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주택 필지 절반이 '30년 넘은 저층'… 국토연구원 "대규모 철거 탈피해 지역 맞춤형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최종문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6 16:48:00
  • -
  • +
  • 인쇄
국토연구원 "물리적 환경 넘어 인구·경제적 특성 반영한 종합대책 필요"
6곳 주민 설문서 이주계획·희망 비율 평균 11.6%… "계속거주 의사 강한 편"
지방 중소도시는 개별 재건축·다세대 전환, 수도권은 주택 공급에 초점
연구원, 도시별 특성 고려한 관리수단 차별화·시군 단위 종합관리계획 제안
▲ 도시지역의 주택 건축가능 필지 가운데 절반가량이 준공 30년 이상 된 4층 이하 노후 저층주택 필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주거지가 도시공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인구·사회·경제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장기적·계획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사진=newsis)

도시지역의 주택 건축가능 필지 가운데 절반가량이 준공 30년 이상 된 4층 이하 노후 저층주택 필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주거지가 도시공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인구·사회·경제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장기적·계획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국토연구원(박정은 연구위원, 임상연 연구위원, 임정하 부연구위원, 정연준 책임연구원, 김유란 전문연구원, 문대희 연구원, 오상영 전 연구원)은 지난 24일 발간한 ‘국토정책 Brief’ 제1077호 ‘우리나라 노후주거지는 얼마나 되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에서 우리나라 노후주거지의 현황과 특성을 분석하고 체계적인 관리와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방안을 제시했다.

국토연구원은 주택 노후화로 주거지로서의 기능과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지만 정비방안 마련이 어려워 방치되고 있는 ‘노후 저층주택 밀집지역’으로 정의했다. 연구에서는 ‘노후’를 준공 이후 30년 이상으로 적용했으며, ‘저층주택’은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 등에 지어진 아파트 이외의 4층 이하 주택을 의미한다.

◇ 도시지역 노후 저층주택 필지 126만 개… 소형주택·접도불량필지 비율 높아

연구 결과 건축물이 위치하는 주택 건축가능 필지 가운데 49.6%, 약 126만 개 필지가 노후 저층주택으로 분석됐다. 주택 건축가능 필지 전체 면적은 약 2576.5㎢이며 이 가운데 약 50%가 건축물을 건축해 사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건축가능 필지는 용도지역상 주거지역 전체와 상업지역 일부, 공업지역 일부를 포함한다. 이를 주거지역으로 한정할 경우 노후 저층주택의 비중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약 53%로 분석됐으며, 면적으로는 약 29% 수준이었다.

노후 저층주택의 분포는 도시 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수도권과 특별·광역시, 지방 대도시는 노후 저층주택이 도심에 밀집되는 경향을 보인 반면 지방도시로 갈수록 마을 단위로 점적으로 넓게 분산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국토연구원은 우리나라 도시 주거지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 정착지와 1960~1970년대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형성된 달동네, 토지구획정리사업 등을 거쳐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단독주택 중심의 도심 주거지가 형성됐으나 1980~1990년대 이후에는 대규모 주택건설계획과 공동주택 중심의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주거지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거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됐지만 신도시 개발에 따른 수요 감소, 기반시설 공급의 어려움, 사업성 확보 문제 등으로 정비사업구역에서 제외된 지역도 나타났다. 특히 과거 토지구획정리사업 등으로 조성된 노후 단독주택지는 기반시설 확충 없이 다세대·다가구 주택 등이 들어서면서 주거환경이 악화되고 재개발·재건축 추진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토연구원은 노후주거지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입지, 물리, 인구·가구, 경제적 특성을 고려한 지표를 활용했다. 노후주택비율과 소형주택비율, 접도불량필지비율, 과소필지비율, 경사도, 인구밀도, 호수밀도, 청년인구비율, 노인인구비율, 공시지가, 사업체수 증감률, 종사자수 증감률 등이 분석에 활용됐다.

전국 평균 건축물 층수는 2.14층, 노후 저층주택 비율은 59.73%, 소형주택 비율은 10.38%로 나타났다. 노후 저층주택 비율은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한 전국 모든 시도에서 50% 이상으로 집계됐으며, 대구가 65.97%로 가장 높고 강원특별자치도가 52.85%로 가장 낮았다.

