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액션 예술로 승화
전국 최초 액션영화학과 개설
이소룡, 홍금보 하면 전세계에서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배우이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해외영화계를 휩쓸며 한 시대를 풍미한 한국인이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왕호(본명 김용호)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왕호 감독은 70-80년대 한국액션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무술영화의 영웅으로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를 비롯해 사대문파, 천하제일권, 사대철인, 냉혈자 등 무수히 많은 영화에 출연해 이름을 날렸다. 이소룡을 추억하는 중장년층은 기억을 하겠지만 그는 사망유희에서 이소룡과 치열한 무술대결을 펼친 장본인이다.
1952년 전북 김제에서 9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활달한 성격으로 일찍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어설프게나마 무술을 접하고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한 중학교 시절부터 무술인의 꿈을 키우게 된다.
중학교 시절에는 각종 태권도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여러차례 거머쥐며 무술인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일찍이 운동에 소질을 보인 그는 고등학교 때 학생신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체육관을 개설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본격적인 인생은 고교 졸업 후인 해병대 태권도선수단 시절이라고 할 수 있다.
1974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대표로 시범을 보인 것이 우연찮게 이소룡이 소속된 홍콩의 유명 영화사 ‘골든 하베스트’ 관계자의 눈에 띄어 돌연 영화계로 뛰어들었다. 그것이 그를 평생 영화인으로서의 인생을 살게한 계기가 됐다.
이후 액션배우로써 이름을 떨치던 그는 1982년 처음 영화감독으로 데뷔해 직접 감독, 주연까지 맡으며 또 다시 새로운 인생길에 접어들며 국내에서도 이름을 널리 알린다.
특히 그는 방송 역사에도 한 획을 장식하게 되는 1984년 KBS ‘비객’이라는 작품으로 방송사상 처음으로 무술드라마를 도입해 주목을 받는다. 왕호 감독은 “요즘 방송에서 액션을 다룰 수 있는 시발점이 바로 비객”이라며 “드라마 방영시 종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오늘날의 액션이 자연스럽게 안방극장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뼈속까지 무술인 ‘천지무예도’ 창시

이토록 평생 무술을 하다보니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것이 무술이 아니고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것이 진정한 무술임을 깨닫게 되고 웰빙무술을 지향하는 ‘천지무예도’라는 새로운 무술 영역을 개척한다. ‘천지무예도’를 창시한 그는 2004년 6월 법인을 설립하고 엄연히 하나의 무술단체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솔직히 ‘천지무예도’가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현재 조금씩 두각을 보이고 있어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국민들에게 전파가 될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왕호 감독은 “웰빙무술을 지향하는 천지무예도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무술”이라며 “더 나아가서는 웰빙무술을 넘어서는 실전무술로서 실제상황이 닥쳤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고 때론 상대를 지켜주는 것이 천지무예도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천지무예도의 기본은 ‘일격필살(一擊必殺)’이 아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여백을 바탕으로 명상과 호흡, 기공 등을 통해 스스로 내면의 바름을 만드는 무예라고 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천지무예도’는 유형의 무술과 공연예술을 현대 감각에 맞게 개발한 무술로 강인한 육체수련을 위해 신체 전 부위의 단련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남은 인생 후진 양성에 매진

올해 첫 신입생을 맞게 되는 액션영화학과는 왕호 감독의 오래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국내와 해외 액션영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기존 연극영화과에서는 하지 않았던 실전무술 등 다양한 전문교육을 통해 이소룡이나 성룡같은 액션전문 배우를 양성할 계획이다.
왕호 감독은 “평생 액션배우로 살다보니 요즘 영화배우들을 보면 무술은 잘하는데 실제 카메라 앞에서는 예술적으로 표현하는데 약간 미숙한 점들이 보인다”며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 환경을 만들어 영화 속에서 액션을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소화시켜 액션으로도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액션배우를 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학문의 길을 열어줘 세계적으로 유명한 액션배우가 탄생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르치는 모든 학생들에게 예술로 승화된 진정한 무술의 길을 남겨주고 싶어 한다. 단순히 흥미위주에서 머무는 배우가 아니라 개개인의 독창성을 살려 같은 액션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창조하기를 원한다.
그는 또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 한다. 그 첫 걸음으로 학생들이 수준 높은 교육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미국, 홍콩 등 많은 해외 영화제작사들과 협약을 맺어 기회를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교육자로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박한 꿈이 있다.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들 중에서 진정으로 영화적인 무술을 알고 연기를 아는 배우가 배출되어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꿈을 위해 도전 또 도전
왕호 감독은 평생 무술과 영화만 바라보며 외길 인생을 걸어왔지만 이제는 교육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 주변에서는 그만큼 했으니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며 남은 인생을 편히 보내자고 만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고 꿈이 있기에 도전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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