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남아공 기업 사업권 인수 협의… "직접 건설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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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윤신 카이로스㈜ 대표. (사진=이진영 기자) |
무더위가 한풀 꺾인 9월 초,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박윤신(朴閏信) 카이로스㈜ 대표를 만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수백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국제 거래까지 맡고 있는 인물이라기에 이른바 ‘글로벌 비즈니스맨’의 모습을 먼저 떠올렸다. 그러나 약속 장소에 나타난 사람은 예상과 조금 달랐다. 약간 마른 체격에 날카로운 눈빛, 차림새는 오히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동네 아저씨에 가까웠다.
“국제신사를 만나러 왔는데 시골 동네 아저씨를 만난 것 같습니다.”
농담을 건네자 박 대표도 웃었다. 그렇게 한바탕 웃음으로 시작한 인터뷰였지만 그가 꺼내놓은 사업의 규모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남아공 노스웨스트주 모레텔레(Moretele) 지역에서 추진 중인 300MW급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다. 한국인이 주주인 남아공 현지법인 KSPC(Korean Solar Power Consortium South Africa)가 2013년경 개발을 시작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환경과 토지, 전력망 등 복잡한 절차를 하나씩 밟으며 약 13년에 걸쳐 끌고 온 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200MW와 100MW 두 사업으로 나뉘어 있다.
태양광발전은 햇빛이 좋은 땅만 확보한다고 건설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환경승인부터 토지사용, 생산한 전기를 보낼 전력망 연결까지 여러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수백MW급 대형 발전사업의 허가권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KSPC가 멀고도 먼 남아공에서 13년 가까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사업을 현재 단계까지 끌고 왔다는 점이 이번 사업권 매각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업권 매각 실무는 KSPC로부터 매각 권한을 위탁받은 카이로스 박윤신 대표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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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균 센터장(왼쪽), 박윤신 대표(오른쪽). (사진=이진영 기자) |
<다음은 박신윤 대표와 일문일답>
Q. 300MW라면 어느 정도 규모인가.
“전체 임차부지가 약 958ha, 약 289만 평입니다. 하천과 둔치를 포함한 여의도 전체 면적보다도 넓습니다. 이 가운데 약 34만 평을 100MW 부지로, 약 77만 평을 200MW 부지로 계획했습니다. 당초 500MW까지 고려했던 부지여서 300MW 발전소를 건설하고도 충분한 규모이다.”
사업지는 대체로 평지여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Q. 현재 사업은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태양광발전소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 생산한 전기를 보낼 전력망입니다. 200MW 사업은 기술검토와 접속비용 산정 등을 거쳐 이행보증증권 제출 단계까지 진행됐고, 전력망 이용을 위한 상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100MW도 관련 마무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 분야의 주요 절차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 2016년 100MW 사업에 대한 환경승인을 받은 데 이어 2024년에는 사업기간 연장과 300MW 확대에 관한 변경승인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수자원 분야에서도 남아공 당국으로부터 해당 사업이 별도의 수자원 사용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의 문서를 확보했다. 다만 토지 용도변경 등 착공 전 마무리해야 할 일부 절차는 남아 있다.
Q. 사업부지는 어떻게 확보했나.
“2025년 유상 임대차계약을 새로 체결하고 공증까지 마쳤습니다. 기본 임대기간은 25년이고 5년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어 최대 35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사업권이 매각될 경우 필요한 행정절차를 거쳐 토지 임차권도 함께 승계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Q. 발전소가 완공되면 생산한 전기는 어떻게 판매하나.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Eskom의 전력망을 통해 구매자에게 보내 판매하는 구조이다.”
쉽게 말해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남아공 국영전력회사 Eskom의 전력망을 이용해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현재 200MW 사업은 더반 지역에서 추진되는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최종 전력판매 계약은 사업 진행에 맞춰 확정해 나갈 예정이다.