연구에서는 물리적 쇠퇴가 두드러지는 노후주거지의 경우 소형주택 비율과 접도불량필지 비율이 높은 공통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구·사회적 특성에서는 노인인구 비율이 전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고 청년인구 비율은 지역별 차이가 있었다. 경제적 특성에서는 전반적으로 종사자수와 사업체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도시 규모별로도 차이가 나타났다.

특별·광역시와 수도권, 지방 대도시의 노후주거지는 다른 유형보다 소형주택 비율이 높고 인구 및 주택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노후주거지의 평균 공시지가는 ㎡당 약 228만 원으로, 가장 낮은 중소도시 노후주거지의 약 6.6배였다. 대도시 노후주거지는 청년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노인인구는 적었으며, 사업체와 종사자수 감소도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수도권 중소도시는 과소필지와 접도불량필지 비율, 경사도가 높아 정비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사업체수 감소율은 –11.73%, 종사자수 감소율은 –20.73%로 경제적 쇠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 15만 이상 30만 미만 중소도시는 접도불량필지 비율이 높아 물리적 여건은 열악했지만 청년인구 비율은 비교적 양호했다. 소형주택 비율은 11.44%, 접도불량필지 비율은 26.52%, 청년인구 비율은 19.22%로 나타났다. 인구 15만 미만 중소도시는 과소필지와 접도불량필지 비율이 높은 가운데 노인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특징을 보였다.

◇ 노후주택에 사는 주민들 “떠나기보다 계속 살겠다”


노후주거지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조사에서는 주택의 노후도에 비해 계속 거주하려는 의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은 도시 입지와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해 부산시 반송2동,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충북 청주시 우암동, 경북 포항시 해도동,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교2동, 전남 담양군 담양읍 등 6곳을 사례지역으로 선정해 실태 및 주민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주민 설문조사는 지난해 9월 29일부터 10월 15일까지 진행됐으며 총 1800부가 조사됐다.

6개 지역 모두 응답자 대부분이 ‘근 시일 내 이주계획은 없다’고 응답했다. 앞서 연구의 주요 결과에서도 이주를 계획 중이거나 희망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곳 평균 11.6%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택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만족’ 응답 비율이 높았지만 ‘보통’과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이천시 창전동과 강릉시 교2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주택에 대해 ‘불만족’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주거지 만족도의 경우 부산 반송2동, 이천 창전동, 담양읍에서는 ‘만족’ 응답 비율이 높았고, 청주 우암동, 포항 해도동, 강릉 교2동에서는 ‘보통’ 응답 비율이 높았다.

주거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장보기 등 편의시설, 의료 및 복지시설 접근성, 대중교통 접근성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꼽혔다. 연구는 이를 통해 도심 내 노후주거지가 상대적으로 생활기반시설 접근성이 양호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주택을 정비할 경우 필요한 사항으로는 노후배관 및 누수 문제 해소와 단열·냉방을 위한 창호 교체 등이 공통적으로 꼽혔다. 노후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는 노후주택의 개보수 또는 정비가 제시됐다.

선호하는 정비방식은 지역별로 달랐다. 부산 반송2동과 이천 창전동, 청주 우암동 등에서는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전환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포항 해도동에서는 단독주택에서 밀도가 향상된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의 전환을, 강릉 교2동과 담양읍에서는 단독주택에서 단독주택으로의 개별 재건축 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개 지역 주민들은 노후주거지 정비 과정에서 공공지원이 필요한 사항으로 모두 ‘정비비용 저리 융자지원’을 가장 높게 꼽았고, 다음으로 ‘공사 중 임시거주 지원’을 꼽았다.

