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최종문 기자] 남북정상회담 이후 무르익던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적신호가 켜졌다. 북한이 15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한데 이어 오는 6월12일 열린 예정인 북미정상회담마저 재고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협상에 미묘한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다.
앞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전날 조선중앙통신과의 담화에서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비핵화 방식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리비아 핵 포기방식 등의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며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미국 정부 내에서 제기되는 비핵화 추진 방식을 정면비판했다.
북한의 이 같은 강경한 발언의 배경에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대해 “리비아 방식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풀이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모델이 ‘리비아식’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트럼프식 모델’이라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리비아식 모델을 추구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리비아 모델이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우리가 따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라고 답했다.
그는 “북핵 협상은 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북한이 만나고 싶다면 미국은 준비가 돼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괜찮다”며 “만약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면 미국은 최대 압박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핵 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에 관심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힘든 협상을 준비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고 말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제시했던 볼턴 보좌관의 책임론을 제기해 주목된다.
볼턴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리비아 비핵화 과정에 깊숙히 관여했던 인물로 최근 각종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북핵문제 해법으로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제시하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에 북한이 남북고위급군사회담 연기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재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발하고 나선 결정적인 배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매체는 비핵화 해법과 수위를 놓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과 사이에 미묘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전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해법으로 어떤 카드를 선택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NYT는 또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4월29일부터 각종 TV 채널과 인터뷰를 통해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북핵문제 해법으로 제시하는 등 여론몰이로 북한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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