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자: 안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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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교승 작가 |
[편집자 주] 안교승 작가는 (주)글로벌티에쓰시엠그룹 대표이사, GLOBAL TSCM GROUP, INC. 대표이사, 뉴욕 소재 (주)더스텔스랩 대표이사, (주)도서출판 우수아이아 대표이사, 사단법인 한국도청탐지업협회 초대회장, 국제산업스파이대응협회 Full Membership 워싱턴 소재, 유선설비기사, 무선설비 자격보유, 제1급(한국, 미국) 아마추어무선기사, Call Sign HL2AAQ, KN2C, 국립경찰대학 경찰수사연수원 초빙교수(4년) 통신추적수사기법. 최근 15여 년간 북미, 유럽, 아시아 등 5대양 6대주 각국 전문전시회, 콘퍼런스 약 100회 이상 참가, 참관. 2021, 2022, 2023년 TSCM 글로벌 기업순위 발표, (주)글로벌티에쓰시엠그룹 4위 기록.
주요 고객: 대기업 회장실, 남북정상회담, 서울 G20 정상회의, 전직 대통령 및 유력 대통령 후보 캠프, 대통령 당선인 캠프,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재판(2회), 전·현직 국무총리, 3부 요인 등.
저서: 『서울에는 비밀이 없다-지금은 도청 중』 『신 40대 꿈꾸는 자의 두 번째 꿈』 『엿듣는 도청 엿보는 몰카』 『CIA, 서울에는 비밀이 없다』 『단편소설 도시인간』 『소설동인집 몽환에라토』 외 다수.
● 이번 인터뷰에는 국내 최고의 도청 보안 전문가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신 안교승 님을 모셨습니다. '도청 보안 전문가'라는 직업과 '작가'라는 의미는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조금은 이색적인 직업에 독자분들께서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는 '도청 보안 전문가'라는 매우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계시는 동시에 '작가'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 네.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도청 감시’라는 흔치 않은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로 29년째 되었네요. 제 삶 자체가 오롯이 긴장 속에 놓여있습니다. 저의 주된 업무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정보 유출을 사전에 방지하는 일입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의 국가경쟁력 확보와 국부 유출을 막는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입니다. 국무총리 등 3부 요인, 실세 장관, 대선 후보,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언론사 사장, 대기업 회장 등이 저의 고객입니다. 저는 그동안 고위급 인사들의 보안을 지키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 외에 <남북정상회담>, <특별검사실>, <서울 G20 정상회의>, <대통령 탄핵 재판(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보안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저의 일은 무거우면서도 예리해서 저는 늘 머리에 칼을 올려놓은 채 지내는 그리스 신화의 한 주인공처럼 살아왔다고나 할까요.
먼저 ‘도청’이라는 입에 담기에도 민감한 사안을 은밀하고 조용하게 처리하려면 ‘나’라는 존재부터 노출을 삼가야 할 것 같더군요. 상대방에게 의혹과 신비감을 주는 가운데 보안 전문가로서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이유로 꼭 필요하지 않으면 말을 아끼게 되면서 상대방에게 솔직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귀한 인터뷰를 청해주신 <일요 주간> 인터뷰를 통해 투명하고 자신 있게 저를 소개하려 합니다.
오늘은 문학 관련 인터뷰 시간이니 문학과의 인연을 먼저 소개를 해야겠지요. 초등학교 4학년이었어요. 학교 동아리 <글짓기반>에서 우연히 라디오를 만난 후 저는 라디오에 빠져 혼몽함을 느꼈습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논과 밭과 파란 하늘뿐인 시골 생활에서 라디오는 아득한 미지의 세계였지요. 라디오는 저와 다른 세계를 연결해 주는 통로가 되어 주었고, 라디오의 진동수는 제 삶을 안내해 주던 주파수였습니다. 저는 라디오로 인해 ‘통신보안’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어요. 또한 언어의 진동수가 문학이라는 주파수에 얹혀 마음을 통해 나오듯 라디오는 저를 글 쓰는 일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 『엿듣는 도청, 엿보는 몰카』에서 감시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보여주셨습니다. 오늘날의 도청과 몰카를 단순한 범죄의 문제가 아닌 ‘문화적 현상’으로 보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물론 도청과 몰카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 생활 침해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 자신의 대화 내용 또는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들여다보는 게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에서의 도청 실태와 그것들이 어우러져 결국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할 수 있을 만큼의 부정적인 단면을 갖게 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도청 현실, 첨단도청의 기술적인 분석과 적극적인 대처 방안 등을 염려하던 중 2023년 봄, 음지 속의 이야기 『CIA, 서울에는 비밀이 없다』를 출간했습니다. 이때가 미국 CIA에서 한국의 대통령실 도청 파문에 사회적으로 꽤 시끄러웠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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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신증명(QSL)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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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삶을 사는데 대한 분기점의 의미? 타투. |
● 세계 각국으로 전시회를 다니는 동안 겪은 특별한 경험이나 재미있는 일화가 많을 것 같습니다.
