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하소서> 그리스 재정위기 '사필귀정'

최형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0-06-10 20: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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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분담하지 않는 민족은 패륜아"

[일요주간= 최형선 칼럼니스트] 낯선 이들에게 놀랄 만큼 친절한 그리스인들은 열정적이며 어느 곳에서나 논쟁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리스는 남성이 지배하는 땅이다. 민주주의 본고장이지만 여성은 대체로 토론에 끼지 못한다. 소크라테스의 아내는 어쩜 이런 문화적 행태를 심하게 비꼬았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곳에서는 종교와 가족이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그리스인의 97%는 그리스 정교회 신자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독실한 것은 아니다. 여타 유럽 국가들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 결혼이나 세례, 장례와 같이 특이한 경우에만 종교적 교리를 따른다. 그곳에서 예배시간은 세 시간이나 되기 때문에 꼬박 자리를 지키는 이는 거의 없다. 혹 예배에 참석하더라도 교회 밖으로 나가 잡담을 즐기다가 들어오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스란 나라를 소개한 이유는 최근 그리스의 재정위기 사태에 대해 되짚어 보고 싶어서다. 그리스는 현재 주변국에 막대한 채무를 지고 있다. 2000년대 초 중반 세계경제 호황기에 그리스는 변변한 산업 시설도 없으면서 많은 빚을 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모두가 즐기기 위해 빚을 낸 것이다. 그러다가 세계 경기가 하강하자 유래 없는 재정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유로보다 기존화폐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당시 실제 경제 수준에 비해 화폐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많은 유동자금이 생겼으나 그리스 정부는 이 유동자금을 생산성 있는 부문에 투자한 게 아니라 선심 정책을 펴서 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증진시키는데 투자했다. 결국 약한 경제 기반에다가 높은 인건비 그리고 강성 노조의 영향 때문에 그리스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리스 정부는 자국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게 되자 같은 유로존 국가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스의 경제적 기반이 붕괴되면 필시 같은 유로를 사용하는 유로 회원국가의 경제도 영향을 받을 게 분명하다. 따라서 최근 그리스에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유럽연합의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리스 정부는 적극적인 개혁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는 노조들의 강경 대응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는 문제가 커지자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는데 그것이 바로 국채 발행이다. 국채를 발행해서 만기 시에 그 빚과 이자를 갚겠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터전을 닦은 국가이지만 그들이 토론을 통해 얻은 결과는 국민의 참여 유도보다는 정부의 희생으로 귀결되었다. 우리나라에 IMF 사태가 터졌을 때 온 국민이 금 모으기를 하며 고통을 분담하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대조를 보인다.


과거 고려가 원나라의 압제 속에 있었을 때가 있었다. 당시 원나라는 일본에도 조공을 강요했으나 가마쿠라 막부가 이를 거절함에 따라 고려와 원의 연합군이 일본을 정벌하러 떠나게 되었다. 당시 고려군의 용맹성은 원나라 도원수 홀돈을 시기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잘못하다가는 적장의 목을 고려군이 베게 되어 모든 공적이 고려로 돌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홀돈은 공격을 중지하고 휴전을 선포하였다. 다 이긴 전투에서 공적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해 공격을 중지시킨 행위는 회군 시 태풍을 만남으로 해서 더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다. 인생에서 자신이 초라하게 될까 봐 다른 이들을 배신하는 행위는 자신에게나 또 모두를 위해서 결코 유익하지 않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통해 우리는 교훈을 삼아야 한다. 고통은 함께 나누어야 하고 상생의 가치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어떤 일개 정당이나 정치인의 가치보다 우리 모두의 생존권이 중요하다. 개인의 명예나 정당의 생존을 위해 위험한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되며 정치인들은 반드시 국민의 고통을 대변해야만 한다.


우리는 국가를 빼앗긴 국치의 순간을 맛본 경험이 있고 여전히 국토가 분단된 상황에 처해 있다. 국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는 함께 토론하고 함께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 다른 경제 위기가 닥쳐서는 안 되고 또 다른 전쟁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런 토론의 행렬에 여성도 참여해야 하고 외국인들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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