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화합에 대한 100일 간의 기록, 영화 ‘잼 다큐 강정’

박봉민 / 기사승인 : 2012-02-05 18: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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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 다큐 강정’ 총괄 프로듀서 경순 감독

[일요주간=박봉민 기자] “제주에 평화를 허하라”. 영화 ‘잼 다큐 강정’의 메인 카피이다. 이 영화는 제주 강정의 이야기를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100일간의 기록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문화유산 대한민국 제주도의 강정이라는 바닷가 작은 마을에 해군기지를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다툼을... 전쟁을 알지 못했던 그 곳이 해군기지 건립을 두고 혼란에 빠졌다. 수십 년 친구가, 피를 나눈 형제가, 부모 자식이 찬성과 반대로 갈려 분열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생채기를 남겼다. 아직 그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아마도 이 상처가 아물기 위해선 한 세대는 지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을 사람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이 일을 정부는 국토 안보라는 미명 하에 밀어붙였고 그 과정에서 경찰 병력이 투입됐고 용역이 등장했다. 강정마을에서 대대로 살아온 이들의 행복보다 소중했던 가치란 무엇이란 말인가. 늘 평화롭고 행복했던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혈육 같았던 이들이 원수가 되어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겼는가. 이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한 편이 관객들을 찾아왔다. ‘잼 다큐 강정’.


8인의 독립영화 감독들이 ‘잼 다큐’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모여 제주 강정의 문제를 외지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작품이다. ‘잼 다큐 강정’은 평화의 섬 제주와 강정,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들은 이 영화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 ‘잼 다큐 강정’의 총괄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경순 감독
지난달 30일 기자는 ‘잼 다큐 강정’의 총괄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경순 감독을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잼 다큐 강정'은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영화. 흥행도 시민의 힘으로 가능했으면...”


- ‘잼 다큐 강정’, 어떤 영화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잼 다큐 강정’은 제주도에 있는 강정마을이 올해로 5년째 해군기지 반대 싸움을 하고 있는데 ‘잼 다큐 강정’은 그 마을의 이야기를 외부인의 시선으로 8명의 감독들이 함께 모여서 만든 영화입니다.

- 영화의 형식이나 제작 방법이 다소 생소합니다. ‘잼 다큐’라는 장르 역시 그렇습니다. 여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잼 다큐 강정’만이 갖는 특징이 있다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사실 ‘잼 다큐’라 형식은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되어진 것입니다. 저희들이 강정마을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시작한 것이 작년 5월 말쯤에 양윤모 평론가님이 구속되어서 단식투쟁을 계속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 독립영화인 몇 명이 내려가서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에 그것이 시발이 되었죠.
사실 제가 서울에서 강정마을 이야기를 들었을 때와 직접 내려가서 접한 강정마을의 현실과 느낌이랑 많이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강정바다를 보면서 마음이 무척이나 짠했습니다. ‘아! 이게 역시 보도로 듣는거랑은 느낌이 다르구나’는 생각이 들어서 그 느낌을 ‘빨리 영화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똑같이 알려야겠다’ 하는 결심을 하게 됐죠. 왜냐하면 보는 것이 역시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올라오면서 바로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고, 사실은 단시간에 빨리 만들어서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기존의 옴니버스 방식보다는 좀 더 내용을 알차게 강정마을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부담 없이 참여를 해서 내용을 실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이 ‘잼 다큐 강정’이라는 형식을 생각하게 된거죠. 그래서 기존의 옴니버스 영화는 감독들이 다 만든 것을 묶어놨다면 ‘잼 다큐 강정’ 같은 경우에는 좀 다른 형식인 것이 여러 명의 감독들이 참여를 하기는 하지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맥락 있게 풀어간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잼 다큐 강정’을 제작하시는 동안 힘드셨던 점은 무엇이고 또한 보람된 점은 무엇이었는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힘든 것과 보람이 겹쳐있는 부분이 있어요. 사실 영화를 빨리 만든다고 하는 것이 감독들 입장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작품의 질적 문제에서도 그렇고 그동안 자신이 작업해 온 방법도 있고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존심도 있구요.


