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위협하는 통비법 개정 시급하다”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05-06 04: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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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과 언론의 자유 토론회
▲ 3일 오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과 언론의 자유’란 주제로 토론회에 참석했다.ⓒ뉴시스

“정수장학회 매각 대화 보도가 죄가 될 수 있나”
“공권력 감시·견제하는 언론에 감시권력 부여해야”


[일요주간= 이희원 기자]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기득권 세력과의 유착관계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건인 정수장학회 언론사 지분 매각 논의 폭로 및 삼성X파일 폭로를 놓고 사건의 중심이 됐던 기자들부터 법률가, 언론학자 등이 현행 통신비밀법보호법(이하 통비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송호창 의원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국언론노조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과 언론의 자유’를 주제로 한명옥 변호사의 사회로 시작됐다. 토론회에는 사건 취재에 나섰던 최성진 기자(한겨례)와 이상호 기자(전 MBC), 최진봉 교수(성공회대), 김경원 교수(제주대),박태원 변호사, 류신환 변호사 등이 발제와 토론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X파일 사건으로 노회찬 전 의원과 이상호 기자가 유죄를 받은 것은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병폐”라며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약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앞서 노 전 의원은 이른바 ‘삼성 떡값검사’ 명단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의원직이 박탈됐고 X파일을 보도한 전 MBC 이상호 기자는 패소했다. 또한 정수장학회 전 최필립 이사장과 MBC 이진숙 본부장과의 언론사 지분 매각 논의한 정황을 녹취해 이를 공개한 한겨례 최성진 기자는 현재 재판 중에 있다.

송 의원은 “통비법에 의한 언론 자유 제약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통비법 제1조에서 규정한 통신 비밀의 보호 및 자유라는 목적과 언론의 자유가 조화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정수장학회 매각 대화 보도가 죄가 될 수 있나”

이날 토론에 나선 이강혁 변호사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정수장학회와 MBC 간 지분매각 미밀회동을 녹취해 보도한 최 기자의 기소 건에 대해 “죄가 성립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무리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이를 ‘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해 확보된 보도·공개 행위가 아니지 때문에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명백한 공소권 남용’ 이라는 것.

그는 “해당 사건에서 사회의 중요한 공공재라 할 수 있는 MBC를 특정 집단이 임의로 처분, 이를 선거에서 정략적인 당파적 이익을 취함으로써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핵인 선거의 공정성과 방송의 공공성이 모두 침해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최 기자가 녹취한 내용은 특정 방송인에 대한 평가 등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 부분은 최소화 했으며 이는 보도로 이어진 이익과 가치가 통신비밀 보호 로 달성되는 것보다 크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최 기자의) 통비법위반죄의 작위범, 부작위범 모두 성립할 여지가 없으며 객관적 구성요건 요소인 행위 객체의 존재나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고의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검찰이 (최 기자에)무리한 기소를 강행한 것은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라면서 “검찰은 검찰사건사무규칙 69조에 따라 혐의없음 또는 죄가안됨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어야 마땅했다”고 주장했다.

“공권력 감시·견제하는 언론에 감시권력 부여해야”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통비법인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정부를 포함한 권력기관들의 견제 및 감시를 해야 하는 언론을 방해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통비법의 원래 취지인 정부 및 국가 권력이 개인의 사생활과 사회단체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었지만 현재는 악용해 이를 불의와 불법을 감추려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최 교수는 “타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감청한 내용이라도 범죄예방이나 공익적 목적을 위한 공개행위일 경우 언론 자유를 위해 법에서 처벌 예외를 인정하는 위법성조각의사유를 신설해야 한다”며 “반드시 법의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나서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통비법은 범죄수사(제5조, 제6조)와 국가안보(제7조, 제8조)를 위해서는 통신에 대한 제한조치가 허용된다는 예외조항을 두어 공권력에 의한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언론이 권력의 비리와 부패를 감시하고 밝혀내기 위해 감청을 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패가 있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권력 감청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의 핵으로 떠오른 최성진 기자와 이상호 기자 역시 자리를 함께했다.

최성진 기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을 비롯한 많은 정부부처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나 칼럼이 나오면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을 남발해 왔다”면서 “국가 기관이 언론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법제도적 권한을 남용한다면 취재·보도의 자유에 대한 위축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겨례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실험결과를 국정원 측이 막았다는 보도로 국정원에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바 있다.

그는 “취재 및 보도가 위축돼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진실 보도’라는 본질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24일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 국회에 입성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자리에 참석해 통비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비난 섞인 입장을 내비쳐 이목을 끌었다.

안 의원은 “X파일 사건은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기득권 간 유착관계가 드러난 사건”이라면서 “잘못된 관행을 청산하기 위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강성남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를 통해 날로 위축되고 있는 국민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소중한 지침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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