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대한민국 남자들을 위해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삶의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다.

도박적인 제목인 ‘남자의 물건’은 그러한 이야기를 꺼내놓기 위한 상징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저자 특유의 통쾌한 입담과 예리한 통찰은 읽는 내내 유쾌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들에게도 어떤 물건이 있는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자기 삶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다. 또, 이 땅의 여인들도 자신의 남편, 남자친구의 삶에 대해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여자들은 모이면 할 이야기가 끝이 없는데 이것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삶의 의욕이 충만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남자들의 일상은 도대체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인가? 그래서 부부동반 모임에서 절대 남편들을 따로 앉히면 안 되는 것이다. 정말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쩨쩨한 인생
불안한 한국 남자들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문제로 이어진다. ‘남의 돈 따먹기’힘든 사회생활, 점점 자신을 피하기만 하는 아내와 자식들, 폭탄주를 마셔도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 늘어만 가는 짜증과 분노... 이렇게 메마르고 갑갑한 일상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때론 비굴하고 정말 치열하게 살아온 내 삶에 도대체 무엇이 빠져 있기에 이토록 허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내 삶의 낙이 무언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대로 지내다가는 정말 “한 방에 훅 간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본인의 곤욕스러웠던 전립선 검사에서의 경험을 통해 전립선보다 중요한 ‘마음’에도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소변 줄기가 막히는 것도 그렇게 두려워 그 난감한 전립선 검사조차 마다 않는데, 온통 상처 투성이인 마음에는 왜 정기검진이 없을까 하는 깨달음이다.
이 책은 관계에 치이고 삶이 외로운 남자들의 마음에 건강검진을 하듯, 내면을 위로하고 사소한 행복을 추구하며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구체적 해법을 제시한다. 그건 바로 ‘이야기’다. 모이기만 하면 하는 정치인, 연예인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계절이 바뀌면 눈물 나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 등 나를 구성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때 삶은 즐거워지고 충만해 지는 것이다.
설렘
가슴이 뛰고, 자꾸 생각나고, 목표가 이뤄지는 그 순간이 기대되는 그 느낌을 우리말로는 ‘설렘’이라고 한다. 설렘이 있어야 상상 속의 목표가 구체화되고 현실화된다. 설렘이 있어야 목표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행복과 재미의 구체적 내용도 설렘이다. 셀레는 일이 있어야 삶이 행복하고 재미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행복하려고 살고, 재미있으려고 산다. 한국 사회에는 행복과 재미를 이야기하면 한 급 아래로 내려다보는 어쭙잖은 엄숙주의가 존재한다. 자유, 민주, 평등과 같은 가치를 이야기하면 폼 나 보인다. 그러나 자유, 민주, 평등은 수단적 가치다. 행복과 재미는 궁극적 가치다. 물론 수단적 가치가 확보되어야 궁극적 가치를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자유, 평등, 민주라는 조건이 이뤄진다고 자동적으로 사는 게 행복하고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재미와 행복이라는 궁극적 가치에 대한 진지하고 꾸준한 성찰이 있어야 수단적 가치도 이뤄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행복과 재미에 관한 어떤 사회문화적 담론이 존재하지 않는 이 사회에는 감각적이고 말초적 재미만 남아있다.
남자의 물건
이 책은 1부 ‘남자에게’와 2부 ‘남자의 물건’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불안과 외로움을 달래는 유쾌하고도 가슴 찡한 위로를, 2부에서는 각계각층 다양한 분야 열세명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에게는 가지만의 스토리가 담긴 특별한 물건이 있고, 그 물건에 대한 이야기는 곧 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식에 욕망을 나타낸 이어령의 3미터 책상은 오히려 대학자의 근원적 외로움을 알 수 있고, 먹을 갈고, 글씨를 쓰는 것처럼 20년 무기수의 삶을 과정 그 자체로 살아온 신영복의 벼루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재미는 없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 신뢰감을 주는 문재인은 그의 바둑판처럼 묵직하다.
또한 영원한 경계인이자 비현실적 낙관주의자인 조영남은 그의 얼굴에 네모난 안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당당함과 꼬장꼬장함을 그대로 기록한 김문수의 수첩은 그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차범근은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는 계란 받침대, 안성기는 더 없이 교만한 자화상을 담은 겸손한 스케치북을, 유영구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는 지도, 예술가의 섬세함과 자유인의 대범함을 닮은 이왈종의 면도기, 내면의 상처와 슬픔을 깎아낸 박범신의 목각 수납통 등 그들이 펼쳐놓는 사소한 ‘물건’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그들 인생을 관통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남자뿐 아니라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위안과 응원을 줄 것이다.
저자 김정운은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 자유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문화심리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동대학의 전임강사를 역임했다.
현재 명지대학교 인문교양학부 교수와 ‘여러가지문제연구소’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각종 언론 매체에서 사회문화현상에 관한 어려운 이론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유쾌한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일보에 ‘김정운의 에디톨로지’, 한겨레신문에 ‘김정운의 남자에게’라는 고정 칼럽을 연재하고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각종 신문과 잡지에 인기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TV방송 KBS 1-TV<명작스캔들>, tvN<시사랭크쇼 열광>, KBS 2TV <수상한 두 남자의 쇼> 등의 메인 MC로 활동한 바 있다.
21세기북스/ 저 김정운/ 1만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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