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세먼지에 빼앗긴 봄,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까

김지민 기자 / 기사승인 : 2018-03-30 17: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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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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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김지민 기자] 최악의 미세먼지로 거리엔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섰다. 미세먼지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책은 이미 필요하고도 남은 시점이지만 아직까지 그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 먼지와 함께하는 삶, #먼지라이프


꽃샘추위가 우리 곁을 떠난 그 자리는 곧바로 미세먼지가 대체했다. 최근의 미세먼지는 지난해 느끼는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기분에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된다. 아침에는 안개가 아닌 미세먼지가 출근길을 먼저 반기고, 이 같은 미세먼지는 하루종일 우리와 함께 생활한다. 특히 4~5월에는 중국발 황사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먼지와 함께하는 삶은 봄철 내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30~80㎍/㎥ 보통, 80㎍/㎥ 이상 나쁨, 150㎍/㎥ 이상 매우 나쁨 등을 뜻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방법을 강구해왔으나, 이 같은 노력에도 최근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요즈음 대기 상태를 보아하니 4계절을 자랑하던 우리나라가 3계절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게한다. ‘여름’, ‘겨울’, 그리고 봄과 가을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


앞서 지난해 7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내?외 관련 전문가 580명 등이 참여한 한?미 공동 대기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 6월 우리나라 상공을 뒤덮은 미세먼지 중 52%가 국내에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1차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나오는 2차 오염물질이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34% 정도였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중국의 무자비한 개발로 인해 우리나라가 미세먼지, 황사 등의 피해를 겪는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 연구 결과는 새롭고도 흥미로운 사실을 일깨워줬다.


환경관리공단 또한 미세먼지 원인에 대해 “대기 정체로 국내외 오염물질이 축적돼 대부분의 권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친환경차 200만대 보급, 노후경유차 조기퇴출, 통학차량 경유차→ LPG·LNG차로 전환, 전기차 충전 인프라 1만기 구축, 공공기관 사업장 및 공사장 단축 운영 등의 정책을 펼쳤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1월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표를 통해 미세먼지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는 공공기관 주차장 360개소 전면 폐쇄, 차량 2부제 독려, 대중교통 무료화 등의 조치를 했다. 대중교통 무료화의 경우 서울권에만 한정되는 탓에 서울시는 경기도민 등 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오히려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도 허다하다.


그러나 차량 2부제 독려, 대중교통 무료화 등의 일시적인 방안들은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이 같은 정책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야경 명소 등은 여전히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흐릿한 시야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미세먼지로 인해 시야가 뿌옇다. (사진=김지민 기자)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미세먼지로 인해 시야가 뿌옇다. (사진=김지민 기자)

◆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건강주의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 그렇다면 미세먼지는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대기오염은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환경 요인이다. 심지어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기도 했다.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은 급만성호흡기, 폐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 발생률을 가중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의사협회가 공동 발간한 ‘미세먼지의 건강영향과 환자지도’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인체의 1차 방어막인 눈, 코, 인후점막 등에 직접 접촉해 물리적 자극뿐만 아니라 국소 염증을 유발한다.


또, 호흡기 내로 침투해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조직이나 세포에 ▲산화스트레스 증가, ▲염증반응에 의한 손상, ▲내독소 효과, ▲DNA손상 등을 야기한다. 결과적으로는 인간을 조기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내를 공기청정기로 정화하는 수준이 다다.


최근 연이어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산뜻한’ 봄이 다가왔음을 느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환경소위원회를 열어 미세먼지 대책 관련 법안 심사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8시간 논의 끝에도 그렇다 할 결론을 짓지 못한 채 다음 일정을 기약했다. 미세먼지에 빼앗긴 봄을 되찾기 위해, 온국민의 깨끗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실천 가능하고도 지속적인 강력한 대책이 하루 빨리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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