▼ 직업이 색다르다 보니 세계 각국의 전시회를 다니는 데도 불편하고 까다로울 때가 많습니다. 지난봄 반쪽짜리 출장이 될 각오로 런던 방문을 위해 떠난 적이 있습니다. 영국 ✽✽ 부에서 주최하는 도청 기류 전시회였는데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봉쇄된 비공개 행사였습니다. 이 행사에 참여해야 비로소 세상에 감추어진 모든 공격(도청)장비 기술을 확인할 수 있기에 저로서는 무조건 참여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영국 정보기관에 납품 실적이 없던 저는 도무지 참가할 기회를 잡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마감이 다 되었을 때쯤 ‘승인되었으니 참석하라’고 메일이 왔습니다. 바로 표를 사고 숙소를 확보했으나, 어제 승인 난 메일이 시스템 오류였다며 오지 말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항공권, 호텔 예약을 마친 상태이며 시간이 임박해 환불도 되지 않는다고 메일을 보냈으나 답이 없었어요. 저는 무조건 찾아가서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습니다. 전시장 입구에서 거절당한 저는 영국에 올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설명하며, 이 행사 참석을 위해 14시간이나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도전적으로 이해시킨 뒤 출입증을 발급받았습니다. 방문의 성과는 머리끝이 바짝 설 정도로 무서운 장비들을 볼 수 있던 속 시원한 하루였습니다.
조금 다른 일화로 몇 년 전 왼쪽 팔에 빨간 넥타이를 맨 신사 모습 타투를 했습니다. 이 일은 27년째 도청 보안 업무를 해 오면서 저를 가장 뿌듯하게 한 선택이었어요. 스페인 출장에서 150유로짜리 완벽한 그림을 몸에 새겼습니다. 한쪽 손을 귀에 대고 안테나를 통해 무언가를 엿듣는 듯한 그림, 제가 특허까지 받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타투입니다. 그간의 익숙한 ‘도전’보다는 좀 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던 때 제게는 가장 용기 있는 일이었습니다. 타투를 마친 다음 날 제 팔의 타투를 본 업계 사람들과 주변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찍자며 몰려들었습니다. 그날은 부스에 전시한 저희 제품보다 제 인기가 더 많은 날이었습니다. 나이 들면서 더 젊어지고 패기가 넘치는 기분이 듭니다. 프리츠 쿤켈이 ‘성숙하다는 것은 다가오는 모든 생생한 위기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뜻을 되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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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냘라라 산 정상에서 |
얼마 전 스페인 출장에서 잠시 틈을 내어 마드리드 인근의 페냘라라(Penalara) 산을 갔습니다. 한국 산들에 비해 경사도가 높지 않아 등산 장비 없이 산을 올랐어요. 그곳에는 설(雪)산이 조금 남아 있던 터라 약간은 쌀쌀했지만 산 정상까지 완주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정상석이 없어 놀랐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정상에서 교신하고 있는 아마추어 무선사들을 만났어요. 엄청 반가웠습니다. 한국에서도 햄들이 휴대용 무전기를 갖고 산 정상을 다니며 교신하고 점수를 얻는 소타(SOTA)를 즐기고 있거든요. 저는 그들에게 “한국의 HL2AAQ 안교승입니다.”라고 콜사인을 하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반갑게 맞아 주었지요. 그리고 정상석이 없어 아쉽다고 했더니 그중 한 사람이 걱정하지 말라며 노트에 산 이름(Penalara)과 해발 2,428m를 적고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름/콜사인: Jorge/EA4HFO, Pedro/EA4HCF) 역시 ‘아마추어 무선사는 우호적이다.’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웃음). 해외에 나가서 국내 최고봉보다 높은 산을 오르고, 아마추어 무선사를 만난 추억으로 “나도 산악인이다”라고 외치고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 현대 사회에서는 IP 카메라, 스마트폰, SNS 등을 통한 일상적 감시가 보편화되면서 '감시 사회'에 대한 문학적 상상력이 더욱 풍부해지고 있는데요. 작가님께서는 도청 보안 전문가로 활동하시면서 실제 감시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사회 변화를 직접 목격해 오셨고, 동시에 작가로서 이러한 현실을 문학적으로 성찰해 오셨습니다. 