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46년 만에 화려한 외출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3-03-11 17:03:57
  • -
  • +
  • 인쇄
[일요주간=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1966년 대한민국 최초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원작으로 양반의 위선을 풍자하고 배비장과 제주기생 애랑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초라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뮤지컬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을 그때 당시 ‘살짜기 옵서예’는 1대 애랑이였던 패티김과 한국 연극계의 대부 임영웅 연출가, 고 최창권의 음악, 작사 김영수가 모여 무대에 올려졌다.

기생 애랑 역으로 나와 패티김이 불렀던 주제가는 아직도 귓가에 맴돌 정도로 유명하다.

1966년 10월 26일부터 나흘간 7일 공연으로 1만 6000여명의 관객이 다녀갔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자, 이제 대한민국 최초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가 2013년에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막을 오른 ‘살짜기 옵서예’는 완성도 높은 대본과 귀에 감기는 음악 한국적인 정서가 잘 녹아져 있는 유쾌한 작품이다.

특히 노래에 ‘이어도 사나’ ‘둥글래당실’등 제주 민요가 나오는데 감칠 맛 나는 가사가 함께 어울려 흥을 돋운다. 편곡도 오케스트라와 전자기타, 드럼이 어우러져 현대적이고 세련된 작품으로 발전시켰다.

애랑이 수포동폭포수에 몸을 씻으며 배비장을 유혹하며 부르는 ‘살짜기 옵서예’는 배비장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도 설레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방자가 신나 부르는 ‘호박이 넝쿨째 굴렀네’ ‘우리 나으리 큰일 났네’등은 공연이 끝나고도 흥얼거릴 정도로 귀에 감긴다.

‘살짜기 옵서예’는 제주방언으로 살짝, 은근슬쩍, 남몰래 찾아와달라는 의미이다. 배우들의 제주 방언으로 익살스럽게 연기하는 하고 노래하는 것 또한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듣는 재미까지 느끼게 해준다.

행여 라이선스 뮤지컬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에 귀에는 촌스럽다고 느끼지는 않을까는 우려는 노파심으로 끝났다.

여색을 좋아하는 신임목사가 여다(女多)섬인 제주에 부임하여 신이 나지만 사별한 아내에게 지조와 순정을 약조한 배비장은 여색을 멀리하여 목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에 배비장의 지조와 절개를 깨기 위해 비장들과 방자와 천하일생 애랑(김선영)이 제주 목사와 짜고 배비장(홍광호, 최재웅)을 유혹해 골려주는 이야기이다.

무거운 주제의식이 아닌 남녀노소가 즐겁게 볼 수 있는 마당놀이를 연상시킨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안무가 출신 연출가 구스타보 자작이 연출(공동연출 김민정)한 이번 공연은 무대도 볼거리가 넘친다.

파도가 넘실대는 영상과 막이 오르면 펼쳐지는 노란 유채꽃과 돌하르방이 제주의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잘 보여주며 반투명막 뒤로 보이는 폭포, 제주의 풍광, 제주기생들의 형형색색 화려한 한복과 해녀와 농부들의 다채로운 춤과 노래에 귀와 눈이 즐겁다.

뿐만 아니라 홀로그램으로 배비장의 부인혼영을 만들어 낸다던지 물체에 영상을 입히는 첨단 기술인 3D 매핑을 써서 눈알을 돌리거나 미소를 짓는 등의 모습은 관객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다만 배비장이 애랑과 사랑에 빠지는 개연성이나 배비장이 지조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고 고뇌하는 장면이 좀 더 심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3년 46년 만에 부활한 ‘살짜기 옵서예’. 새로운 감각의 연출과 세련된 무대, 한국적인 탄탄한 스토리로 합격점을 줄만하다. 그리고 토종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평이 될 것이다.

한편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오는 3월 31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한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