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이건만 다른 계절에 비하여 유난히 들뜬 분위기 인 것 같다. 입동이 지났어도 남쪽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는 붉은 단풍잎이 많이 남아있어 가을 같은 초겨울이다.
내 주위는 가을이 가기 전 에 여행 간다고 야단법석이다. 어디로, 누구랑, 며칠간, 경비 등을 서로 상의는 해도 의견일치 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내외는 그 일과는 상관이 없다. 나는 무릎 수술을 했고 아내는 교통사고로 둘다 입원을 하여 가을여행은 이미 포기를 한상태다.
둘이 환자가 환자를 간호를 하게 된 셈이다. 짝궁 만나 둥지 떠난 아들 딸들도 계획된 자기 생활이 있을 텐데 부르는 것이 망설여 졌다. 서로 다소 불편해도 배우자만큼 편한 보살핌이 없을것 같아서 둘이서 내린 결정이었다. 어쩌면 인생의 가을을 보내기까지 터득한, 늙으면 부부 박에 없다는 우리 부부의 체념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시인은 내 인생에 가을이오면 자신에게 물어볼 말이있다했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칭찬하며 열심히 살았느냐, 삶이 아름답고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계절의 가을이나 인생의 가을이 서로 통하는 것 같다. 인생의 가을은 몇 살쯤일까 하고 나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았다. 성장시기와 노년을 제외하고 성년이 되는 20세부터 남의 나이를 먹는 다는 80세까지를 활동 시기로 이를 4등분 하였다.
즉, 20세부터 35세까지를 약동하는 봄으로 가정과 직장을 얻고 활동하는 시기, 50세까지를 숲이 무성하는 여름과 같이 번성하는 시기. 65세까지를 수확의 기쁨을 느끼는 가을로 안정된 생활과 식구가 늘어나는 기쁨이 넘치는 시기, 80세까지는 동토의 겨울로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시기에 해당된다.
그렇게 되면 아내는 늦은 가을, 나는 초겨울로 접어든 셈이다. 돌아켜 보면 나름대로 지나간 세 계절은 그런대로 무난히 지낸 것 같다. 지금은 지난 인생의 가을에 얻은 손자 손녀 일곱 명에 건강하고 건실한 가정을 꾸려가는 아들딸 세 쌍이 있어 든든하다.
겨울의 문턱에 걸터앉아 나는 생각을 가다듬는다. 지나간 세 계절에 못 다한 것이 있다면 이제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 해야겠다. 받았던 사랑도 나누어주고 칭찬에 인색하지 말 것이며 좋은 열매가 맺도록 노력해야겠다.
가을이 떠나간다. 가는 가을은 또다시 찾아오련만 인생의 가을은 다시는 안 찾아 올 것이다. 맞이하는 마지막 인생의 겨울은 봄이 없다. 비록 희망이 없는 을씨년스럽고 추운 겨울일지라도 포근하고 따뜻한 겨우살이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이웃의 귀감이 되고 기쁘고 아름다운 삶이 되게 하여 주소서.
▼ 박용덕 프로필
- 대한문학 수필 등단
- (주)연우건설 회장
- (前)익산지방국토관리청
도로시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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