 음경이 일어서지 않는 것, 셋째 뱃속이 당기는 것, 넷째 정액이 저절로 나오는 것, 다섯째 정액이 적은 것, 여섯째 정액이 멀건 것, 일곱째 오줌이 잦은 것이다.
위와 같은 오로, 육극, 칠상에 해당하는 질환에 대해서는 보약을 쓸 수 있지만, 이 밖의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보약을 쓸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15. 당뇨(소갈병)는 합병증을 조심하라
소갈병은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당뇨병과 거의 일치하는 질병이다. 원래 진액 가운데 정미한 것이 근골과 혈맥을 보양하고 그 나머지가 오줌이 된다. 그런데 폐가 병들어 기가 진액을 걷어들이지 못하며 진액의 정미한 부분까지 오줌과 함께 나가므로 물 한 되를 마시면 갑절의 오줌이 나오고, 그 오줌도 기름 같은 것이다.
소갈병은 특히 합병증을 조심해야 한다. 소갈이 있을 때 잘 먹으면 뇌저(腦疽)나 등창이 생기고 잘 먹지 못하면 창만이 생기는데, 모두 치료하기가 어렵다. 소갈의 합병증으로 옹저(癰疽)도 잘 생긴다. 그것은 화의 삿된 기운[火邪]이 성하여 살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생긴 옹저는 몹시 아프며 터지지 않고 때로는 벌건 진물이 나온다. 옹저가 심해지면 죽을 수도 있으므로 소갈에 걸리면 무엇보다 옹저가 생기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소갈의 또 다른 합병증으로 양쪽 눈이 머는 증상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소갈병 때 삼가야 할 세 가지로 첫째 술을 마시는 것, 둘째 성생활을 하는 것, 셋째 짠 음식과 국수를 먹는 것을 들고 있다. 이 세 가지를 삼가면 약을 먹지 않아도 병이 저절로 나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병이 생긴 지 100일이 지났으면 침이나 뜸을 놓아서는 안 된다. 만약 침뜸을 놓으면 침이나 뜸을 놓은 자리가 덧나 그곳에서 고름이 나오는데 그것이 멎지 않아 죽을 수도 있다. 물론 위생관념이 철저한 현대에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면 별탈이 없다. 무허가 침뜸에는 무조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16. 좋은 아이를 낳으려면
먼저 아이를 가지려면 여자의 월경을 고르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동의보감에서는 임신하지 못하는 부인은 대개 월경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날짜가 앞당겨지거나 늦어지거나, 또는 그 양이 많거나 적으며, 월경을 하기 전에 아프거나 월경을 한 뒤에도 아프고, 월경혈의 색이 짙은 자주색이거나 멀겋고 덩어리가 지면서 고르지 못하다. 그러므로 반드시 여성의 월경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남자의 정기가 충실해야 한다. 남성의 양기가 약하면 사정이 돼도 자궁으로 들어가 수정되지 못하고 수정된다고 해도 좋은 자식을 얻기 힘들다. 그러므로 항상 정신, 육체 모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성교를 할 때는 보름과 그믐, 초하루, 바람이 심하고 비가 많이 오며 안개가 자욱하게 끼고 몹시 차거나 더운 날, 번개가 번쩍거리고 우레가 울고 벼락이 치는 날, 날씨가 흐려서 캄캄할 때, 일식·월식, 무지개가 뜰 때와 땅이 진동할 때는 피해야 한다. 이러한 때 성교를 하면 신기(神氣)가 상해서 좋지 않다. 남자에게는 더욱 해롭고 여자에게는 병이 생긴다.
만일 이 때 임신을 하게 되면 전간(간질) 환자나 바보 혹은 미련한 사람이 되거나, 벙어리, 귀머거리, 절름발이, 장님이거나 그 밖에 병이 나 오래 살지 못하거나 착하지 못한 자식이 생길 수 있다. 해와 달, 별, 불빛 등의 아래에서나 사당이나 절간에서나 우물, 부엌, 뒷간에서나 무덤이나 송장 곁에서는 성교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데를 피하면 덕이 있어서 현명한 인물이 태어나서 성품과 행실이 온순하고 단정하여 집안이 날로 융성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둔하고 미련하며 악한 자식을 낳게 된다.
임신중 주의해야 할 행동과 음식, 약물 등은 다음과 같다.
<태교법>
◎일반적으로 임신중에 몸조리를 잘 하려면 옷을 너무 덥게 입어서는 안 되며, 음식을 배불리 먹어도 안 되고, 술을 많이 마셔도 안 된다.
◎달인 약을 함부로 먹으면 안 되며, 침과 뜸을 함부로 맞아도 안 된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높은 곳으로 올라가거나 험한 데를 걸어서는 안 되며, 힘든 일을 지나치게 해서도 안 된다.
◎잠을 지나치게 자거나 누워 있어도 안 되고 몹시 놀라도 안 된다.
◎몸 풀 달에 머리를 감지 말고, 높은 곳에 있는 변소에 올라가도 안 된다.
◎특히 임신이 된 뒤에는 절대로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된다. 태동을 일으켜 출혈이 되기 때문이다.
<주의해야 할 음식>
◎당나귀나 말고기를 먹으면 해산할 달이 지날 뿐 아니라 난산한다.
◎토끼고기를 먹으면 아이가 언청이가 된다.
◎비늘 없는 물고기를 먹으면 난산한다.
◎방게를 먹으면 태아가 가로놓여 나온다.
◎양의 간을 먹으면 태아에게 좋지 못한 일이 많다.
◎닭고기와 달걀을 찹쌀과 같이 먹으면 아이에게 촌백충이 생긴다.
◎오리고기나 그 알을 먹으면 아이가 거꾸로 나오고 뱃속이 차다.
◎참새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면 아이가 음탕하고 부끄러운 것을 모른다.
◎자라고기를 먹으면 아이의 목이 짧아진다.
◎생강싹을 먹으면 아이의 손발가락이 많아진다.
◎율무쌀을 먹으면 유산한다.
◎엿기름(맥아)를 먹으면 태기가 삭는다.
◎비름나물을 먹으면 유산한다.
◎마늘을 먹으면 태기가 삭는다.
◎메기를 먹으면 아이에게 감식창(疳蝕瘡)이 생긴다.
◎산양 고기를 먹으면 아이에게 병이 많다.
◎여러 가지 버섯을 먹으면 아이에게 경풍(驚風)이 생긴다.
<주의해야 할 약물>
거머리(수질), 등에(맹충), 오두, 부자, 나팔꽃씨(견우자), 복숭아씨(도인), 매미허물(선태), 날다람쥐, 도마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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