독자분들께 특별히 들려주고 싶은 책 속의 일화나 성찰이 담긴 부분이 있으시다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 책에 실린 글을 인용할게요. “한번은 걸려 온 전화 속의 다급한 목소리에 상담했더니 벌써 5일째 외출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쌀은 3일 전에 떨어졌고 이제는 라면마저도 떨어졌는데 집을 비우고 나가려니 누군가가 도청기나 카메라를 설치할까 불안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보안회사에서 은밀하게 장치를 제거해 주기 전에는 한 발짝도 나갈 수가 없다며 불안해했다. 직접 집에 방문해 보니 집안에 각종 센서 등 경보기가 설치되어 있고 혹시 좁쌀만 한 카메라 렌즈라도 있을까 봐 방안 구석구석과 천장, 심지어는 형광등까지 포장용 테이프와 A4 용지로 도배를 해놓고 있었다. 주변 특정인을 지칭하면서 일전 불사할 태세였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이 같은 현실들을 접하면서 씁쓸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서로 간의 사회적 불신이 심화하면서 가져온 또 하나의 시대적 산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서울에는 비밀이 없다』 중에서
머릿속에 심은 칩이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말을 웃어넘기기에는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20여 년 전 보안 상담을 하겠다며 찾아온 고객들을 정신이상자로 생각했던, 그 당시 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 29년간 도청 보안 전문가로 활동하시면서 남북정상회담, 대통령 탄핵 재판과 같은 역사적 현장의 보안을 담당해 오신 경험은 그 자체로 우리 시대의 생생한 증언이자 기록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작가로서 '감시'를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인간이 타인을 궁금해하는 본능'이자 '누군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가장 오래된 시도'로 해석하는 철학적 통찰력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앞으로 작가님께서 이 두 세계 즉 보안 현장과 문학의 상상력을 엮어 독자들에게 펼쳐 보이고 싶은 새로운 주제나 문학적 실험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 다음 책은 도청, 보안을 다루지 않는 순수한 소설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도청, 보안을 빼고 이야기 전개가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웃음) 우리나라는 도청을 불법으로 강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청이 활개 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감시라는 것은 꼭 기술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 인간이 타인을 얼마나 궁금해하는가의 문제기도 하거든요. 저는 그것이 문학의 본질과도 닿아 있다고 느껴요. 우리가 누군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 그건 가장 오래된 감시이자 가장 아름다운 관찰이니까요. 저는 투명하고 진실한 사회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논어論語 이인편里仁篇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君子는 喩於義하고 小人은 喩於利니라’ ‘군자는 의로움, 의리에 밝고, 소인은 이로움, 잇속에 밝다.’ 저의 취미와 특기가 문학적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학을 더 가까이하면서 깊은 성찰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도청 보안과 문학이라는 조그만 시도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정리하는 데 집중했어요. 그런데 갈수록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더라고요. 우리가 서로를 감시하는 방식, 자발적으로 타인의 일상을 소비하는 시선, 그건 이미 사회 전체가 문학적으로 ‘도청 상태’에 들어간 것 같아요. 감시의 기술과 인간의 감정이 만나는 지점에서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요. 문학과 정보가 교차하는 그 어둡고도 섬세한 풍경에서 안교승은 여전히 '듣고' 있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저는 매 순간 새로운 꿈을 꿉니다. 끝으로 아직은 문학에 설익은 저를 초대해 주신 <일요 주간>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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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화 시인 |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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