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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작과 함께 크게 좋은 일이 있고, 새해와 함께 경사스러운 일이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건양”이란 단어는 고종황제의 연호(1896∼1897)다. 이밖에도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부유해진다(壽如山 富如海).” 또는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온갖 복이 들어온다(掃地黃金出 開門百福來).”는 글귀도 많이 사용되었다.
입춘과 함께 지난주에 있었던 청와대의 한나라당 중진모임은 근래에 보기 드믄 정치적 이벤트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청와대 모임은 초반에는 분명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흘러갔다고 한다. 박근혜 전대표의 57세 생일을 맞아 케이크가 나오고, 나이를 둘러싼 농담이 오가는 등 친근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정작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대표의 정치적인 입장발표는 상반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쟁점법안 처리에 힘을 쏟아 달라”고 당부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쟁점법안은 정부와 야당, 국민 간 괴리가 크다며,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이번 한나라당 중진모임은 두 가지 엇갈린 해석을 낳았다. 화합의 기운이 흘렀다는 반응과, 청와대의 “속도전 독려”에 대해 박근혜 전대표가 제동을 걸어 앞으로 갈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 측은 "李대통령-朴 전 대표의 120% 해빙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입춘인데 살얼음을 보지 말고 녹는 과정을 보아 달라며, 언뜻 비치는 갈등 장면은 “살얼음”에 불과하다고 비유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청와대의 “살얼음 비유”는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닌(春來不以春) 만남”이었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케이크를 자르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함께 불렀지만, 이-박 두 정치지도자의 견해차는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다는 사실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갈등의 골은 무엇인가? 백가지 언변으로 호도할 수도 있지만 이는 진부한 이야기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친 박 인사들을 정치적인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있느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물론 정가에서는 여야도 국정의 동반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빈말인 것 같다. 왜냐하면 이는 최근의 폭력 국회가 여야는 적과 다름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아직은 정치적인 후진국이라는 평가는 이 같은 정가의 “동반자 의식”의 결핍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입춘을 맞아 뒤늦게 달력을 떼면서 마음의 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을 붙여보지만, 우리나라 속담처럼 “흥부집 기둥에 입춘방(立春榜)”격인지 “보리 연자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처럼 낭패나 당하지 않을지 뒤숭숭하다. 이는 세기적(世紀的)인 대 공황이 왔건만, 여당의 일부 인사들은 때맞추어 야당처럼 “건전한 비판”을 다짐하고 있고, 실제 야당은 장외로 뛰쳐나가 대규모 시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봄은 시작되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국제적으로 또 국내적으로 봄날이 아닐 것 같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동반자 구축의 실패”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판단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춘래불이춘(春來不以春)이라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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