그렇기는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많았던 거죠. 사실은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옆에 있던 사람들도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거예요. 그런데 저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강정마을까지 가서 지지하는 방식이 사람들에게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좁히자는 차원에서 감독들이 공감을 했죠. 그런데 막상 저희들이 기간이 짧았거든요. 실질적으로 총감독을 제외하고 나머지 감독들은 일주일 이내에 촬영을 마쳐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기 때문에 그 짧은 기간에 자기 이야기들을 소화하는 과정이 힘들었죠.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는 제가 총괄프로듀서를 맡다보니까 아무래도 다른 감독들을 채근하게 되죠. 기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부분 때문에...그리고 각자의 분량을 10분 정도에서 맞추자고 하는 그런 식의 단순한 룰들이 사실은 단순하지만 쉽지는 않았고 그런 것들을 조율하는 과정이 힘들었죠.


그런데 그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강정마을 4년간의 이야기를 굉장히 짧게 압축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죠. 그래서 마음의 부담이 많았죠. 더 담아야 하는 내용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포기할 만큼 이 영화가 지금 필요한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저희들이 회의를 여러 번 했었고 ‘이 영화는 빨리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고 저희가 작업을 했는데 그런 과정들이 힘든 부분이었죠.


보람은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저희가 처음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할 때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많은 분들이 참여하게 됐다는 거죠. 감독들이 뭉치고 사회적 제작단으로 시민들이 매우 빠른 시간에 제작비를 입금해 주시고 그리고 또 많은 프로듀서들이 결합을 해서 감독들이 할 수 없는 부분들을 많이 홍보해 주시고 이러면서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잼 다큐 강정’이라는 한편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는 거죠.


저희들이 지내오면서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이 3개월이 거의 뭐 6개월, 1년 같다라는 생각을 했을 만큼 빠듯한 시간이었음에도 그나마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 많은 사람들이 재빠르게 결합을 해서 공감해 주시고 같이 작업해 주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가장 큰 보람이죠.

- 영화를 제작하시려면 아무래도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을텐데요. 그 부분에 있어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 저희 영화를 보시면 엔딩 크레딧에 ‘사회적 제작단’이라고 이름이 쭉 올라갑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저희가 맨 처음에 영화를 시작할 때 제 개인적으로는 비행기 티켓 마련을 고민할 정도로 재정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왜냐하면 감독들을 8명을 모으고 스태프들까지 생각하면 이들에게 소요되는 비용만 해도 만만치가 않거든요. 대략 계산해보니까 한 3,000만 원 정도가 소요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사회적 제작단이라는 방식을 프로듀스들이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공지를 냈는데 2만원부터 단체는 5만 원 이상까지 이렇게 모아주신 분들이 굉장히 많으셨어요. 그래서 그분들이 모아주신 돈이 1,000만원이 넘고 그리고 DMZ다큐멘터리 영화제에 4~6일의 시간을 남겨두고 회의를 거쳐 기획안을 냈고 거기서 심사위원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주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거기서 1,000만원을 충당하고 뭐 그런 식으로 해서 저희들이 만들었습니다.


사실 아직 저희들이 빚이 조금 있어요. 게다가 배급과 홍보를 하다보니까 빚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긴 그래도 공동체 상영이라던가 하는 것으로 그 빚을 메워 나가고 있는 실정이죠.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어쨌든 빚이 있다고는 하지만 충분히 갚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까요.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극장에서 대박이 나서 저희가 강정마을에 지원을 하겠다고 하는 마음으로 했었는데 사실 아직까지는 영화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으세요. 상영관도 많지가 않구요. 그래서 저희가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잼 다큐 강정'의 인디플러스 상영 논란은 근본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다.”


