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시신유기'한 산부인과 의사, 의료과실인가? 살인인가?

이정미 / 기사승인 : 2012-08-08 10: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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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13종의 약물을 혼합 투여 후 성관계-"고의 살해 증거는 없다" 경찰 수사발표 [일요주간=이정미 기자]지난 7월 31일 산부인과 의사인 김모(45)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 강남구 산부인과를 찾아온 환자 이모(30·여)에게 약물을 투약한 뒤 성관계를 갖고 이씨가 사망하자 자신의 아내 서모(40·여)와 함께 한강잠원지구 주차장에 이씨의 사체를 유기하고 도망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었다.

의사 김씨는 당초 경찰에 자수했을 때 “약물 5mg을 투여한 뒤 다른 방에서 잠들었다가 2시간 후쯤 가보니이씨가 이미 호흡이 없었다” 고 진술했으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김씨가 사건 당일인 지난 7월 31일 새벽 숨진 이모씨에게 먼저 ‘언제 우유주사 맞을까요’라고 문자를 보내 불러낸 점, 수면유도제인‘미다졸람’을 투여 후 이씨와 신체적 접촉이 있었고 15분 후 이씨가 잠시 깨어나기도 했다고 진술을 번복한 점 등으로 미루어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라고 지난 5일 밝혔다.

병원 폐쇄회로(CC)TV 분석결과 이씨는 지난 7월 31일 0시1분께 수면유도제를 투여받기 위해 병실에 들어갔고 김씨는 1분여 뒤 따라들어갔다. 이후 김씨가 오전2시 42분께 병실을 나온 뒤 이씨의 시신을 유기할 때 이용했던 휠체어를 가지고 2분 뒤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이는 김씨의 최초 진술과 배치되는 것으로 병실안에서 김씨의 행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김씨가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을 투약하면서 진료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경찰 조사결과김씨는 미다졸람을 투여하면서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았고, 이를 알고 있던 간호사 2명도 장부에 이를 기재하지않았다.

또 의료계에서는‘미다졸람 5mg을 투여한 후 숨졌다’는 김씨의 진술을 의아해하고 있다.
의료계에는‘일반 성인에게 미다졸람 5mg을 투여했을 경우 사망에 이를 치사량은 아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김씨가 이씨에게 투여한 약물의 적정량과 정확한 약품명 등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 서초경찰서는 김씨가 숨진 이모씨(30·여)에게 나로핀 5㎖, 베카론 4㎎, 리도카인 등 13종의 약품을 혼합해 투여했다고 8일 밝혔다.

나로핀은 환자 수술시 쓰이는 국소마취제로 심장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독성이 있어 혈관투약은 금지되어 있고, 베카론 역시 전신마취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근육이완제로 약물을 투여할 경우 자발호흡이 정지돼 외부적인 호흡이 가능하도록 호흡대체기를 놓아두어야 하는 위험 약물이다. 병원 마취전문의들에 따르면 나로핀과 베카론은 투약방법이 달라 동시에 투여할 경우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에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한의사협회에 혼합 투약된 13가지 약물과 이씨의 사망 인과관계 등을 감정의뢰한 상태이며,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간호사에게서 불법으로 얻은 미다졸람 외에 나로핀 등의 약물은 제왕절개 수술이 종료 된 다른 병실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과수의 일부 감정결과 이씨의 체내에서 김씨의 DNA가 검출 되어 사건당일인 지난달 31일 김씨는 이씨에게 혼합 약물을 투여한 후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1년전 자신에게 수술을 받은 이씨와 따로 만나 3차례 성관계를 맺을 때마다 마취유도제인 프로포폴을 투여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에도 김씨는 이씨에게 "언제 우유주사 맞을까요"라고 먼저 문자를 보내 불러냈고, 김씨 진술에 따르면 우유주사는 프로포폴을 일컫는 것으로 김씨가 사건 당일 프로포폴 대신 미다졸람과 나로핀, 베카론, 리도카인 등을 가져오자 이씨는 약물성분이 궁금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검색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이씨를 고의로 살해했다는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김씨의 살인의도 등을 밝혀내기 위해 실시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판단불등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으나 김씨는 "점적주사(수액에 링거줄을 통해 방울로 투약되는 방법)로 투약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고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완강하게 부인했다.


김씨가 사체유기 외에도 의사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의료법 위반 등을 적용해 9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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