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이외수의 인생 정면 대결법 ‘절대강자’

박지영 / 기사승인 : 2012-01-02 11: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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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대는 절대강자다
▲'절대강자' 표지
[일요주간=박지영 기자]독특한 상상력, 탁월한 언어의 직조로 사라져가는 감성을 되찾아주는 작가 이외수. 베스트셀러 「하악하악」,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아불류 시불류」를 탄생시킨 이외수 작가와 정태련 화백이 이번에는 ‘인생 정면 대결법’이라는 부제로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신작 에세이 ‘절대강자’를 세상에 내놓았다.
좋은 학교, 훌륭한 집안, 멋진 이성친구 등 남 부러워할 만한 이유들 하나 갖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면, 취업이나 승진 등 사회적 성공을 이루는 친구들 옆에서 주눅 들어 있다면, 어쨌든 뭐든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에 자신이 지쳐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어쩌면 그것이 내 안으로 움츠러들고 있는 자신감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본적 있을 것이다.
70만 부 판매를 기록한 「하악하악」을 포함하여, 에세이로만 110만 이상의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두작가의 네 번째 책인 ‘절대강자’는 세상에 대한 예리한 시각이 돋보이는 이외수 작가의 글 149편과,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해 온 우리 유물들의 혼을 담아낸 정태련 화백의 세밀화 37점을 담고 있다.

꽃 피는 그날까지 존버
머리에서 시작해 눈과 입, 배와 발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마음에 이르기까지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지금 이 땅에서 지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이들에게 힘을 불어 넣는 글과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30년 가까이 지기로 인연을 맺어온 두 작가들의 마음속을 관통하는 것은 누가 뭐라든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대는 절대 강자”라는 사실이다. 수천 년을 버티어내며 세상 풍파와 싸워온 유물들이 그자체로 고유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듯, 우리들 모두는 스러지지 않는 정신력을 품어내고 있는 바로 이 순간 ‘절대강자’가 되는 것이다.
‘1장 뇌에서 마음까지의 거리가 가장 멀다’, ‘2장 육안과 뇌안을 감고 심안과 영안을 떠라’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과 경계를 담고, “한평생 박터지게 머리공부 해본들, 열병 같은 사랑은 어찌하며 고문같은 이별은 어찌하리. 온 세상 공부 중에서 가장 값진 공부는 오로지 마음공부. 먼 산머리 조각구름은 오늘도 거처가 없네. 불현 듯 깨닫고 나면 그대 앉은 자리 모두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3장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합시다’, ‘4장 마른가슴에 물 주기’, ‘5장 손금 속으로 강이 흐르리’에서는 삶에서 놓치고 있는 감성을 북돋워주는 글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인지 본문 중에는 “그대 기억의 장에서 영원히 소멸된 이름은 아무것도 없다. 비내리는 날, 그것들은 모두 되살아난다. 되살아나서 젖은 기억의 벌판, 절룩절룩 다리를 절름거리며 그대에게로 오고 있다”, “그대가 아무리 막강한 힘을 가졌다 하더라도, 약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면, 결국 그대는 추수가 다 끝난 벌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나 다름없다”등의 깨달음의 글귀들이 많다.
‘6장 배만 채우지 말고 뇌도 채웁시다’, ‘7장 엉덩이로 버티기’, ‘8장 먼 길을 가려거든 발이 편한 신발부터 장만하라’에서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과 사랑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8장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살다 보면 그대 때문에 행복해지는 사람들도 있고 그대 때문에 불행해지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대가 중요한 존재라는 증거입니다. 그대의 재산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대가 타인의 행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따라 그대의 가치는 달라집니다” 라며 인간의 자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9장 머리 닿는 부분이 하늘이고 발이 닿는 부분이 땅입니다’, ‘10장 마음에서 마음으로’에서는 이책의 마지막 단계로 살아온 날들ㄹ에 대한 고백과 살아갈 시간들에 대한 다짐이다. “그대의 키가 1센티 자랄 때 그대의 지혜는 몇 센티나 자라던가요. 그대의 몸무게가 1그램 늘어날 때 그대의 사랑은 몇 그램이나 늘어나던 가요. 그저 형상만 사람을 닮은 채로 사물같이 살면서 사람인 척 살아가는 인생, 하지만 꽃 피는 그날까지 존버!”, 꽃이 피는 그날까지 그대 살아 있으라고, 버티어내라고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천 년을 제 모습 온전히 지켜온 이 나라의 유물들처럼 험난하고 어두운 세상을 굳세게 견디면서 살아가는 그대, 절대강자여, 사랑합니다. 내내 강녕하소서”라며 글을 마친다.

최고의 사발
이 책의 표지에는 낡은 사발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는 조선 초기에 제작된 백자사발이다. 이 백자사발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국보가 되었는데 일본 최고의 권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의 손에서도 최고의 사발로 칭송되며 명성을 떨쳐왔다. 평범하지만 아름답다. KBS 1TV ‘명작스캔들’에서 ‘일본 최고의 다기(茶器)’로 소개되기도 한 이 백자사발이 오사카성을 뛰어넘는 귀한 유물이 된 것이 바로 이외수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이와 더불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글과 그림의 장중한 무게감을 완화시키는 박경진 작가의 깜찍한 아이콘은 위트와 유머를 선사하며, 책의 말미에 수록된 문화재평론가 김대환의 유물해설은 우리 역사와 전통,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이외수’와 ‘정태련’
작가 ‘이외수’는 문학과 독자의 힘을 믿는 그에게서 탄생된 소설, 시, 우화, 에세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열광적인 ‘외수마니아’들을 증가시키고 있다. 독자와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그는 ‘국내 최초 트위터 팔로워 100만 명 돌파’를 기록했다.
그린이 ‘정태련 화백’은 사라져가는 한국의 동식물들을 세밀화로 되살려내는 일을 평생의 소명으로 간직하고 살아가는 화가로,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후 다년간 생태관련 세밀화 작업에 전념했다. 자연의 형상만을 묘사하는 세밀화의 일반적 기법을 초월해서 생명과 영혼의 본질까지 표현해 내는 독보적 경지에 도달해 있는 그는, 현재 북한강 상류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이 책 속 아이콘을 그린 박경진 작가와 부부로 느림의 삶을 영유하고 있다.

나는 얼마나 성장 했는가
새로운 시간으로 출발하는 1월, 지난해 무엇을 이루었는가를 고심하기보다는 지난시간동안 얼마만큼 정신적으로 성장했는가를 되새겨보게 하는 이 책은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등불이 되지는 못할망정, 내 영혼 하나라도 환하게 밝히면서 살 수 있기를 소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인생의 지침이 되기에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오천 년을 한결 같이 견뎌온 우리의 유물처럼 오천 년을 이 땅에 살아온 우리 모두가 각자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인생을 밝히는 일이야말로 스스로를 ‘절대강자’로 우뚝 서게 하는 일일 것이다.
[해냄/이외수 글/정태련 그림/1만 3천 8백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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