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 이 원 기자]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괴물 투수’류현진(26,다저스)이 연이은 호투로 2경기 만에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내며 6,000만 달러의 몸값을 제대로 입증했다.
적잖은 돈을 투자했던 다저스는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이내 안정을 찾은 배짱 투수”라며 “믿음직한 모습으로 첫 승을 수확했다”고 호평했다. 이로써 류현진은 첫 승을 부담감을 가볍게 날리며 2승을 향한 도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역대 한국인 투수로 9번째로 승리를 따낸 류현진은 2010년 박찬호의 은퇴 이후 30개월 만에 승전보를 알리며 한국 야구사의 역사를 다시 썼다.
류현진은 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테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2실점으로 버티며 팀의 6-2 승리를 견인했다. 앞서 3일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강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패하며 혹독한 데뷔전을 치른 류현진은 데뷔전의 아쉬움을 날리고 상대 타선을 압도하며 빅 리그인 메이저 첫 승리를 챙기는 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그간 류현진의 능력을 의심했던 미국 언론들은 관심을 표명했다. 특히 ESPN은 팀 동료인 매트 켐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류현진이 정말 잘 던져줬다. 1회에는 힘들었지만 이후에는 피츠버그 타선을 완전히 차단했다”며 “류현진에게 ‘맥커친의 투런포는 피츠버그 타선이 너한테 뽑을 수 있는 점수를 모두 뽑은 것’이라고 말해줬다”며 승리의 기쁨으로 지면을 장식했다.
다저스가 한국 최고의 투수로 활약하던 류현진에게 안긴 금액은 6,000만 달러가 넘는다. 다저스는 류현진과 단독 협상권을 따기 위해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 원)를 썼고, 6년간 총 3600만 달러(약 39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한국인이 메이저리그에서 승리를 따낸 것은 박찬호가 시발점이었다.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뛰던 1996년 4월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구원 등판해 첫 승을 수확한 것이 한국인이 메이저리그 승리투수로 이름을 남긴 첫 번째다.
이어 조진호(1999년), 김병현(1999년), 김선우(2002년), 봉중근(2003년), 서재응(2003년), 백차승(2004년), 류제국(2007년) 등이 줄줄이 뒤를 이었다.
첫 승을 수확한 류현진은 갖고 있던 부담도 적잖게 덜어냈다.
류현진은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의 첫 선발 등판 때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이며 승리를 거머쥐지 못한 채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첫 승이 늦어질 경우 류현진의 긴장감은 더욱 커질 수 있었지만 일찌감치 승리를 수확해 부담감을 가볍게 털어냈다.
전문가들은 이날 승리의 원인을 류현진의 ‘배짱 투구’가 빛을 발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경기를 6⅓이닝 동안 삼진 6개, 피안타(1홈런) 2볼넷 2실점으로 마무리한 그는 첫 경기 패전의 기억을 날리는 마운드에서의 모습은 남달랐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슬라이더 비율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첫 등판이었던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6%(88개 중 5개)에 불과했던 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16%(101개 중 16개)로 끌어올렸다.
특히 좌우를 정확하게 찌르는 직구와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활용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직구처럼 들어가다가 타자 앞에서 역회전이 걸리면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왼손 타자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오른 타자 기준으로 몸 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슬라이더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기다렸던 피츠버그 타자들은 옆으로 휘어가는 슬라이더에 연방 헛방망이질을 해댔다. 2사 2루 실점위기에서 나온 좌타자 페드로 알바레스에게 3개의 슬라이더를 뿌려 위기를 모면했다.
이후 류현진 타임이 시작됐다. 그는 직구 위주의 피칭을 사용, 3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선의 타이밍을 뺏었고 스트라이크 존을 폭 넓게 활용했다. 결국 그의 배짱 투구와 슬라이더 전면 돌파가 이날 데뷔 첫 승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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