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패 이너서클' 직격...우리금융 임종룡 연임 가도 '시계제로'

김완재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6 1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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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10~20년 장기집권·돌려막기 인사 비판...정부 '지배구조 정상화' 압박에 금융사 연임 시험대
CFO·부행장 등 요직에 연세대 출신 전면 배치...성과 부진에도 영전하는 '제 식구 감싸기' 도마 위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조에도 대통령 '장기집권' 비판 부담, 정부와 정면충돌 시 연임 가시밭길
자율 경영 명분 뒤에 숨은 폐쇄적 카르텔 해체 요구, 절체절명의 위기 속 차기 수장 선임 향배는
▲ (사진=우리금융그룹)
 

[일요주간 = 김완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가만히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면서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한 데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행장을 뽑는데 선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등 투서가 엄청 쏟아지고 있다”며 그냥 방치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금융지주 CEO들의 연임은 관행처럼 여겨졌다. 지난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이후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 4연임(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4연임(9년) 등 대부분의 금융지주 수장들이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켰다.

 

소수의 경영진이 회장과 행장 보직을 번갈아 가며 10~20년씩 지배권을 행사하는 ‘돌려막기식’ 행태가 금융 산업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진단인 셈이다.

특히 정부는 이를 단순한 인사 개입이 아닌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지배구조 정상화’로 명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내년 1월 입법 과제 도출을 목표로 고강도 제도 개선과 함께 인사 절차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금융사에 대한 직접적인 검사를 예고했다.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사진=newsis)

◇ 임종룡 회장의 ‘연대 라인’ 이너서클 논란 확산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특히 임 회장 취임 이후 더욱 공고해진 ‘특정 학벌(연세대) 중심의 인적 구성’이 대통령이 언급한 ‘이너서클’의 전형적인 사례로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점은 코드 인사 논란이다. 2023년 임 회장 취임 당시 9개 부문장 중 4명을 연세대 출신으로 채운 파격 인사의 여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도 그룹의 곳간지기인 이성욱 부사장(CFO)을 비롯해 핵심 영업 라인인 이해광 부행장(외환그룹장) 등 지주의 자금과 전략을 담당하는 요직을 동문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이른바 ‘연대 경제·경영 카르텔’ 비판에 힘을 싣고 있다.

여기에 보은 인사 의심까지 더해지며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부문 등 일부 해외법인의 실적이 2년 연속 하락하거나 디지털 분야의 성과가 목표치에 미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보직의 동문 인사들이 책임 문책은커녕 오히려 지주 핵심 보직으로 영전하거나 그룹 재단 요직을 차지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 식 혜택을 누려왔다는 비판이 지주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 구조적 결함과 ‘회계적 착시’…임종룡號 경영 능력 도마 위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이사회의 독립성 문제 역시 이번 연임 국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목된다.

우선 이사회의 사유화 논란이 거세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 7명 중 6명이 임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된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임 회장 체제에서 임명된 이들이 다시 임 회장의 연임을 심사하고 결정하는 구조이다 보니 사실상 객관적인 감시와 견제가 불가능한 ‘우호적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의사결정 구조의 폐쇄성 또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KB·신한 등 타 금융지주들이 은행장이나 주요 계열사 CEO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리스크를 공유하는 것과 달리 우리금융은 임 회장 1인 사내이사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견제 세력을 배제한 구조는 CEO의 권한 비대화를 초래하고 이사회의 독립적 기능을 상실케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경영 성과 측면에서도 회계적 착시라는 냉혹한 평가가 뒤따른다.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이 급증하며 ‘1조 클럽’에 복귀한 듯 보이지만 이는 동양·ABL생명 인수에 따른 약 5810억 원 규모의 ‘염가매수차익’이 반영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은행 본연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자본 비율 유지를 위해 대출 성장을 억제하면서 사실상 역성장하는 등 내실보다는 수치 만들기식 경영에 치중했다는 부정적인 평가와 내실 위주 경영을 통해 단기적 성장보다 장기적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에 방점을 둔 전략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엇갈리며 임 회장의 경영 능력을 향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 차기 회장 최종 후보 1인 선정 앞두고 연임 가도 ‘안갯속’


관료 출신으로 ‘모피아’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임종룡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강력한 ‘이너서클 해체’ 의지는 커다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앞서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지난 2일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숏리스트)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

임추위는 지난 10월말 경영승계절차 개시 이후 후보군을 대상으로 △내부 및 외부 전문평가기관을 통한 경영성과 △최고경영자 육성프로그램 결과 △리더십 등 평판조회 결과 등을 점검했고 12월 1일 롱리스트 후보군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후 숏리스트 후보군을 확정했다.

임추위 이강행 위원장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충실히 반영한 경영승계규정 및 승계계획에 따라 독립성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절차를 진행해 왔다”며 “특히 외부 후보군을 대상으로는 그룹 경영현황 자료 제공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등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해 외부 후보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내외부 후보 간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임추위는 선정된 4명의 숏리스트 후보자를 대상으로 앞으로 약 한 달여 간 △복수의 외부 전문가 면접 △후보자별 경영계획 발표(프리젠테이션) 및 △심층 면접 등 면밀한 검증 과정과 위원들 간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차기 회장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추위에서 선정한 최종 후보자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내년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통해 차기 회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임추위가 이달 말 최종 후보 선정 절차에 돌입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10~20년 해 먹는 구조”를 비판한 상황에서 임 회장의 연임 강행은 정부와의 정면충돌로 비칠 수 있다. 결국 우리금융은 실적 논란을 넘어 ‘인사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정부의 거센 파고를 넘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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