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 남양, 진정성 논란 “보여주기 식 ‘쇼’는 원치않아”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05-10 04: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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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남양유업 막말 파문 후폭풍
▲ 9일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피해자협의회와 민변, 참여연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사측의 불법적 착취와 떡값 요구 등 비리에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 “실질적인 사과가 아닌 보여주기 식 ‘사과 쇼’는 원하지 않아”
남양 측 고소취하 불구 “구체적인 피해보상 등 계획 제출 후 교섭에 응할 것”


[일요주간= 이희원 기자] 9일 영업사원의 ‘막말 파문’으로 불매 운동 등 악재에 빠진 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비난으로 파문이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김 웅 대표이사 등이 고개를 숙였지만 피해 당사자들의 모임인 대리점주 피해자 협의회(이하 협의회) 관계자들의 분노를 키운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협의회 등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장에서 “진정성이 없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9일 남양유업은 최근 발생한 ‘음성 막말파일’ 공개 후 불거진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남양유업 김 웅 대표이사 등 회사 임원들이 대거 참석한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협의회 관계자들은 같은 날 오후 2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대국민 사과’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지켜본 협의회 관계자 및 시민단체들은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지적하며, 곤란한 상황을 피하려는 일종의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 했다.

기자회견에는 현대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의 시민단체들이 함께했다.

협의회 이창섭 회장은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는 알맹이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섭 회장은 “남양유업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면서 “남양유업은 전산발주를 조작한 불법행위에 대한 사죄, 유통기한이 임박한 물건을 떠넘긴 것에 대한 사죄, 임금 떠넘기기, 떡값 요구, 인격 모독과 고압적 행동에 대한 사죄와 함께 피해 대상자인 대리점 주들에 대한 실질적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양유업이 진정한 사죄를 하고 상생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협의체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한 대리점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대리점주 김 모(53)씨는 “현재 공황장애까지 겪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대리점 주들이 앞으로 영업하는데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리점주 A씨는 “지난 10년간 남양유업에 수없이 하소연했지만 그건 하소연이 아닌 절규였다”며 “음성파일 공개가 없었다면 남양유업의 사과도 없었을 것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또 다른 대리점주 B씨는 “지난 1월부터 본사 농성을 시작으로 너무 힘든 상황까지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사측 과연 사과할 생각 있나

이날 정승호 협의회 총무는 마이크를 넘겨받아 앞서 열린 김 웅 대표이사 등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 “가슴이 미어진다”며 운을 뗐다.

정 총무는 “사측(남양유업)은 지금 착각하고 있다. 대국민 사과에 앞서 피해자인 우리에게 먼저 사과를 했어야하지 않는가”라며 “그들(사측)은 사과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진정성 조차 없는 껍데기뿐인 사과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1월부터 이어온 본사 앞 시위에서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 적 없다. 그들에게 고소 취하를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우리는 팩트(사실)만 갖고 싸워왔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협의회는 대국민 사과회견장에서 단지 이번 사건이 영업직원 한 명의 실수(?)로 촉발된 것이라고 치부한 것에 대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말했다.

사과할 주체를 모르는 남양

참여연대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를 보면 여전히 직원 한명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이는 조직적인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면서 “더욱이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이는 분명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협의회를 찾아와 용서를 구했어야 했다. 진정한 사과는 하지 않은 채 여전히 특정 직원의 문제로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가 어찌 사과가 될 수 있냐고 힐난했다.

특히 이날 협의회 측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성춘일 변호사 역시 이들의 목소리에 법률적인 잣대를 더했다.

성춘일 변호사는 “남양유업의 사과문이 진정한 사과인지 의문이다. 지난 1월부터 시위하고 있는 협의회 관계자 누구에게도 남양유업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협의회 관계자들은 물품 대금을 갚지 못해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갑자기 학자금 대출과 같은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남양유업에 대해서는 공갈, 전산 발주 조작 등에 대한 소를 제기했다. 향후 피해자를 모아서 추가로 민형사상의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가맹점주협의회 오명석 대표는 “남양유업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현재 벌이고 있는 불매운동을 전국적으로 더욱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명석 대표는 “어제 동참한 편의점이 전국적으로 약 3000~4000여 곳이다. 우리는 전국적으로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혀, 불매운동 분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고소 취하에 나선 남양유업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남양유업 김 웅 대표는 기자회견 다음날인 10일 협의회 정승훈 총무 등을 만나 직접 사과에 나섰다. 이날 오전 앞서 서울 남대문 경찰서를 방문, 고소 취소장을 접수했다.

그러나 협의회 측은 일방적인 사과 등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각 지역 대리점주 등 모든 피해자들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겠다”면서 “구체적인 손해배상 등의 계획을 제출, 그 뒤에 교섭에 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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