국토연구원은 사례지역 6곳에서 현재 노후주거지 전반을 관리하는 거버넌스가 구축돼 있지 않고, 단발적인 점 단위 개별 정비사업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후주거지 전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관리계획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역별로 주택에 대한 불만족 정도와 주거지 만족도에 차이가 나타난 만큼 개별 주택 정비가 필요한 곳과 생활기반시설 확충을 통한 생활환경 개선이 필요한 곳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연구는 조사 대상지가 제한적이어서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장조사와 설문조사를 종합할 경우 지방 중소도시에 해당하는 청주 우암동, 포항 해도동, 강릉 교2동 등의 거주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 주민들이 공동주택 중심의 정비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지방 중소도시의 여건에 맞는 정비방식의 차별화와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6곳 대부분이 단독주택과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혼재된 전형적인 도심 주거지 형태를 보이고 신축과 구축, 소규모 아파트 등이 함께 존재하는 점을 들어 과거와 같은 대규모 전면 철거형 정비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 국토연구원, ‘노후주거지 종합관리계획’ 제안… 노후주거지 법적 개념 정립도 제안

국토연구원은 노후주거지 관리를 위한 기본방향으로 ▲어디서나 살기 좋은 주거지 형성 ▲다양한 연령층·소득계층을 고려한 주택 공급 ▲노후주거지 관리의 지속성 확보를 제시했다. 도로와 주차장 등 기본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다양한 계층이 저렴하고 양호한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주택의 다양성을 확보하며, 실제 거주하는 주민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첫 번째 대응방향으로는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한 노후주거지 특성 종합분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정 정비사업구역이나 공모사업을 위한 단편적 분석에서 벗어나 도시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물리적 쇠퇴도와 정비여건, 적용 가능한 관리수단 등을 물리·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시·군 단위의 노후주거지 관리전략 수립을 제안했다. 연구는 가칭 ‘노후주거지 종합관리계획’을 마련해 지역 전반의 노후주거지 실태를 점검하고 특성에 맞는 정비 및 지원방안을 도출하는 중장기 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현재의 사업구역 단위 정비계획 방식에서 벗어나 집수리사업, 지적정리, 새뜰사업, 커뮤니티 강화, 재생활성화지역,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우리동네살리기,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관련 사업을 지역 여건에 따라 연계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로는 노후주거지 특성에 따른 관리수단의 차별화를 제안했다. 수도권 노후주거지는 ‘주택공급’, 지방도시 노후주거지는 ‘계속거주’에 초점을 맞추고, 청년주거지나 사회취약계층 집중지역, 기초생활인프라 부족지역, 산업쇠퇴에 따른 인구급감지역 등 사회·경제적 특성을 고려해 관리수단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활안전과 편의를 위해 소방도로와 주차장, 침수방지 등 인프라 공급방안을 구체화하고, 사업성 확보가 어렵고 인구감소가 예상되는 지방도시 노후주거지에는 공공지원 확대를 통해 계속거주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중간주택과 자율주택정비 등 새로운 정비수단을 발굴하고, 커뮤니티 주택과 청년주택, 고령친화형 주택, 주거복지·의료·생활돌봄 결합형 주택, 마을관리협동조합 연계 주택 등 지역 여건에 맞는 특화형 주택 공급도 제시했다.

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먼저 노후주거지에 대한 법률적 개념을 명확히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국토연구원은 건축 후 30년 또는 20년 이상 지난 단독주택,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된 쇠퇴지역 가운데 정비여건 개선과 기반시설 정비 또는 공급이 필요한 지역을 노후주거지로 정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노후주거지 전체를 대상으로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지역 여건과 특성에 맞는 사업·정책을 발굴할 수 있도록 ‘노후주거지 종합계획’을 법정계획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종합관리계획 수립은 의무화하되 도시정비법과 도시재생법 등 유관계획을 통해서도 수립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고, 지자체 특성과 노후주거지 관리 방향에 따라 계획수립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도시 특성에 따라 노후주거지 관리를 ‘정비’에 초점을 둘지 ‘관리’에 초점을 둘지 결정하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또는 도시재생전략계획에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아울러 분산돼 있는 노후주거지 정비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특성에 따라 선택하고 연계할 수 있도록 가칭 ‘노후주거지 통합관리 가이드라인’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종합관리계획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현장 관리지원 주체를 발굴·육성하고, 도시재생지원센터 인력의 정비 관련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 건축사와 공인중개사 등과의 협업을 통해 주민 대응과 현장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일요주간 / 최종문 기자 joing-mon@hanmail.net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