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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영 울산문협 사무국장 |
어찌하랴, 쏟아진 물이 되고 마는 독설(毒舌)들은 허공을 돌며 눈덩이처럼 부풀어진 후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주워 담으려 해도 누군가에 의해 무참히 밟혀 버린 낙엽처럼 이미 독화살로 변한 언어는 상대를 무참히 짓밟고는 저만치 달아나는 승용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된다.
심장이 얼어붙는 독화살 언어를 생산해 내지 못해 안달이 나기라도 했던 것처럼 쉴 새 없이 쏟아내는 포문이 되고만 우리들의 대화는 이미 목적을 상실하고 방향을 이탈한지가 오래다. 왜 사느냐고 묻는다. 아무 말 내뱉지 못하고 허허 웃는다. 그것이 해답이다.
퍼석한 바람이 분다. 핏기 없는 목마의 얼굴에 가을햇살이 쏟아진다. 누구를 향해 절규라도 해보련만 상대는 없다.
오해는 끝이 없다. 대화로 푸는 세상을 만들기가 이리도 어려운 일인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언어가 독화살이 되어 누군가의 심장을 겨눈다면 이미 휴머니즘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독화살 언어는 상대방을 절명하게 한다. 최근 아는 사람끼리 말이 씨가 되어 인터넷 카페를 혼란에 빠트린 적이 있다. 무심코 던졌다는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할 상처로 남았다.
때로는 언어 폭행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우리는 하루도 말하지 않고는 살수 없다. 스피치 파워라는 말이 있다. 말발이다. 말을 잘해야 성공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과연 말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을까.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남의 말을 하기가 쉽다. 험담을 하기가 칭찬보다는 열배 백배 쉽다. 지금 정치권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하고, 상대방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 땐다. 누구 말이 맡는지 세월이 검증해 줄 뿐이다.
진실은 늘 승리한다고 하지만 승리하는 과정은 형언하기 힘들만큼의 고통을 안겨다 준다. 연예인들은 루머에 자살하기도 하고 정치인들도 자존심을 구기는 말 한마디에 전부를 내거는 세상이다.
시대의 스승 법정 스님은 “맑고 향기롭게” 살라고 한다. 세상의 오염을 더 이상 볼 수 없기에 종교인들의 심정도 참담하다. 부드러운 눈송이에 낙락장송이 부러지고, 허투루 던진 말이 세상을 오염 시킨다.
우리는 말 안하고 살수가 없을까, 좋은 말, 향기 나는 말만 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일까. 화두처럼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 사람의 입을 통해 쏟아지는 말은 내뱉기에 따라서, 느낌에 따라서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향 종이에 싼 물건에서는 향내가 나고 비린내가 나는 종이에 싼 물건은 비린내가 난다. 내 스스로 향내 나는 종이로 살기를 다짐하자. 그냥 지나치다 무심히 던진 돌에 개구리는 생사가 달려 있다.
고운 말을 배우는 첫 번째 관문은 학교 이전에 가정이다. 가정에서 나누는 어른들의 순화된 언어는 자녀들이 본받게 된다. 이들의 자녀는 학교에서, 나아가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
학생들의 언어습관을 보면 듣는 사람이 기절초풍하게 만든다. 언어를 단순화해서 사용하는 바람에 외국인을 만나고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컴퓨터가 세상을 움직이는 아이콘이 되고나서 언어는 망가지고 부서져 버렸다.
선생님을 ‘샘’ 반갑습니다, 는 ‘방가 방가’로 바뀌고 있다. 수년 후에는 이런 말들이 국어사전에 표준어로 등재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은 언어다. 칼보다 펜이 강하다, 라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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