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박지영 기자]농심의 신라면, 너구리 등 라면류의 대리점 납품 가격 인상으로 인해 중소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영세 소매점에 공급되는 농심 대리점의 라면 가격 인상률이 권장소비자가 인상률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11월 25일 신라면, 안성탕면, 큰 사발 등 라면류의 소비자가격을 50원 인상키로 결정했으며 12월 초부터 지역 대리점에 인상된 가격의 공장도가격을 통보하고 슈퍼마켓에 납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2만 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 ‘좋은 슈퍼 만들기 운동본부’는 1월 12일까지 ‘농심 상품 치우고 안팔기’운동을 벌인다. 이에 <일요주간>은 지난 4일 카페의 운영자 엄대현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농심 불매운동을 벌이게 된 동기에 대해 들어봤다.
이 운동은 카페의 한 회원이 문제제기를 하며 시작됐다고 한다. 농심의 상품 단가 인상으로 인해 소매점 납품가 인상폭이 높아져 마진폭이 줄어들자 카페의 회원 몇 명은 지난해 12월 초 농심의 게시판을 통해 문제제기를 했다. 농심 측은 불공정거래를 인정하며 만나서 해결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문제제기를 한 회원들은 만날 필요까지는 없으며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고 이후 카페의 운영자인 엄씨가 농심의 영업부장과 통화를 해 공식적인 답변을 문서로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영업부장은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공식적인 답변을 받기 전에 농심 상품 가격인상문제에 대해 언론에 보도 됐고 당시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농심 측은 문제에 대해 정부와 대리점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영업부장은 태도를 바꿔 전화통화로 ‘너희가 언론에 보도를 했기 때문에 우리들은 이 문제를 판단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답을 했다고 엄씨는 주장했다.
이에 화가 난 엄씨는 “그럼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고 답 했고 정부 각 부처에 민원과 탄원을 넣었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고 한다.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답변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엄씨는 전했다.
농심과 정부에 화가 난 상인들은 자진해서 불매운동을 하게 됐고 1월 1일 공식적으로 농심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은 500명, 4일 4,5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 운동은 상인들의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방법 또한 자율적으로 정한다. 예를 들어 농심의 상품을 전부 매장에 진열을 하지 않는다거나 골드존에 진열된 농심상품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진열하고 골드존에는 경쟁사의 제품을 진열하는 방법, 경쟁사에 프로모션을 요청하여 행사를 하는 방법, 다른 상품은 할인해서 판매하고 농심 상품은 소비자 권장가대로 판매하는 등이 있다. 라면 뿐만 아니라 농심의 상품 모두 해당한다고 한다. 영세 상인들은 농심의 사과를 원하고 있다. 이들은 농심의 답변이 있을 때 까지 운동을 계속할 것이며 앞으로 시민단체에 협조를 얻어 소비자 불매운동도 할 것이라고 했다.
엄씨는 “1등 기업들의 횡포는 가격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자신들의 상품을 골드존에 진열을 안하면 납품을 안 한다거나 경쟁사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품을 납품 안 해주는 등 상인들은 상품을 판매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업체들의 횡포를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농심의 홍보팀 관계자는 “농심은 출고가를 높인 적이 없다. 소매점 납품가를 높인 대리점에 대해 왜 통제를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 것은 공정거래법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금지’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다”며 “대리점의 출고가를 우리가 정할 수 없다. 대리점의 정책과 농심의 정책은 다르다. 왜 대리점에서 한 행동을 농심이 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대리점주가 소매점에 납품을 주고 매입을 하는 것은 농심이 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농심에서는 대리점에 판매를 하면 끝이다. 대리점에서 소매점으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문제다. 소매점주들도 우리 제품을 구입하고 판매해주는 우리와 함께 하는 협력적 파트너다. 영업사원들이 현장에서 소매점주들의 아쉬운점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 이것들을 취합해서 영세상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혜택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원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아래는 좋은 슈퍼 만들기 운동본부-‘비양심 농심상품 치우고 안 팔기 운동’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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