Q. 태양광발전에 필요한 일사량은 충분한가. 한국과 비교하면 어떤가.
“충분합니다. 이번 사업성 분석에서는 한국의 평균 일사시간을 하루 3.5시간으로 적용한 반면, 발전소가 들어설 남아공 모레텔(Moretele) 지역은 하루 5.9시간을 적용했다. 단순 비교해도 모레텔이 한국보다 하루 2.4시간, 약 69% 많다. 태양광발전은 햇빛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인 만큼 일사조건은 발전량과 사업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실제 예상 발전량에서도 차이가 크다. 같은 100MW 발전소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모레텔은 연간 약 2억1535만kWh, 한국은 약 1억2775만kWh다. 사업자 측 계산으로는 모레텔의 예상 발전량이 한국보다 약 69% 많은 셈이다. 실제 발전량은 기상과 설비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사업자 측은 모레텔의 일사조건을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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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아공 태양광 일사량(DNI) 지도 및 주요 사업지 위치. (사진=카이로스 제공) |
Q. 300MW발전소의 공사비는 얼마나 들어가나.
“현재 예상하는 총공사비는 100MW당 약 1000억원입니다. 300MW라면 약 3000억원 규모입니다.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구조물, 토목·시공, 변전소와 송전선로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사업자 측은 300MW가 정상 가동될 경우 현재 사업계획을 기준으로 연간 매출을 약 653억원으로 추산한다. 완공 후 자산가치는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공사비와 매출, 자산가치는 향후 최종 전력판매 가격과 환율, 금융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업자 측 예상치다.
Q. 중국 기업과 협의는 잘 되고 있는가.
“현재 중국 국영기업 한 곳이 발전소 건설 참여를 적극 검토하면서 사업권 인수 가능성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또한 남아공 현지 기업과도 협의 중이다.”
박 대표가 중국 기업으로 눈을 돌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은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구조물 등 핵심 기자재의 세계적인 생산기반을 갖고 있다. 대규모 해외 발전사업을 찾는 중국 기업과 사업권 매각을 추진하는 카이로스의 이해가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매각은 300MW 일괄 인수를 우선하지만, 매수자의 요구에 따라 100MW 사업을 별도로 다루는 방안도 협의할 수 있다. 구체적인 인수의사가 확인되면 상세한 데이터시트 제공과 현장 방문 등 현지 시찰이 가능하다.
Q.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데 필요한 법률 실무는 어떻게 해결하나.
“국가가 다른 기업끼리 수백MW 발전사업을 거래하는 것이니 계약부터 사업권 이전까지 법률적으로 확인할 일이 많습니다. 중국 기업과의 협상 과정에서는 법무법인 DLG 한중법률지원센터 김도균(金度均) 센터장이 법률지원을 맡고 있다.”
김 센터장은 중국 법률 전문가로 협상 기업과의 미팅과 문서 등 협상 과정에서 법률적 쟁점을 검토하고, 실제 매각계약 단계에서는 중국 변호사와 함께 계약서에 담아야 할 사항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남아공 현지에서 필요한 법률·행정절차는 현지 변호사와 협력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박 대표는 사업권 매각 이야기를 하면서도 직접 발전소를 짓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제 희망은 우리가 직접 건설해서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 프로젝트를 오랜 기간 직접 진행해 왔기 때문에 사업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발전소가 계획대로 완공돼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우리 같은 작은 회사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놓을 만큼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직접 건설해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300MW는 예상 공사비만 약 3000억원에 이르는 사업입니다. 사업의 기대수익도 크지만, 우리 회사 규모로 공사를 직접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사업입니다. 그래서 사업권을 팔아야 한다는 결정이 더욱 아쉽다.”
그는 국내 기업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소 건설 관련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이 인수해 건설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몇몇 국내 업체와 접촉했지만 멀리 남아공까지 진출해 대규모 발전사업에 도전하려는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태양광 패널과 인버터, 구조물 등에서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기반을 가진 중국 기업들과 상담하게 된 것이다.”
13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에서 1만㎞ 넘게 떨어진 남아공이라는 낯선 땅에서 대형 발전사업의 환경·부지·전력망 절차를 하나씩 밟아 여기까지 끌고 온 시간이다.
아직 발전소가 세워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맨땅에서 시작해야 하는 사업도 아니다. 13년 동안 축적된 인허가와 개발 절차, 그리고 300MW라는 규모가 이번 매각의 핵심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사업권을 이어받아 실제 발전소로 완성할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일이다.
일요주간 / 이진영 기자 kor67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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