- ‘잼 다큐 강정’에서는 제주 강정의 해군기지 건립 문제를 다루셨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하시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 아까 말씀 드렸듯이 이 영화가 굉장히 짧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강정 주민들의 많은 고민들을 저희가 심도 있게 담지는 못했어요. 그것 보다는 오히려 이 영화에서 포커스가 맞춰진 부분은 저희가 맨 처음 강정마을에 가서 느꼈던 그 감동과 가슴 아픈 현실들, 그 현실들을 외지인의 시선에서 강정을 보고 지지하고 연대하자라는 이런 것이 전반적으로 가장 큰 포인트죠. 그리고 그렇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지금 해군기지 반대 카페라든지, 직접 방문을 하신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연대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제안 드리고 싶었죠.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에 산적해 있는 많은 현안들에 대해 짧은 시간에 제작된 ‘잼 다큐 강정’이 모범이 돼서 사례적으로 ‘이렇게 하면 가능하다’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도 있었죠. 또 한 가지는 이 해군기지가 우리만의 해군기지가 아니라는 것이죠. 미국의 범아시아 방위 구상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거죠. 그래서 이 문제는 단순한 강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것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곳에 계신 분들이 이 문제로 인해 갈등하고 분열되어 서로에게 상체기를 내고 있다는 거죠. 수십년, 아니 조상대대로 혈육 같이 지내온 그 분들이 왜 그래야만 합니까? 이 상처가 아물기 위해선 아마도 수십년, 아니 적어도 한 세대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할 겁니다. 이게 정말 큰 문제죠.

- ‘잼 다큐 강정’의 인디플러스 상영문제를 놓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오늘(1월 30일)부터 상영을 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의 경위와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해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 일단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표현의 자유겠죠. 인디플러스 상영이 안된다라고 하는 것을 저희 감독들은 모르고 있었어요. 인디플러스를 운영하는 운영위원들이 있거든요.


인디플러스는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직영을 하면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운영위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잼 다큐 강정’의 인디플러스 상영은 그 운영위원들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판단하고 결정한 사안인데 영진위에서 계속 반대를 한 것이죠.


그 이유에 대해서 운영위원들이 계속 묻는 과정이 있었고 그러면서 저희들에게까지 알려지게 된거예요.
그래서 뒤늦게 알려지게 됐는데 그 사실을 알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 한거죠.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생각을 했던거구 그래서 전후 과정을 살펴보니까 영진위에서의 공식적인 답변이...명쾌한 이유가 없었던 거예요.


상영이 불가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명확하지 않았고 사실은 영진위에서 미리 눈치를 보면서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었던 과정을 알고 저희들이 더 심각하게 문제의식을 느꼈던 것이고 이렇게 생각을 하면 전국에 독립영화 상영관이 딸랑 하나 있다는게 말이 않되잖아요. 일년에 다큐멘터리 장편영화만해도 30편 정도가 만들어지고 있고 다른 극영화를 합치면 상당한 수의 독립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거는 좀 말도 안되는 상황인 것인데 이것보다는 좀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방식으로 영진위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인데 애매하게 사상의 문제라던가 표현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런 식으로 스스로 검열을 하는 것은 앞뒤가 않맞을뿐더러 굉장히 문제가 있는거죠.

- 그동안 감독님께서 연출하신 영화들을 보면 ‘레드 마리아’, ‘쇼킹 패밀리’ 등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 사람마다 자신이 창작이나 예술을 하는 이유들이 다양하겠지만 기본은 현실에 바탕을 두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것이 모든 예술가들의 기본 소양이고 자기창작의 근원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는 많은 일 들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야기들이 다양한데 우리 사회에서, 특히 영화를 보면 굉장히 한정된 주제의 영화만 나오고 있잖아요. 굉장히 상업적이라든지, 너무 인기 위주나 흥행 위주의 소재들만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별로 매력이 없는거죠.


그런 것들 보다는 출발이 되는 사람의 이야기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왜 이들은 이렇게 골치를 앓고 있나’ 하는 게 저에게는 항상 더 관심이 가는 주제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 작품은 그런 작품들이 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구요. 그리고 뭐 굳이 극영화를 비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저 역시도 극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고 하지만 우선은 다큐멘터리가 갖고 있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은 제가 다큐멘터리를 굳이 하는 이유도 영화를 만들 때 공부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배우는 게 많다는 거죠.


그것이 저에게는 굉장한 삶의 원동력이 되고 즐거움이 되기 때문에 일단 우선은 다큐멘터리를 포기하지 않게 되는 이유이고 또 한 영화를 끝마치면 그 다음 것들이 너무 많이 선적해 있어서 일단은 좀 접근방식이 극영화랑 달라서 다시 또 다큐멘터리 영화로 출발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잼 다큐 강정’은 인디플러스(http://www.indieplus.or.kr)에서 매일 상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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